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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쌈장 같은…아르헨티나 고기 소스 '치미추리'란?

중앙일보 2020.03.22 05:01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전통 고기 그릴 요리 '아사도'. 다양한 육류를 숯불에 3~5시간 정도 천천히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혀 먹는 게 특징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전통 고기 그릴 요리 '아사도'. 다양한 육류를 숯불에 3~5시간 정도 천천히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혀 먹는 게 특징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가 아르헨티나를 여행 중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아르헨티나는 6일 정도의 여행 기간 동안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다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나라인데, 생소한 음식과 소스 이름으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트래블러로 동참한 배우 강하늘과 안재홍, 그리고 아이돌 가수 옹성우는 아르헨티나에 도착할 때부터 ‘아사도’라는 고기 요리에 푹 빠졌다. 과연 아사도는 어떤 요리일까. 아사도를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소스 ‘치미추리’는 또 어떤 맛일까.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 아르헨티나 출신의 셰프로 이탈리안부터 스패니시까지 다양한 유럽식 모던 퀴진을 전공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 아르헨티나 출신의 셰프로 이탈리안부터 스패니시까지 다양한 유럽식 모던 퀴진을 전공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텔 파크 하얏트 서울의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에게 도움을 청했다. 평소 한식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7년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으로 부임한 후부터 ‘사찰음식의 길’ ‘해녀 프로모션’ ‘맛의 방주’ 등 한식 관련 프로모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사라져가는 음식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진행 중인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 동참했는데, 이때 제주도의 진귀한 식재료인 푸른콩장·오분자기·꿩엿·재래돼지·댕유지(당유자) 등을 활용한 5코스 디너를 선보였다. 한식에 대한 이런 관심과 노력을 인정받아 한식진흥원이 주최한 월드 한식 페스티벌에서 ‘명예 건강한 食 서포터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전통 고기 그릴 요리 '아사도'.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전통 고기 그릴 요리 '아사도'.

아사도는 어떤 음식인가.
아사도(Asado)는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전통 요리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그릴 주변에 모여서 다양한 종류의 육류(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닭·소시지·순대 등)와 채소를 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다. 원래 3~5시간 이상을 구워야 하고, 이때 아사도 구이를 책임지는 사람을 ‘아사도르(Asador)’라고 부른다. 아사도의 준비 과정부터 조리, 맛있게 구워진 정도까지 체크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맛있는 아사도를 만드는 비결은 낮은 온도의 불에서 오랜 시간 굽는 것으로, 그래야 겉은 바삭하지만 안은 육즙을 머금은 촉촉한 아사도의 매력이 발휘된다. 아사도를 만들 때 대부분의 경우, 소금물을 드레싱처럼 육류 표면에 발라 구워 시간이 지나면서 적절한 간이 배어들게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전통 고기 그릴 요리 '아사도'.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전통 고기 그릴 요리 '아사도'.

아르헨티나에선 언제 아사도를 즐겨 먹나.  
한국에서 온 가족이 모이면 불고기나 갈비를 먹듯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주말 또는 휴일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아사도를 즐겨먹는다. 그 외에도 엠빠나다(Empanadas·남미식 만두)나 밀라네사(Milanesa·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돈까스 비슷한 요리) 등도 즐겨먹지만, 아사도의 인기를 따라올 순 없다.  
 
아사도를 구울 때 그릴에 함께 곁들여 굽는 재료는.
호박, 프로볼로네 치즈, 옥수수 같은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올리기도 하지만, 가장 전통적인 아사도 스타일은 다양한 종류의 육류와 소시지, 창자 등을 굽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전통 고기 요리인 '아사도'를 굽는 대표적인 그릴 종류 '크루즈'.

아르헨티나의 전통 고기 요리인 '아사도'를 굽는 대표적인 그릴 종류 '크루즈'.

아르헨티나의 전통 고기 요리인 '아사도'를 굽는 대표적인 그릴 종류 '빠리샤'.

아르헨티나의 전통 고기 요리인 '아사도'를 굽는 대표적인 그릴 종류 '빠리샤'.

