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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0원, 공장 스톱, 임금 체불···‘고사 산업’ 살릴 10대 제언

중앙일보 2020.03.24 05:00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내일(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내일(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뉴시스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급여 지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23일 밝혔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는 이날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의 긴급운영자금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이달 25일로 예정됐던 급여 지급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부 자구 노력과 최소한의 영업활동만으로는 기본적인 운영자금 확보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스타항공은 승객 감소 등으로 인해 24일부터 운항을 멈추는 '셧다운'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도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임직원의 급여를 40%만 지급한 바 있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국내 완성차 협력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대차가 인도 첸나이 공장 운영을 중단하고, 기아차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의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참석자들은 "현대·기아차 미국·유럽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부품 업계가 이에 따라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걱정했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여러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 달라는 것이다. 
 

중기엔 유동성 확보 지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산업을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선 당장 실탄인 현금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단 요청이 나온다. 항공 업계에서 보듯, 현실적으로 매출이 0원인 상태에서도 기업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한 곳은 중소기업계다. 대구 소재 자동차 부품 업체인 현대코퍼레이션의 권택훈 본부장은 이날 “우리는 현대ㆍ기아차 같은 원청회사가 한 달만 닫아도, 자금 흐름이 막혀 직격탄을 받는다”며 “지금까지 어떤 피해가 생겨서가 아니라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안으로는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P-CBO) 확대 등이 꼽힌다. 정부도 필요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P-CBO) 확대 등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속도와 폭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 절실  

소상공인들은 정부 지원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기ㆍ수도요금 등 당장 나가는 고정비를 줄여주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란 목소리가 있다. 이충환 수원 못골시장 상인회장은 “(빚으로 돌아올) 대출보다는 전기ㆍ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을 낮춰주면 직접적인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인들 사이에선 대출 신청 절차를 상인회 등을 통해 대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나온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업 현장을 벗어날 수 없는 상인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상조 정책실장(왼쪽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상조 정책실장(왼쪽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항공사들은 정부의 지급 보증 요청

당장 돈줄이 말라버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5개 국적 항공사는 지난 20일 정부에 정부(국책은행)가 항공사 채권 발행 때 지급보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항공업계의 자체 신용만으로는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다. 하지만 국제선 운항 중단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도 오는 28일부터 약 한 달간 인천~베이징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추가로 밝혔다. HDC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교통유발 부담금 감면·면제" 

유통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잠정적인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 적용 중단을 열망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체인스토어협회도 ‘국가 비상시국의 방역ㆍ생필품 등 유통ㆍ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또는 면제에 대한 요청도 이어진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수요 억제와 교통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데,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 본점의 경우 약 7억4000만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냈다.   
 

정유업계 "석유수입부과금 이번에 해결을"  

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유업계 숙원은 원유 무관세 도입 및 석유수입부과금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호주, 멕시코 등인데 이중 산유국이 아닌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석유수입부과금(L당 16원)의 일시 감면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정유사들이 낸 부과금은 1조4000억원 선이다. 
 
KB증권은 이날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현재 상태론 8302억원, GS칼텍스는 5587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수요 위축 자동차 산업 생산 극대화 도와야  

정만기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수요 회복기가 되면 무제한 가동 등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파견ㆍ대체근무, 특별연장근로제 등 제도적 기반을 수요 위축기에 미리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지원은 물론 '그 다음' 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얘기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위한 산업별 제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위한 산업별 제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연·극장계 "고용유지 위한 인건비 지원 필요" 

사람이 모이지 않다 보니 극장 상영관마다 10여명 남짓한 관람객을 두고 영화를 상영하는 웃지 못할 현실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공연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에 극장계는 영화발전기금(티켓값의 3%) 한시 면제와, 멀티플렉스가 입점한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줬을 경우 정부에서 주는 혜택(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로 감면)을 극장 건물주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 혜택은 대상이 소상공인일 때만 받을 수 있어서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ㆍ관광숙박업ㆍ관광운송업ㆍ공연업 등 4개 업종은 이미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2016년 조선업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현행 고용유지 지원금은 신규 채용이 있을 경우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호텔업계 등에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개점 등 신규 채용이 있는 업체라도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은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물경제 타격-금융으로 이어지는 고리 끊어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금융 분야로도 번져가고 있다. 당장 3월부터 문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식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단기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시급한 것은 3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약 30조원 규모의 단기자금”이라며 “단기 자금시장에 즉시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정책 당국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서도 모태펀드 등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한창일 때 모태펀드 투자가 이뤄지면 추가 이익을 보장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단 것이다. 
 
재정정책 전문가인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이 됐다"며 "이 타격이 금융섹터에 전해졌다가 다시 실물 경제로 충격이 전해지는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소비를 진작한다고 해서 위기를 벗어날 시기는 지났고, 생산을 담당한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기·김영주·박성우·곽재민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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