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잠옷차림 출근? 업무효율 높이는 재택근무의 기술

중앙일보 2020.03.22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69)  

2019년 어느 조사에 의하면 기업의 41%가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표준어가 되는 WFH(Working From Home), 꿈만 같았던 재택근무가 여러 이유로 인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에 따라 누리는 재택근무는 정말 꿈만 같을까? 재택근무는 꿈속에서만 달콤했음을 경험하는 사람도 늘어가는 것 같다.
 
재택근무의 트렌드, 장단점을 논하기보다는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이런저런 고려 사항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수 주일 범위 내의 재택근무는 생산성 향상으로 비교적 쉽게 이어질 수 있으나, 재택근무가 수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사전 준비

어디를 가나 직원이 원할 때 100%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에 필요한 앱과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회사가 사전에 지정해줘야 한다. [사진 pixabay]

어디를 가나 직원이 원할 때 100%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에 필요한 앱과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회사가 사전에 지정해줘야 한다. [사진 pixabay]

 
회사 전체가 재택근무를 할 준비를 했는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 주어진 업무만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비중이 높은 직급과 산업군을 제외하고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직원이 원할 때 100%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에 필요한 드롭박스, 슬랙, 줌 등과 같은 앱과 기술을 똑같이 갖출 수 있도록 회사가 사전에 지정해줘야 한다. 또 직장에서 사용하던 대형 모니터 등이 필요하다면 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해 줘야 한다. 의외로 이 부분을 간과하거나 “요즘 이런 것도 없는 집이 있나?”라며 당연시하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기술적 준비 사항을 사전에 지정하고 제공해주지 않으면 생산성도 떨어지고 혼돈을 겪게 된다.
 
평상시에 당연해 보이던 것들도 전면적인 재택근무 시행을 위해서는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와이파이와 노트북 등을 사무실 밖에서도 사용하기 원활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어떤 국가에서는 간단한 일이지만, 어떤 국가에서는 신속하게 준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해외 업무가 많은 경우 스타트업의 상황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에게 기업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존폐가 결정된다. 이런 기업 문화를 강화하고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대면접촉이 필수로 필요하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이 팀으로 협력하고 회의할 기회가 종종 있을 것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재택근무 중에도 직원이 충분히 체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면접촉 필요 시 구성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적절한 회의 공간과 협력 공간을 사전에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재택근무가 부르는 소통의 단절

출근해서 퇴근까지 팀원끼리 수시로 얼굴 맞대고 일할 때는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원하는지 신입사원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는 순간 특정 시간을 정해서 서로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지 않으면 팀의 업무 추진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재택근무 중에 이를 수시로 교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업무 시작과 함께 10분 킥오프 미팅을 하고, 업무마무리와 함께 10분 랩업 미팅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자칫하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 기업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임직원 개인이 원하는 목표가 일치하는 곳인 스타트업에서는 이게 훨씬 수월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전체 업무 파악 미팅은 서로의 업무 상황을 전달하는 수준으로 최소한 간결하게 실시하고, 보다 상세한 업무 내용 교환이 필요하면 별도의 화상회의를 갖도록 한다. 또 재택근무의 장점 중 하나인 유연성 확보를 위해 즉각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서로가 양해하는 원칙을 미리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별히 즉각적인 소통이 불가한 시간대가 있으면 이를 분명하게 사전에 팀원에게 알려야 한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슬랙이나 줌과 같은 원격근무 툴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툴은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에, 팀원 전체가 사후에도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재택근무가 고객과의 단절을 가져오면 안 되는데, 협업 툴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과 응대가 가능하도록 준비할 수 있기도 하다.
 

쉼 없는 업무의 연속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장점이 생김과 동시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언제나 일하게 되는 단점도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평소에 하던 일상을 수행해보자. [사진 pxhere]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장점이 생김과 동시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언제나 일하게 되는 단점도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평소에 하던 일상을 수행해보자. [사진 pxhere]

 
창업가는 창업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목적의식과 소망을 추구하려 하기에 모든 시간과 사물을 자신의 사업과 연관 짓는 습성을 가진다. 사실상의 24시간 업무다. 어차피 24시간 업무가 일상이라 해도 사무실 화이트보드를 보며 회사 관련 일을 생각하는 것과 바다를 보며 회사 관련 일을 생각하는 것은 스트레스 종류와 강도가 아주 다르다. 창업가가 맨날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 강도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스타트업 구성원에게도 맨날 집에만 있어 생기는 문제는 심각한 피로감을 낳을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장점이 생김과 동시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언제나 일하게 되는 단점도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평소에 하던 일상을 수행해본다. 이전에 출근 전 하던 요가를 일정한 시간에 하고, 출근 후 마시던 똑같은 차를 마시며, 퇴근 후 즐겨 먹던 간식을 먹는 것이다.
 
