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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과 트럼프 친서, 靑은 “공식 입장 없다”지만…

중앙일보 2020.03.22 16:55
탄도 미사일 두 발과 미국 대통령의 친서. 청와대가 주말 이틀 동안 접한 전혀 다른 성격의 북한발 이슈다. 
 
북한은 21일 오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하에 비행거리 410㎞의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 상으로 쏴 올렸고, 22일 오전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북측과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청와대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전날 “코로나 19로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로,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힌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로 갈음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미사일 발사 당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다른 나라 정상 간의 친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지만, 기류는 확연히 다르다. 정상 간에 메시지가 오가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19를 매개로 한 친서를 통해 대화 국면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번 친서와 관련해 특히 북한 메시지의 발신자가 김여정 부부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이 최근 ‘가족’ 그 이상의 역할을 맡으며 북한 내부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김여정이 당 부장 및 정치국원 명단에 등장할 시기도 멀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 김 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식 발표했다는 건 그만큼 예우를 갖췄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발사체 시험 발사 등의 도발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 표명에 더 신중해진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돼 보인다. 지난 2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데 대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튿날 김 부부장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맹비난했었다. 일주일 뒤인 9일, 북한이 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쐈을 때 청와대는 긴급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었지만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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