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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입국 1442명 중 152명 유증상, 감염 차단 비상

중앙일보 2020.03.24 00:04 종합 3면 지면보기
유럽과 미국 등지의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이들에 대한 격리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입국자 중 유증상자들이 12시간 넘게 검역소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과 미국 등지의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이들에 대한 격리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입국자 중 유증상자들이 12시간 넘게 검역소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입국자가 하루 1만 명 안팎으로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유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바깥에서 감염된 뒤 국내로 들어오는 ‘역유입’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서 하루 평균 1만명 입국
23일 확진 22%가 해외 유입 관련
“중국·일본보다 대응 느슨” 지적

외국인 격리자 생활비 지급엔
“왜 돈 주나” 세금 낭비 논란 일어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하루 동안 전 세계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온 입국자는 모두 9798명이다. 이 중 유럽발 항공기 6편 등으로 들어온 입국자 1442명(내국인 90%, 외국인 10%) 가운데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관련 유증상자는 152명이었다. 유럽발 입국자 중 의심환자 비율이 10%를 넘는 것이다. 유증상자들은 인천공항 내 별도 격리시설에서 검체 채취에 응한 뒤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환자가 유입된 방문국은 유럽 11개국(58명), 미주 3개국(15명), 아시아 3개국(7명), 아프리카 1개국(2명) 순이다. 거의 모든 대륙을 아우른다. 현재 유럽이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부는 22일 0시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 검역을 대폭 강화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격리 치료나 자가격리·능동감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캐나다 등 미주 지역이 새로운 위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제 미주 방문 확진자 8명, 유럽은 6명
 
코로나 19, 해외유입 추정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 19, 해외유입 추정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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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신규 확진자 64명(0시 기준) 가운데 해외 유입 관련 사례가 21.9%(14명)에 달한다. 13명은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고, 나머지 한 명은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된다. 하루 기준이긴 하지만 유럽 방문이 6명, 미주 방문이 8명(한 명은 지난주 통계 포함)으로 둘의 비율이 역전됐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미국·캐나다 등에서 넘어온 환자는 ‘0’이었다. 불과 1~2주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그럼에도 미국 등에서 발생한 환자를 잡아내는 방역망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외 유행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럽 내 환자가 대폭 늘어나면 아예 입국 금지로 갈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미주 지역에서 환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유럽 수준으로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며 “다만 검역 강화는 입국자 숫자, 입국자 중 양성 환자 비율을 같이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른 시일 내에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현재 유럽 외 국가들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북미발 입국자는 유럽의 두 배가 넘는 대규모”라고 지적하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추가 조치 시행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입국 제한 조치는 외면하면서 코로나19 검사 확대만 고집한다면 이는 관련 예산의 증가와 행정력 피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26일 0시부터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자택이나 호텔 등에서 2주간 격리하도록 했다. 한국과 중국, 유럽 여러 국가 등 40개국에도 이런 방식의 입국 제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23일부터 베이징 공항에 모든 국제선 착륙을 막고 인근 도시에 먼저 내린 뒤 방역 절차를 밟도록 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도 60개국이 넘는다.
  
외국인 격리비용 개인 부과하는 나라 늘어
 
반면에 우리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을 제외하곤 전면적인 입국 금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때를 놓쳤다. 정부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하지 않을 땐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내세우더니 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을 땐 아무런 대응 조치가 없었다”며 “정부로선 이제 입국 금지를 하기도 그렇고, 안하자니 방역이 걱정되는 딜레마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코로나19 진단 검사 비용과 치료비 무료 지원에 이어 생활비 지원에 나서자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14일 이상 격리되는 장기체류 외국인에 한 달 45만원가량의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20일 브리핑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격리하게 되면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일단 (지원)하도록 돼 있다”며 “다만 외국인의 경우 생활지원비를 가구 수가 아닌 1인에 한정해 적용하고 유급 휴가비도 1인 13만원의 상한에서 지원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세금 낸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 는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이런 방식의 지원이 재정 부담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본인들이 출장 등 필요에 따라 들어오는 것인데 소속 회사에서 당연히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3일 “외국인의 생활비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나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중국 대다수 지역과 미국 하와이, 필리핀 세부 등 방역 조치의 목적으로 격리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나라가 늘고 있다.      
 
정종훈·위문희·황수연·김민욱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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