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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 환자·의료진·국민을 오해했다···코로나 현장서 알아챈 진실

중앙일보 2020.03.22 05:00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5 (마지막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할 무렵, 스타트업 대표인 오성훈(28)씨는 서랍 속 간호사 면허증을 꺼냈다. 2018년까지 전남대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파견 지원서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내달라"고 적었다. 지난달 29일부터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일주일 근무했다. 이후 6일부터 안동의료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웹툰 작가이기도 하다. 코로나 현장을 담은 그림일기를 연재한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의료지원 파견 근무 21일 차, 마지막 근무를 마쳤습니다. 처음엔 확진 환자를 간호한다는 게 두렵고 떨렸습니다. 현장에 오기 전엔 코로나19에 대한 세 가지 오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 와서 보니 오해가 말끔히 풀렸습니다. 오히려 그 공포와 불안이 용기와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첫 번째 오해는 ‘확진자’ ‘격리자’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저 스스로 ‘공포의 대상’으로 낙인찍었습니다. 절대 접촉해서는 안 될 거 같았습니다. 그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아무 증상이 없는 ‘접촉자’나 ‘격리자’들까지도 꺼렸습니다. 확실히 감염이 되지도 않았지만 따가운 시선과 차가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하지만 폐쇄 병동의 환자를 마주하고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간호하며 대화를 해보니 그들도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게 아니었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병균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다가왔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미안해졌습니다. 왜 남에게 피해를 주냐며 그들을 죄인 취급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들도 누군가에겐 아들, 딸이고 어머니, 아버지였습니다. 한 명의 국민이었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두 번째 오해는 의료진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희생과 헌신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오히려 의료진들이 확진자를 만나니 그들을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남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자신의 삶을 내어 바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직접 와서 의료진들을 보니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그들은 보호복을 하루에도 몇 번씩 입고 벗습니다. 온몸을 땀으로 샤워를 합니다. 마스크와 고글 때문에 얼굴에 상처와 트러블이 나지만 밴드를 붙여가며 묵묵히 일합니다. 어느 간호사는 4월에 결혼이었지만 끝까지 코로나와 싸우겠다고 결혼을 6월로 미뤘습니다. 50대 노장 간호사는 행여나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14층 아파트를 걸어 올라간다고 합니다. 열이 나거나 몸이 조금만 쳐지면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나 매 분초 긴장 속에서 살아갑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이들도 사람이기에 두렵고 떨립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사명감으로 버텨 나갑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확진자가 있는 병원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들을 배척하거나 꺼린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생명을 담보로 최선을 다한 일의 결과가 이러한 병균 취급이어야 할까요. 이들을 만나면 웃으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마지막 오해는 국민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온 국민이 이렇게까지 하나 되어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가 없이 본인의 시간과 정성, 재능과 물품을 후원합니다. 이 사태의 무거운 짐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가 나누어 짊어지려 합니다.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들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을 거 같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코로나로 인해 사회가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두려움 직면하니 용기와 희망으로 변해 갑니다. 쌓였던 오해들 마주하니 용서와 사랑으로 변화됩니다. 생명을 걸어가면서까지 자신을 내려두고 자식과 떨어지면서까지 스스로 격리하는 국민과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기에 사태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어느덧 봄이 되고, 벚꽃들이 한두 송이 피어납니다. 그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하루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국가와 국민, 의료진이 힘을 모은다면 기적은 일어납니다. 끝까지 힘을 내주십시오!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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