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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5년 후엔 노인 5명 중 1명이 치매…일본이 꺼낸 카드는?

중앙일보 2020.03.22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7)

 
 
치매예방을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족 간병인의 부담을 사회차원에서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치매예방을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족 간병인의 부담을 사회차원에서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사진 Pixabay]

 
S씨(65세 여성)는 9년 동안 동시에 두 부모를 병수발하며 살고 있다. 평소에 골다공증을 앓다 2년 전에 치매에 걸린 모친(78세, 간병인정등급 5)을 집에서 수발하기 시작했다. 모친이 간병등급을 받았을 때 부친(80세, 간병인정등급 2)도 간병상태가 되었다. 부모에게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던 여동생은 부모의 집 근처에 살고 있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효심이 깊은 S씨는 매일 힘든 간병생활을 하늘이 내린 시련이라고 생각하면서 혼자서 묵묵히 두 부모의 목욕, 식사, 배설 관리, 즉 더블 케어를 감당하고 있다. 집에서 동시에 두 부모를 간병하는 고통은 필설로 다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S씨에게 가장 큰 고통은 앞날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간병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부모와 배우자, 본인에게도 언젠가 닥칠지 모른다. S씨처럼 치매의 간병수발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의 싸움이다. 치매의 진행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현재의 의학으로는 진행을 늦출 수 있어도 아직 완치할 수는 없다. 치매증상이 진행되어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면 치매환자의 의사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일 자체가 훨씬 힘들어진다. 의사소통 문제 외에 배회와 망상, 환각 등 주변증상이 나타나면 가족간병인의 심신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힘든 고통을 견디며 집에서 계속 치매간병을 하다 보면 사회의 지인들과 점점 멀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생활에 절망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사람도 있다. 치매예방을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족 간병인의 부담을 사회차원에서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의 치매환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큐슈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 치매 환자수는 462만명이었지만 2025년에는 700만명으로 늘어나 5명 중의 1명이 치매환자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좋든 싫든 간에 누구나 가족 또는 이웃의 치매환자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된다.
 
 
치매는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치매인구가 대폭 증가하면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고령에 접어든 개인이 생산활동을 멈추고 의료와 지역, 가족의 자원을 계속 소비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치매 유병자 중에 입원치료를 받은 사람 중에 절반은 6개월 이내에 퇴원해 가정으로 돌아온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집에서 살아가는 고령자와 가족이 그만큼 많다. 가정에서 치매환자는 본래 생산활동을 하는 건강한 사람의 손을 빌려 살아가야 한다.
 
실제로 치매 고령자가 가족과 동거하는 비율은 61.6%(그중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 비율은 33%)로 매우 높다(2013년 국민생활기초조사). 이렇게 자립생활을 하는 치매환자는 적고 가족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2012년에 300만명이 치매환자를 돌보면서 살았고, 그 노동력은 2025년에 5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인구의 약 4.6%가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고,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
 
치료를 받은 치매환자의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도 많다. 퇴원 후에도 계속 돌봄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다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 가족은 일상생활에서 판단능력이 크게 떨어진 치매환자의 인격상실 모습을 생생하게 보면서 생활한다. 갑작스러운 배회, 시도 때도 없는 배설처리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치매환자 중에는 혼자서 배설, 식사, 목욕을 문제없이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간병인정 등급을 받지 못한다. 어느 80세 여성은 일상생활에 불편 없이 살아도 쇼핑을 못 하고 영양실조에 걸려 살아왔다. 균형 잡힌 식생활, 처방된 약품 복용을 제때에 하는지 실제 생활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다. 본인과 그 배우자가 함께 치매에 걸려 살아가는 노노간병의 비참한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구의 약 4.6%가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고,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 [사진 Pixabay]

인구의 약 4.6%가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고, 생산활동을 하지 못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 [사진 Pixabay]

