본문 바로가기

치익~ 뿌리는 소독약, 되레 '에어로졸' 타고 코로나 퍼진다

중앙일보 2020.03.24 06:51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이뤄지는 한 방역활동 모습. 분무 소독을 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이뤄지는 한 방역활동 모습. 분무 소독을 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서울 마포구는 21일 밤섬·현석공원과 신수시장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차단을 위한 집중방역 활동을 벌였다. 신수동주민센터에 소속된 5명의 자율방역대원 손에는 분무식 소독장비가 들려 있었다. 방역복을 입은 대원은 운동기구, 난간 손잡이, 골목길 다가구주택 담장 등에 연신 소독약을 뿌렸다.
 
앞서 19일 강원도 화천군의 한 초등학교 교정에서도 코로나 19 소독작업이 이뤄졌다. 레벨D 전신 방호복까지 갖춰 입은 군청 직원·교직원 4명이 옆으로 쭉 선 채 앞으로 가면서 소독액을 보도블록 위로 분사했다. 13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서도 지역주민 등이 상가 100여 곳을 다니며 문손잡이, 바닥 등에 소독약을 뿌려 댔다. 시민들은 대체로 “(동 주민센터 등에서) 소독약을 뿌려주면 불안감이 좀 사라진다”는 반응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무 소독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무 소독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주요방역 수단으로 분무소독 중 

이처럼 주변에서 분무 소독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넓은 지역을 비교적 간편하게 방역할 수 있어서다. 지역주민의 심리적 안정 효과도 일부 있다. 이에 전국 상당수 지자체는 분무 소독을 주요 방역 수단으로 삼고 있다. 아예 분무 소독기를 빌려주거나 드론 방제기까지 동원, 소독액을 뿌리는 곳도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분무 소독이 되레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 계단 난간 등 물체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분무기기를 빠져나오는 압축공기·소독약의 힘으로 ‘에어로졸’(aerosol) 형태로 주변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무 소독이 '에어로졸' 일으킬 수도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매우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를 말한다. 보통 지름이 1㎛(100만분의 1m)다. 이 형태로 떠다니다 주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얼굴에 묻을 수도 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질병통제센터(CDC) 등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상태에서 3시간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의 소독 기본 지침도 공공장소나 병원 내 표면 소독 때 분무 방식을 써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 손잡이에 소독액을 뿌린 뒤 헝겊으로 닦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문 손잡이에 소독액을 뿌린 뒤 헝겊으로 닦고 있는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기본 소독 지침은 닦는 방식 권고 

20일 새로 나온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서(3판)를 보면,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방법은 감염원(의) 에어로졸(을) 발생(시킨다)” “흡입 위험(을) 증가(시킨다)” “소독제와 표면의 접촉범위가 불분명해 소독 효과 미흡하므로 표면소독에 적용하지 않음”이라고 쓰고 있다. 앞선 2판도 비슷하다. 소독약을 묻힌 천으로 계속 박박 닦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권고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독제를 열린 공간에 살포하는 방식보다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계단 난간이나 문고리, 화장실 문 등 접촉 표면들을 닦아주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소독한다며 입에 일일이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린 것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 손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리는 장면. 연합뉴스

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소독한다며 입에 일일이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린 것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 손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리는 장면. 연합뉴스

 

에어로졸 위험성 보여주는 사례도

확진자 72명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 감염사례에서 에어로졸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은혜의강 측은 이달 1·8일 현장예배 때 분무기로 소금물을 신도 입안과 손에 뿌려줬다. 방역당국은 이 소금물 뿌리기가 사실상 확진자와의 직접 접촉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분무기 통 안에서 빠져나온 소금물이 에어로졸 형태로 퍼지면서 확진자의 침방울과 섞여 바이러스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독성물질 소독액은 폐 건강 해칠수도 

전문가들도 에어로졸화 등을 우려한다. 김태형 감염학회 신종감염병대책위원(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워낙 넓은 분야를 소독하다 보니 분무를 하는 것 같은데 환경 소독의 원칙은 소독제로 하나하나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분무 소독 때 확진자 비말(침방울)과 섞이면 공기감염 일어날 수 있다”며 “소독액이 폐에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고 하면 가습기 살균제처럼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분무소독 방법에 따라 에어로졸 차단 

하지만 반론도 있다. 넓은 오염지역의 소독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일반 시민의 접촉을 막은 채 이뤄지는 전문 방역으로 에어로졸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홍원수 한국방역협회장은 “분무 소독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닦는 게 좋다는 건 약이 빈틈없이 다 묻기 때문이다. 충분히 분무하면 닦는 효과랑 같다”고 말했다.
 
김민욱·이가영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