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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포함 '검찰쿠데타 명단' 공개한 황희석…블랙리스트 논란

중앙일보 2020.03.22 18:15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참가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참가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친여 성향의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희석(54)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22일 '검찰 쿠데타 명단'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60) 검찰총장을 포함한 14명의 현직 검사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법무부 인권국장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맡았던 황 전 국장은 "평소 추적하면서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와 경험, 다른 분들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해 최초공개하는 것"이라며 해당 검사들을 '검찰발 국정농단 세력''검찰 쿠데타세력'이라 명명했다. 황 전 국장은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을 조선시대 개혁정치가인 조광조에, 윤 총장을 조선 중기의 간신인 윤원형에 각각 비유하기도 했다. 
 

황희석, 조국은 조광조 윤석열은 윤원형에 비유

황 전 국장이 공개한 명단에는 한동훈(47) 부산고검 차장과 박찬호(54) 제주지검장, 여환섭(52) 대구지검장 등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와 조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부의 부패 의혹을 함께 수사했던 특수통 검사들이 포함돼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 쿠데타세력'이라며 페이스북에 공개한 검사 명단 [황희석 페이스북 캡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 쿠데타세력'이라며 페이스북에 공개한 검사 명단 [황희석 페이스북 캡처]

명단에 들어간 복수의 현직 검사들은 중앙일보에 "황 전 국장이 법무부 재직 시절부터 검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아니냐"며 "심각한 명예훼손이고 모욕"이라며 법적 조치를 언급했다. 한 현직 검사는 "황 전 국장 현직 시절 법무부가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검사 인사에 반영했다면 명백한 불법"이라 지적했다. 실제 해당 명단에 포함된 검사들은 추미애(62) 장관 취임 후 이뤄진 인사에서 대부분 좌천됐다. 
 
황 전 국장은 "이 명단은 언제부터 정리한 것이냐"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언제라고 특정해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황 전 국장은 페이스북에 "(이 명단을) 널리 퍼트려 국민들이 벌레에게 물리지 않도록 알려달라"며 검사들을 '벌레'에 비유하기도 했다. 황 전 국장과 함께 근무했던 복수의 전·현직 법무부 관계자는 "황 전 국장 개인이 작성한 명단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다소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떠난 뒤 열린민주당에 참여  

지난 1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법무부를 떠났던 황 전 국장은 이달 중순 정봉주(60) 전 의원과 손혜원(65) 무소속 의원이 창당한 열린민주당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황 전 국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도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2019년 9월 14일 장관직 사의를 밝히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2019년 9월 14일 장관직 사의를 밝히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조 전 장관을 '형'이라 부를 만큼 가까워 '친조국 인사'로 불리는 황 전 국장은 총선 출마 뒤 "무소불위의 권력집단 검찰의 저항을 분쇄하겠다"거나 "(조국 수사 관련)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짓밟고 쿠데타를 한 것이 맞다"며 조 전 장관 지지자를 겨냥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황 전 국장이 22일부터 시작되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투표를 앞두고 "검찰을 때리며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비례대표 선출 앞두고 검찰 때리며 이름값 높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 당엔 조국 지지자들이 많아 황 전 국장이 자극적 발언을 하는 것 같다"며 "그런 발언들이 전체 민주당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 답답함을 드러냈다. 황 전 국장이 소속된 열린민주당엔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51)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김의겸(57) 전 청와대 대변인 등 20명의 친문 후보가 포진해있다. 정치권에선 열린민주당의 당선권 예비후보 순번을 5번 이내로 보고 있다.  
황희석 전 국장이 검찰 쿠데타 세력이라 언급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한동훈(왼쪽) 부산고검 차장이 지난해 2월 윤 총장의 부산검찰청 방문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석 전 국장이 검찰 쿠데타 세력이라 언급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한동훈(왼쪽) 부산고검 차장이 지난해 2월 윤 총장의 부산검찰청 방문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황 전 국장은 2012년 총선 출마 당시 트위터 막말 논란으로 법무부 재직 시절 사과문까지 발표했던 사안에 대해서도 22일 "당시 내 선거운동원이 올린 것이지, 그 말을 내가 했다는 것은 마타도어다. 한 건 건졌다 싶어 흥분하기는"이라며 당시 막말 논란을 제기한 미래통합당 장제원(53) 의원을 비꼬기도 했다.
 
한 현직 검사장은 황 전 국장의 행보에 대해 "원래 정치를 하고 싶었던 사람으로 알고있어 크게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공직을 도구로 삼는, 그런 정치인이 다시 고위공직을 맡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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