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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일상 된 무급휴직ㆍ희망퇴직…지상 조업사와 협력업체도 고사 위기

중앙일보 2020.03.22 16:06
16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계류되어 있다. 국적 항공사들의 국제선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2월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줄었다. 뉴스1

16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계류되어 있다. 국적 항공사들의 국제선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2월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줄었다. 뉴스1

경기도에 사는 10년차 가이드인 윤 모(37) 씨는 주로 동남아와 호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하지만 2월 중순부터 일이 없어 사실상 한 달째 실직 상태다. 같은 일을 하는 동갑내기 와이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보통 벚꽃 관광객이 몰리는 3월 말부터는 성수기이지만, 이 기회는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다. 윤 씨의 ‘개점 휴업’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메르스 때는 6개월간 이런 상태가 지속했다.
 
윤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에서 지원받은 것이라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기에게 주어진 지역 상품권 7만원권이 전부다. 그 외에 받을 수 있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은 전혀 없다. 윤 씨는 “부부 모두 프리랜서라 고용보험과 4대보험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길어질 것 같아 쿠팡 플렉스(자차 이용 배달)나 택배 등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는데 단가도 떨어지고 지원자가 너무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상반기 매출 피해 6조3000억 넘어설 듯    

사실상 고사 상태에 몰린 항공·여행업계의 위기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노선의 80% 가까이가 끊기면서 무급휴직은 일상이 됐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하면서 직원 월급은 30% 삭감됐다. 
 
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의 3월 둘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13만844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7% 줄었다. 이대로라면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올 상반기에만 매출 피해는 최소 6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한국항공협회는 전망했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이스타항공 체크인카운터 모습.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한 달간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을 운항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입국 강화 조치로 지난 9일부터 일본 노선의 운항을 접으며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이스타항공 체크인카운터 모습.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한 달간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을 운항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입국 강화 조치로 지난 9일부터 일본 노선의 운항을 접으며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연합뉴스

'셧다운'도 시작됐다. 이스타항공이 24일부터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모든 노선을 한 달간 운영 중단하겠다며 업계 최초로 셧다운을 선언했다. 임직원 2월 급여는 40%만 지급했다. 3~4월 급여도 정상 지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4월부터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휴직에 돌입하기로 하고, 희망퇴직도 검토 중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7개 중 5개사는 이미 국제선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만 각각 일본과 동남아 2개 노선을 겨우 운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모두 사실상 셧다운 상태”라며 “이제 국가에서 나서지 않으면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계약만료 전 해고…대량해고 불안”  

항공업계 비상 상황은 관련 업계에 더 큰 타격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늘길이 끊기면서 항공사의 자회사인 지상 조업사나 협력 업체들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상 조업사는 기내 청소와 화물 운반, 기내식 조달 등 업무를 대부분 하청을 주고 있다. 한 지상 조업사의 협력 업체는 무급휴직과 강제연차로 버티다 최근 인천공항노조에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협의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수많은 지상 조업사, 하청업체, 그와 관련된 업체들은 특별고용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미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무급휴직, 강제연차의 상황을 지나 계약만료 전 해고, 권고사직 강요 등 심각한 고용위기를 겪으며 대량해고 사태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여행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여행업협회 조사 결과 코로나 19에 따라 2월 말까지 예약 취소(취소율 44.7%)로 인한 국내 12개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의 손실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 여행객은 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32만1000명) 대비 84.8% 줄었고, 2위 모두투어 역시 같은 기간 77.0% 줄어 3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 업체는 지난 13일 기준 2009곳에 달한다. 메르스 때(297개사)의 6.8배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3월엔 거의 해외에 나간 사람들이 없어 3월 실적은 더 암울하다”며 “이제 얼마나 손해 봤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공항 면세점 줄줄이 임시휴업  

 코로나19 사태로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이 휴점에 들어간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이 휴점에 들어간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을 제외한 공항 면세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중국과 일본 등 주로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김포국제공항에선 롯데면세점이 일찌감치 임시 휴점에 들어갔고, 영업시간 단축으로 버티던 신라면세점도 21일부터 일주일간 휴점 중이다. 제주공항(신라)과 김해공항(롯데)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면세점은 시내점(본점, 강남점, 부산점)에서 연중무휴 원칙을 깨고 3월부터 4월까지 월 1회 휴무를 시행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들도 일부 매장과 영업시간을 조정해 영업 중이다. 이들 면세점의 월평균 매출은 2000억원에서 400억 원대로 줄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필수매장을 제외하고 단축영업이나 일부 매장 영업중단 신청이 들어오면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 중에선 오프라인을 주요 기반으로 삼는 백화점의 타격이 크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기준으로 3대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롯데백화점은 41.7%나 줄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34.2%, 32.1%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한동안 오프라인 관련 프로그램은 자중해왔지만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고객 방문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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