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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땄지만 기소 꼬리표···황운하 운명, 민갑룡 손에 달렸다

중앙일보 2020.03.22 13:08
황운하(58)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의 총선 도전은 무리수일까 승부수일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황 전 청장은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 공천(대전 중구) 티켓을 따냈지만, 그의 행보는 위법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여전히 경찰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 대부분의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을 금지하고(65조),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한다(84조). 헌법이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7조)를 국가공무원법에 구체화해 둔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검찰 기소 피의자의 총선 출마는 종종 있었지만, 그 당사자가 현직 공무원인 경우는 전례가 없다.

지난해 12월6일 본지와 인터뷰 하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은 직후다.김성태 기자

지난해 12월6일 본지와 인터뷰 하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은 직후다.김성태 기자

 

Round 1.  

황 전 청장은 지난달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영입 및 전략공천을 제안받았다”면서 자신은 경선을 원했다고 말했다. 10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도 “정해진 게 없다”던 황 전 청장은 백 부원장의 제안 수일 후인 11월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12월 1일 돌아온 경찰청의 통보는 “불허”였다. 명예퇴직 결격사유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실조회 과정에서 검찰이 그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고발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대상이라고 통보한 게 결정적이었다.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3조 3항 3호) 상 검ㆍ경의 수사를 받는 사람은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Round 2.

황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9일 현직 지방경찰청장 신분으로 북 콘서트(『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여는 등 사실상 총선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미 검찰은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상태였다. 명예퇴직을 고집하던 황 전 청장이 명예퇴직수당(약 5500만원)을 포기하고 의원면직을 신청한 것은 공직선거법상(53조 1항) 지역구 후보자의 공무원직 사퇴시한(선거일 전 9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5일이었다.
 
황 전 청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예퇴직 수당을 받아 20년 된 낡고 녹슨 승용차를 바꾸려던 계획이 무산됐다”고 했지만, 상황은 더 꼬여갔다.    

 
회사원은 자기 의지로 사표를 내면 바로 자유인이 되지만 공무원은 사표를 내도 수리(면직 처분)될 때까지 공무원이다. 황 전 청장의 발목을 잡은 건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중 2016년 8월 도입된 5조(의원면직의 제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조사나 수사가 진행 중인 비위 혐의가 해임ㆍ파면 등 중징계 대상에 해당할 경우 임용권자는 의원면직을 허용할 수 없다.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중징계로 인해 연금 수령 등이 제약받는 것을 일단 면하기 위해 기민하게 의원면직을 신청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생긴 조항이다. 
 
또한 황 전 청장에겐 적용되지 않지만 지난 1월 29일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은 비위 상황에 놓인 공무원에 대해 아예 징계 의결 전에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다음날 검찰은 경찰청을 압수 수색을 하고 경찰인재개발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황 전 청장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같은 날 황 전 청장은 민주당 대전시당에 입당 원서를 냈다. 황 전 청장이 명예퇴직을 고집하던 시기인 지난해 12월 16일 “의원면직을 신청하면 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했던 민갑룡 경찰청장 입장에서도 정치적ㆍ법률적 부담이 너무 커져 버린 상황이 됐다.
 
황운하의 운명을 가를 몇 개의 법률 규정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5조(의원면직의 제한)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의원면직을 신청한 공무원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제2호, 제3호 및 제4호의 경우에는 그 비위의 정도가 「공무원 징계령」 제1조의3제1호에서 규정한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한다. 
1. 징계위원회에 중징계의결 요구 중인 경우

2. 비위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경우
3.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그 밖의 수사기관(이하 "조사 및 수사기관"이라 한다)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공직선거법〉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중략)…
④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그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본다.

Round 3.

 
민 청장이 주저하는 사이 민주당은 1월 28일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위원장 김경협)에서 황 전 청장에게 ‘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힘을 실었다. 그러자 다음날 검찰은 황 전 청장과 그에게 전략공천을 권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틀 뒤 황 전 청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지난달 4일 검찰은 황 전 청장의 기소 사실을 경찰에 공식 통보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경찰은 국가공무원법(73조의3 1항 4호)에 따라 그를 직위 해제했지만, 그 사이 황 전 청장은 공천 면접(지난달 11일)을 봤고 민주당은 경선을 거쳐 지난 12일 공천(대전 중구)을 확정했다.

 
민주당과 황 전 청장이 믿는 건 선거법 53조 4항이다. 공직 사퇴시한을 적용할 때 “그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 고 정해 둔 규정이다. 공무원이 던진 사표의 효력은 수리된 이후에 발생하는 게 원칙이지만 공직 선거 입후보와 관련해서는 사표가 접수된 날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재선을 노리는 구청장이 밑에서 일하던 부구청장 등 부하직원이 출마해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을 사표 수리를 미뤄 막는 등의 일이 빈번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공무원의 후보 등록은 ‘무효사유’(선거법 52조)에 해당하지만, 이 규정 때문에 경찰청장이 늦게라도 면직 처분을 내려만 준다면 황 전 청장의 후보등록과 선거운동은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는 게 선관위의 해석이다.  
지난 2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민갑룡 경찰청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소셜라이브]

지난 2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민갑룡 경찰청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소셜라이브]

 

Round 4.  

문제는 이 선거법 조항과 공무원법상 정치 운동 금지 조항이 정면충돌한다는 데 있다.

 
일단 키는 의원면직 허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뤄 온 민 청장에게 있다. 그는 수사 중인 사안이더라도 경징계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하면 의원면직을 허용할 수 있고,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불허할 수 있다. 대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은 오롯이 민 청장의 몫이다. 
 
익명을 원한 한 선거법 전문가는 “의원면직이 허용되면 출마 자체는 합법이지만 그렇다고 현직 신분의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까지 합법이 되는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 청장이 면직을 불허하면 그 시점에 따라 황 전 청장의 후보 등록이 좌절되거나 사후적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당선 뒤에 불허 결정이 나온다면 상대 후보나 정당이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할 공산이 크고, 황 전 청장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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