반대로 집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 있으면 자꾸 집안일이 눈에 들어온다. 저녁때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 앙버터빵, 밀린 빨래와 청소, 전기 요금 및 관리비 납부, 방금 배달 온 택배 뜯어 보기, 시청하다 멈춘 넷플릭스 등. 그걸 먼저 해야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온갖 집안일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지금은 업무시간이라 분명히 다짐하고 집안 식구에게도 알려야 한다. 모든 집안의 이슈로부터 단절하지 못하면 집안일도 업무도 둘 다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고립과 외로움에 따른 의욕 저하

외로운 가을에는 커피를 마시고 싶고, 낙엽을 걸으며 인생무상을 논하게 된다. 외로움은 사람의 의욕을 저하한다. 따라서 적절하게 줌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팀, 구글 행아웃 등과 같은 화상회의 툴을 이용해서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팀원 서로가 마주 보고 일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성 통화보다는 영상 통화가 더 효과적인 이유는 영상 통화를 해야 세수도 하고 옷도 갖춰 입는 등 더 스스로가 자기 관리에 신경 쓰게 되기 때문이다.
 
고립감을 덜 느끼도록 때때로 팀원 전체가 회사에서 만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면 좋다. 재택근무의 시대로 갈수록 집은 더욱 집중의 공간이 되고, 회사는 더욱 협업의 공간이 될 것이다. 보건과 위생의 이슈가 있다면 가급적 야외 장소에서 회의하거나, 팀 리더가 돌아가며 팀원 중 한 명을 직접 만난 상태에서 나머지 팀원들과 함께 화상회의를 하는 방법 등도 있다. 업무 외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면 다 같이 화상 생일 축하를 하거나 혼술을 하며 취중 화상 회식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혼자 사는 팀원에 대한 창업가의 집중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고립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배우자 및 아이와 함께하는 재택근무

가족이 함께 있으면, 특히 아이와 함께 있으면, 갑작스럽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쏟아진다.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해 서로가 해야 할 일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고 시간을 정해서 그 일을 하도록 규칙을 정하자. [사진 pxhere]

가족이 함께 있으면, 특히 아이와 함께 있으면, 갑작스럽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쏟아진다.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해 서로가 해야 할 일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고 시간을 정해서 그 일을 하도록 규칙을 정하자. [사진 pxhere]

 
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존버라는 단어가 있다. 창업가에게는 여기에도 등급이 있다. 싱글은 그냥 존버, 배우자가 있으면 강력 존버, 배우자와 아이까지 있으면 초싸이언 극강의 존버다. 학교에 가지 않는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를 옆에 두고 창업과 업무를 집에서 본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여러모로 업무에 대한 부담은 증가할 것이니 미리 마음을 먹고 준비하자. 마음을 미리 먹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가족이 함께 있으면, 특히 아이와 함께 있으면, 갑작스럽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쏟아진다.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해 서로가 해야 할 일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고 시간을 정해서 그 일을 하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아이가 아주 어리다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또 이런 상황을 팀원들이 인지하도록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알려서 일시적 업무 지연으로 인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이와 관련해서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겠다. 가족과 함께하는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단점에 집중하지 말고 장점에 집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수시로 볼 수 있으니 참 좋은 일이다.
 

움직이지 않는 몸

평상시 출퇴근 시간을 지옥이라 여긴다. 비 오는 날은 불편하게 우산을 써야 하고, 눈 오는 날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온몸에 있는 힘껏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뜨거운 여름에는 흐르는 땀에 출퇴근길은 엉망이 된다. 출퇴근 시간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재택근무를 하면 이보다 더한 낙원이 없다. 나의 출퇴근길은 단 10걸음도 안 된다.
 
그러나, 10걸음 출퇴근 생활을 하다 보면 곧 ‘미세먼지를 마셔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은 가능한 한 삼가야 하니, 본인에게 맞는 운동 방법을 찾기 바란다. 실내에서 하는 운동으로 요가 또는 서킷운동은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지역경제도 살릴 겸 가까운 동네 음식점에 들려 포장 주문을 하고 오는 것도 좋다. 가끔은 노트북을 들고 인적이 드문 동네 뒷산에 올라가거나 자가용이 있다면 강화의 외딴 바닷가에 나가서 캠핑용 의자에 앉아 밀린 문서작업이나 업무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

창업가도 재택근무를 오래 하면 할수록 외롭고 힘들 수 있다. 나부터 고립감에 의해 의욕이 저하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규칙적으로 행동에 옮겨 몸에 배게 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팀원 간의 관계 형성은 스타트업 존속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팀원 간의 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택근무라고 마냥 생산성이 향상되고 행복할 수는 없다. 똑같이 사람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라서 재택근무 중에도 슬럼프에 빠지고 번아웃 되기도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겪게 되는 모든 것을 다 겪게 되니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도 없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재택근무라고 다른 업무 방식보다 특별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지, 상황에 맞게 다른 방식들이 새롭게 더해질 뿐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 첫 순간부터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기보다는 일상 회사 생활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에게 맞는 재택근무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기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많은 분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감사드린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김진상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필진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창업의 길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만만히 봤다가 좌절과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그 창업은 돈이 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소용돌이치는 기업 세계의 시대정신은 스타트업 정신입니다. 가치, 혁신, 규모가 그 키워드입니다. 창업에 뛰어든 분들과 함께 하며 신나는 스타트업을 펼쳐보겠습니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