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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가면 몹쓸 생각"···요즘 자영업자들이 심상찮다

중앙일보 2020.03.22 16: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최근 3년간 급격히 오른 인건비·임대료로 경영 압박을 받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기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한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최근 3년간 급격히 오른 인건비·임대료로 경영 압박을 받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기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한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발생한 지 두 달째인 20일 경기도 동두천의 한 백반집. 사장 이모(57)씨는 가게 안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게 일상이 됐다. 단돈 5000원에 11찬 백반을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20여개 테이블이 텅 비었다. 저녁 장사 때는 삼겹살 구이를 내놨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국 자영업자 한계 상황 르뽀

단전·단수 경고장에 세금도 체납 

이제 직원 한 명의 인건비(하루 8만5000원)를 감당하기도 버겁게 됐다. 가게 한쪽엔 단전·단수를 경고하는 각종 독촉장이 쌓였다. 종합소득세 등 세금도 밀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월 임차료 80만원은 다달이 빠져나간다. 이씨는 “답답해 얼마 전 산에 올라갔다. 해서는 안 될 생각이 두 번이나 나더라”며 “주변에 말도 못하겠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 경제 ‘실핏줄’인 자영업자가 위기다. 코로나 19로 인해 외식·모임이 줄면서다. 이번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골목에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적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뉴스1

한적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뉴스1

 

강남 식당 알바생 4명 모두 해고 

서울 강남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20일 오후 찾은 강남구 논현동 먹자골목에는 ‘점심시간 대폭 할인’이라고 쓴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적자는 당장 인건비 줄이기로 이어졌다. 한 분식집 사장 정모(43)는 “지난주부터 아르바이트생 4명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혼자 오전 10시부터 15시간을 일한다”고 했다. 
 
인근 호프집은 최근 두 달 사이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하루 평균 4통씩 나가던 생맥주가 한 통도 안 나갈 때가 다반사다. 월세 500만원은 큰 부담이다. 업체 관계자는 “IMF(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아들이 호프집 사장인데, 종업원 한명이라도 더 아껴야 하니까 내가 와서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핫플레이스' 골목에서도 한숨 

2년 전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마포구 공덕동 소담길에서도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곳에서 12년째 식당을 한다는 유모(53)씨는 “평소에는 오전 11시 40분만 되면 가게 앞에 줄을 섰었는데 지금은 3분의 1이 빈자리”라며 “저녁(장사)은 전멸이다”고 한숨 쉬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춘천시민자유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자영업자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춘천시민자유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자영업자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역축제 취소=지역상권 초토화 

충북 청주 상당구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동진(55)씨의 한 달 매출은 크게 줄었다. 김씨는 “중동호흡기증후근(MERS) 사태 때도 이렇진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워낙 전파력이 강해 식당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겹살 거리에 사람이 몰리는 ‘3월3일 삼겹살 축제’가 취소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사흘간 열리는 축제 기간 동안 이곳의 15개 고깃집은 가게마다 1000만원 이상 추가 매출을 올렸었다. ‘배달’을 고민 중인 곳도 있다. 하지만 1만원 짜리 삼겹살 팔아 수수료·배달비를 제하면 손에 쥔 돈은 6700원이다.
 
미장원은 유치원, 초·중·고 개학연기 영향까지 받았다. 청주 강서동에서 미용실 운영하는 이은정(38)씨는 “주 고객층인 30~40대 주부”라며 “개학이 다음 달 6일로 연장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휴업을 심각하게 고심 중이다. 대전에서는 미용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40년 만에 처음 문을 닫은 미용실도 생겼다. 
 

자발적 휴업 사장, 알바현장 나서 

이런 사정에 아예 자발적 휴업을 선택하고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하는 사장이 늘고 있다. 부산 서면에서 대형음식점을 운영하던 정모(49)씨는 28일째 자발적 휴업 중이다.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장사도 안되는데 만일 확진자까지 다녀가면 정씨 자신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보니 아예 이쪽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나처럼 대출을 잔뜩 받아 영업 중인 자영업자의 2주간 자가격리는 사망선고에 가깝다”고 했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 역시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며 “지난달 27일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종업원 5명의 급여(월 1000여만원)는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민생위기 극복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대책 평가 및 향후 과제 관련 간담회에서 김형영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민생위기 극복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대책 평가 및 향후 과제 관련 간담회에서 김형영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생계형 연예인도 비상 

이밖에 지역 축제현장이나 행사장을 다니며 돈을 벌었던 생계형 연예인들도 비상이다. 윤석형(59) 광주광역시 생활연예인협회 회장은 “지난 2월 말부터 들어온 행사도 모두 취소됐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생계형 연예인들의 어려움을 누가 알아주겠나”며 “행사장 수입이 없으니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밖에 못 한다”고 했다.
 

긴급안정자금도 결국은 빚 

자영업자들은 정부정책의 핵심인 긴급안정자금에도 부정적이다. ‘결국 다 빚’이라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자영업자는 “정부가 낮은 이자를 운운하지만, 결국은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라며 “전기세 감면 등 고정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재난소득으로 모든 국민에게 몇십원씩 준다는데, 그 돈으로 영세상인들 긴급자금 지원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코로나 19 사태 전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이미 대출받은 자영업자는 한도 문제로 그림의 떡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소비가 죽었다. 답이 안 보인다" 

잉크 제조 관련 중소기업 대표 박모(45)씨는 “소비가 죽었다. 코로나 시작된 지난 1월 이후 전년 대비 매출이 20% 수준으로 줄었다”며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 하겠다는 추경이나 이런 건 그냥 먼 나라 얘기인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전익진·이우림·윤상언 기자, 대전·부산·청주·광양= 김방현·황선윤·최종권·진창일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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