 
생활능력을 잃어가는 치매 고령자를 가정에서 돌보기 어렵다. 배설할 수 없거나 배회 등의 증상이 급격히 늘어나면 가족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치매 고령자는 이웃 주민과 심각한 분쟁을 초래하고, 치매특유의 망상,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이 혼자 산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철도 등 교통기관을 둘러싼 사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매 운전자에 의한 비참한 사고 발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고재판소에서 자주 배회하는 위급한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배상책임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도 있다. 최고재판소는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고 치매환자가 어떤 사고를 일으켜도 가족이 감독 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경찰청은 면허갱신 시점에서 인지기능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림을 보고 기억나는 것을 대답하거나 지정된 시각을 시계에 기입하는 등 간단한 문제를 빨리 풀지 못하면 일상생활 자립도가 낮다고 판단한다. 2016년 인지기능 검사를 받은 고령 운전자 면허 소지자의 약 166만3000명 중에서 치매 우려가 있는 사람은 약 5만1000명(3.1%)이었다. 2010년 1만6000명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증가했다. 달리는 흉기로 돌변한 위험이 도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자체는 보건위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치매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도쿄도는 독신 고령자이자 치매환자의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2010년부터 위험한 고령 운전자를 포함해 치매증상이 있는 고령자,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치매환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치매증상이 있는 고령자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30년에 도쿄도의 고령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49만7774만명에 이르고, 그중에서 20.8%(약 73만명)가 치매증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45만명의 노동력이 치매 고령자의 간병을 위해 동원될 전망이다(치매고령자수의 분포조사, 도쿄도 2017. 3). 
 
수도권 전체로 보면 2030년 고령인구는 990만명에 이르고,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은 대략 평균 28%가 예상된다. 약 22.1%의 고령자가 치매증상이 있다고 가정할 때 수도권에서만 219만명이나 된다. 2025년에 700만명, 2030년에는 820만명으로 예상되는 치매환자의 25%가 수도권에서 살아간다. 약 115만명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회보장분야에서 일하거나 가정에서 간병생활을 보내야 한다.
 
문제는 수도권에 간병에 적합한 도시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치매 고령자를 지속해서 대처해 나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2016년 가족이 있는 치매 고령자가 행방불명이 되는 배회나 노상에서 사고는 연간 45명 중의 1명 꼴이다. 그러나 2030년 치매증상이 있는 사람이 219만명이 될 때는 연간 4만7000명의 고령자가 어떤 사건을 일으키거나 행방불명이 된다(2016년 경찰청 통계자료). 매일 130명 이상의 치매 고령자가 어떤 곳에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독신 고령자의 치매문제는 더 심각하다. 치매에 걸린 독신 고령자는 세상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어떤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
 
이제는 멀리 내다보고 사회제도와 인프라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단순히 교통기관과 도로를 고령 친화형으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치매고령자의 돌봄문제로 고민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회제도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고령자를 돌보고, 돌봄 서비스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도시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늘어나는 빈집 주변에 흩어져 사는 독신 고령자의 치매대책을 사전에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모든 도시계획에 이러한 고령화 대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치매환자가 존엄한 생활을 유지하고, 최후기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상황에 따라 자립생활이 어려운 고령자를 의료시설이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치매환자가 존엄한 생활을 유지하고, 최후기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상황에 따라 자립생활이 어려운 고령자를 의료시설이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일본에서 고령화 대책에 관련된 예산은 많이 늘어날 것이다. 빈집 대책으로 많은 독신고령자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시설로 불가피하게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면허를 반납하고 자동차 없이 쇼핑할 수 없는 고령자도 어떻게 지원할지 큰 문제다. 2030년 고령인구에 대비해 수도권에서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 인프라 설계는 중대한 고령화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고 생산성이 없는 지역을 버리고, 사람이 활동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지역으로 공공서비스를 집중하는 대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구감소 시대에 사회제도를 실현하려면 채산에 맞게 생활권을 한정하여 중요한 재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령 치매환자의 의료 케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치매환자가 존엄한 생활을 유지하고, 최후기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정된 재정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편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상황에 따라 자립생활이 어려운 고령자를 의료시설이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제 가족만으로 치매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다. 국가, 의료기관, 지역사회, 가족이 함께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치매환자가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기 전에 치매환자를 돌보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가족이 안고 살아가는 삶의 고통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간병과 종말기 의료 문제는 인간으로서 사회성을 잃어가는 고령자를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심연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2025년 500만명 이상의 삶의 고뇌를 일으킬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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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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