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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 떠먹어라, 소오줌 마셔라···미신 퍼뜨리는 ‘종교 리스크’

중앙일보 2020.03.24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종교인들이 감염병에 대한 미신을 퍼뜨리고 집단 행사를 강행하는 행동으로 신종 코로나 예방의 '구멍'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승려 "석회 먹으면 면역력 생겨"…치료 위해 소 오줌 먹기도

NYT는 22일(현지시간) 세계의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신만 믿으면 안전하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정부 방침에 반하는 종교 집회를 신도들에게 강요하는 등 무리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몰려든 성지순례객들. [EPA=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몰려든 성지순례객들. [EPA=연합뉴스]

일례로 미얀마에서는 유명한 불교 승려가 "석회 한 스푼과 씨앗 세 알을 먹으면 면역력이 생긴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석회는 물에 희석해 복용이 가능하지만, 다량 섭취할 경우 신장에 이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에서는 순례자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아준다며 시아파 무슬림 신전을 혀로 햝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텍사스 선교자 케네스 코플랜드는 자신이 신종 코로나를 '원격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팔을 쭉 뻗고 손가락을 떠는 모습을 촬영한 그는 이 영상을 바라보는 스크린 너머의 신도들을 자신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병을 고치기 위한 신도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NYT는 "지난주 인도의 힌두교도들이 공개한 비디오에는 신종 코로나 치료를 위해 소의 소변을 마시는 장면이 나왔다"며 "또 레바논에서는 한 여성이 성수와 성인(聖人)의 묘지에서 퍼온 흙을 싸 들고 병원에 온 사례가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성소에 키스하고, 집단 예배 보다 감염되는 신도들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전염병을 옮기는 통로가 되기 쉽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무함마드의 출생지와 무덤을 순례하러 온 무슬림의 행렬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 이집트 약사인 아흐메드 샤반(31)도 이번 달 순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샤반 뿐만 아니라 매년 수백만 명의 무슬림들이 이 장소를 찾아 성소에 키스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19일 나이지리아 국립 모스크(아부자 모스크)에서 무슬림 신도들이 집단 기도를 드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9일 나이지리아 국립 모스크(아부자 모스크)에서 무슬림 신도들이 집단 기도를 드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종교 행사를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 샤반은 메카에 가지 못했다. 메카에 방문하기로 한 당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모든 순례자의 성지 순례를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도 이달 문을 닫았다.
  
NYT는 각 정부의 이런 조치에는 근거가 있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신종 코로나 발병이 종교 단체와 관련이 깊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한국의 경우 초기에 신천지 신도가 확진 핀정을 받은 후, 예배에 동석한 이들이 집단 감염돼 사태가 커졌다. 이후에도 교회 예배를 통한 집단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NYT는 또 "최근 뉴욕시에서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는데도 브루클린의 하시딕(극단주의 유대교 종파모임) 거주지역에서 거대한 결혼식이 진행됐다"며 "최근 이 종교모임 내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성지순례 행렬 끊으려는 정부…거부하는 신도 간 실랑이

정부의 종교 행사 금지 조치에 반발하는 신도들도 적지 않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지난 16일 마슈하드와 쿰에 위치한 두 개의 유명 사원을 폐쇄하자 신도들은 정부 청사에 몰려가 "정부가 정말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인도 정부는 25일로 예정돼 있는 라마신 성지순례 행사 취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이 행사 무렵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라마신의 탄생지로 알려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로 몰려든다. 
인도 정부가 나서면서 일부 행사는 취소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힌두교 관련 행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열린 홀리 축제를 즐기는 인파로 가득찬 인도의 아흐메다바드의 스와미나라 얀 사원. 홀리 축제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축하하는 힌두교의 봄맞이 축제다. [AP=연합뉴스]

인도 정부가 나서면서 일부 행사는 취소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힌두교 관련 행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열린 홀리 축제를 즐기는 인파로 가득찬 인도의 아흐메다바드의 스와미나라 얀 사원. 홀리 축제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축하하는 힌두교의 봄맞이 축제다.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대국민 성명을 내며 "절대적인 필수 사항이 아니면 집에 머물러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사원 소유권을 둘러싼 이슬람과의 오랜 분쟁이 지난해 11월 힌두교 승리로 끝나면서 이를 축하하는 사람들이 대거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NYT는 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탈리아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요일에 약 40명의 순례자가 성지 순례를 떠났다"는 한 이탈리아 종교 지도자의 말을 전했다. 이 순례자들은 시칠리아 도시 팔레르모에 위치한 성 로잘리아의 성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방문만 허용하고, 온라인 예배 등으로 대체

 
그러나 종교 시설에 대한 통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NYT에 따르면 무려 세 개의 종교가 성지로 섬기는 이스라엘도 특별 조치에 나섰다. 순례자들이 줄지어 키스하던 '통곡의 벽'은 소규모로만 방문이 가능하도록 바뀌었고, 웨스트뱅크 교회도 문을 닫았다. 예루살렘 성전에 방문한 무슬림들도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 서서 기도를 해야 한다.
 
NYT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예배를 주관하고 한국에서는 유튜브로 예배 방송을 진행한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예배 문화를 전했다. 
동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신도들이 종교 의식을 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동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신도들이 종교 의식을 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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