아사도를 굽는 도구가 따로 있나.
두 종류의 메인 도구가 있는데 바로 크루즈(La cruz)와 빠리샤(La parrilla)다. 영어로는 십자가(cross)를 의미하는 크루즈는 T자 모양의 받침대로 육류를 고정시켜 굽는데 사용한다. 이 방법은 아르헨티나 남부 지역에서 양고기나 소고기를 구울 때 사용한다. 빠리샤는 아사도를 위한 그릴이다. 네 개의 다리가 있는 낮은 높이의 그릴로 달궈진 숯 위에 올려놓고 재료들을 굽는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고기 소스 '치미추리'.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고기 소스 '치미추리'.

아사도를 먹을 때 꼭 필요한 ‘치미추리’ 소스란.
한국식 바비큐를 먹을 때 쌈장을 곁들이는 것처럼, 아사도를 먹을 때는 반드시 치미추리(Chimichurri)를 같이 먹어야 한다. 치미추리는 매우 신선한 소스로 차갑게 먹는 게 특징이다. 생 허브 또는 말린 허브 향신료를 옥수수기름, 식초와 섞어 만든다. 파슬리·마늘·오레가노를 믹서기에 넣어 잘게 갈고 옥수수 오일, 식초와 섞은 후 레몬 껍질을 살짝 더해주면 더욱 상큼하다. 마지막으로 소금과 약간의 고춧가루로 간을 한다. 치미추리는 한국의 고추장·된장처럼 모든 사람이 가장 즐겨먹는 소스지만, 한국의 장류와 달리 발효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숙성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들어서 오래 보관해 두고 먹을 수 있다.  
 
세 명의 트래블러 강하늘·안재홍·옹성우는 아사도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와인을 즐겨 마셨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한국에서 가장 친숙한 와인이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구워 먹는 아르헨티나에선 고기마다 어울리는 와인 품종을 어떻게 고를까. 이번에는 파크 하얏트 서울의 김민정 소믈리에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TV에선 양고기 아사도를 먹을 때 말벡 품종의 와인을 추천하던데.  
아르헨티나 와인하면 말벡(Malbec)이 바로 떠오를 만큼 잘 알려진 와인 품종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외에도 아르헨티나에는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이 많다. 토론테스(Torrontes),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시라(Shiraz), 피노 누아 (Pinot Noir) 등으로 만든 다양한 스타일의 아르헨티나 와인들이 소개되고 있다.  
 
음식 종류별로 잘 어울리는 아르헨티나 포도 품종을 추천한다면.  
일반적으로 육류 요리에는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을 때의 궁합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해준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산뜻하고 발랄한 토론테스 화이트 와인과 육회 요리의 조합을 추천한다.  
*추천 와인 : 알라모스 토론테스(Alamos Torrontes)
 
육즙이 풍부한 한우 또는 양고기 구이는 오크 숙성을 거쳐 풍미가 복합적이고 웅장한 샤르도네 와인을 추천한다. 레드와인을 잊을 만큼 멋진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와인: 카테나 자파타 아드리아나 샤도네이 화이트 스톤(Cantena Zapata, Adrianna Chardonnay White Stones)
 
한우 구이, 돼지고기(이베리코·삼겹살 등), 양고기, 양념갈비 등 국내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육류 요리와 아르헨티나의 피노 누아 와인 역시 훌륭한 조합이다.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햇살 덕분에 다른 지역의 피노 누아 와인보다 더욱 잘 익은 붉은 과일 풍미들과 함께 스파이시한 향이 어우러져 입 안에서 좋은 구조감을 자랑한다. 특히 도톰한 이베리코 갈비, 삼겹살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추천 와인: 보데가 차크라 피노누아(Bodega Chacra Pinot Noir)
 
말벡과 비슷하지만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시라 품종에 약간의 비오니에 품종을 블렌딩해서 훨씬 우아하게 만든 ‘시라-비오니에’ 와인은 어떤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데 특히 양념 소갈비 또는 볼로네제 파스타와 함께 즐길 것을 추천한다. 달콤 짭조름한 양념 소갈비와 입안을 가득 채우는 시라-비오니에의 바디감과 산도, 잘 익은 과일 풍미와 화사한 바이올렛 꽃향, 초콜릿 풍미와의 조합은 아주 훌륭하다.  
*추천 와인 : 트라피체, 이스까이 시라 비오니에(Trapiche, Iscay Syrah-Viognier)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페데리코 하인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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