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로나에도 5800조 돈폭탄… 중국, 新인프라 투자 매달린다

중앙일보 2020.03.24 05:01

新基建

지난달 20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의 한 시장에 5G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의 한 시장에 5G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 당국에서 계속 언급하는 단어다. 영어로 ‘뉴 인프라스트럭쳐(New Infrastructure)’, 한글로 ‘신 인프라’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중국 경제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요즘 말하고 다닌다. 관영 언론에서도 수시로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특히 이달 들어서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당연히 코로나19 때문이다. 올해 중국 경제는 코로나19로 투자와 내수·수출 모두 큰 타격을 받았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3%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마오쩌둥 시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로선 경제 재건이 절박하다. 감염 확산세가 가라앉자 신 인프라를 말한 이유다. 지난 4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코로나 예방과 통제 및 경제와 사회 운영 안정화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상무위원회는 신 인프라 건설 진행을 가속화할 것을 천명했다.
 
실제 최근 발표한 중국 25개 성의 올해 정부업무보고서에서 산둥, 푸젠, 윈난 등 13개 성은 총 34조 위안(약 580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34조 위안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약 99조 위안)의 34% 정도의 규모다. 중요한 건 총 1만 326개의 투자 프로젝트에 5G, 인공지능, 산업 인터넷 등과 같은 신 인프라 프로젝트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신 인프라란?

지난 2일 중국 장시성 난창시의 지하철 4호선 공사현장에서 인력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장시성 난창시의 지하철 4호선 공사현장에서 인력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2018년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항만, 철도, 고속도로 등 전통적 인프라 투자와는 다르다고 ‘신 인프라’로 부른다. 중국 정부가 규정한 신 인프라는 7가지다. 상관신문 등 중국 언론이 분석한 신 인프라 설명을 보자.
 
5G
지난해 5월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차이나텔레콤 직원들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5월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차이나텔레콤 직원들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약 60만 개의 5G 기지국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은 2월 초 기준 약 1000만 명의 5G 가입자를 보유했는데 중국 이동통신업계에선 올해 말까지 가입자 수가 2억 명까지 늘어날 거로 본다.
 
초고압(UHV) 전송
2018년 중국 에너지관리국의 ‘송·변전 중점 사업 추진 가속화에 관한 통지’에 따르면 올해만 7개의 UHV 라인이 개발된다. 1개당 약 200억 위안이 들므로 약 1500억 위안의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도시 철도
지난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지하철 직원이 철도 운행을 점검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지하철 직원이 철도 운행을 점검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급격한 도시화로 도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중교통 확충의 필요성으로 생겨났다. 중은국제(中銀國際)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총 40개 도시에 약 6730㎞의 도시 철도 노선이 개통됐다.
 
신에너지(전기) 자동차 충전기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신스다이(新時代)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 자동차 보유량은 약 2000만 대다. 향후 필요한 충전 장비는 약 1880만 개다. 시설 하나당 설치비용이 평균 1만 5000위안이 드는 걸 보면 전체 투자 규모는 약 2800억 위안이 될 것이다.
 
데이터 센터
핑안(平安)증권은 “온라인 환경이 활발해지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고, 데이터 센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봤다. 앞으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기존 대도시 이외에서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전기료 혜택과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이다. 중국 서북, 서남 지역이 잠재력이 있다.
 
인공지능(AI)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내 AI 수요는 폭발적이다. 전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AI 시장 규모는 기존보다 4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용 인터넷
핑안증권에 따르면 산업용 인터넷은 네트워크, 플랫폼 및 보안 시스템 등을 말한다. 이중에서도 플랫폼 사업이 핵심이다. 결국 산업용 인터넷은 5G 통신망 사업과 함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코로나가 기회… ‘두 마리 토끼’ 잡자

지난달 7일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한 요가 강사가 요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됐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7일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한 요가 강사가 요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선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됐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신 인프라에 목을 매는 건 ‘경제 안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올해 중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역설적으로 경제 구조조정을 가속하고 신산업으로의 변화를 가속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기업과 정부, 학교 등은 원하든 원치 않든 ‘스마트화, 원격화, 온라인화’를 해야 했다. 원격 업무, 온라인 강의, 온라인 소비와 무인 상점 기업이 코로나 와중에 주목받는 건 당연했다. 
지난달 17일 중국 닝샤(寧夏) 회족자치구 인촨시에서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중국 닝샤(寧夏) 회족자치구 인촨시에서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이에 중국 정부는 신 인프라 구축으로 단기적으론 수요 확대, 성장 안정화, 고용안정을 이루려 한다. 장기적으론 코로나를 기회로 삼아 산업 구조조정을 한 뒤 신 인프라로 미래 성장엔진을 만들 속셈이다. 옌레이 핑안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클라우드와 디지털화 추세는 되돌릴 수 없고 코로나가 이를 가속했다”며 “신 인프라 투자로 산업 생태계를 완비하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실제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을 이룬 기억이 있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항만, 고속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해 경기 침체를 벗어났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도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 정책으로 GDP 8~10%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빚 부담' 해결이 관건

16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후허하오시 지하철 2호선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br〉[신화망 캡처]

16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후허하오시 지하철 2호선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br〉[신화망 캡처]

중국 정부 생각대로 흘러갈까. 투자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지방 정부가 34조 위안이 넘는 투자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야 할까. 2003년 사스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인프라 투자를 하며 생긴 부채로 지방정부는 지금도 힘겨워하고 있다. 장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금융위기 당시 경기 부양책으로 그림자 금융, 지방 정부 채무 급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지방 정부와 가계 부채 증가는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 정부는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도 사정이 좋진 않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전체 GDP의 110% 수준이던 중국 국가부채는 지난해 252%로 커졌다”며 “대부분 국영기업과 정부 금융기관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빈 연구원은 “(부채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 인프라 사업은 공공 영역에 국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뒤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뒤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그럼에도 정권 지지의 근간인 ‘경제 성장’을 시진핑 국가 주석이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려움 속에도 대규모 투자는 강행될 확률이 높다. WSJ은 “어두운 재무전망에도 시 주석은 올해 경제 규모를 10년 전의 2배 수준으로 만드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며 “국영기업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

.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