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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언박싱]이수진vs나경원 판사 대결, 흑석동이 운명 가른다

중앙일보 2020.03.22 05:00
중앙일보 ‘총선 언박싱(unboxing)-더비’는 제21대 총선에서 화제의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와 속사정, 중앙일보만의 깊이있는 분석 등을 꼭 집어 정리해드립니다.
 

동작을 더비②
'여당 필승론' vs '보수정당 4연승' 둘 중 하나는 깨진다

“예측 불가” 
동작을의 판세를 묻자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딱 잘라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전직 여성 판사 맞대결로 주목을 받는 동작을은 표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바람에 휩쓸리지도 않고, 정당 선호도도 위력이 없다. 인물 개인기만 먹힌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평이다.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이같은 설명이 과장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2012년 총선 때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그해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또 2014년 보궐선거에선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이겼고, 그해 지방선거에선 이창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다. 또 서울에서 새누리당이 완패했던 2016년 총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당선됐고, 이듬해 대선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4·15 총선 서울 동작을 이수진 VS 나경원  [연합뉴스]

4·15 총선 서울 동작을 이수진 VS 나경원 [연합뉴스]

 

관전포인트 1. 1996년 총선 이래 여당 후보만 승리 

동작을의 역사 및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동작을의 역사 및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만 그런 와중에도 동작을만의 특징이 하나 있다. 1996년 총선 이래 여당 후보만 당선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선 야당의 험지다.
 
동작을 지역구가 처음 신설된 것은 1987년 제13대 총선이다. 1987년과 1992년 총선에선 야당인 평화민주당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1996년부터는 신한국당(제15대)-새천년민주당(제16대)-열린우리당(제17대)-한나라당(제18대)-새누리당(제19ㆍ20대) 등 여당 후보만 줄곧 당선됐다.  
1996년 이래 동작을 총선에서 정당별 당선 추이

1996년 이래 동작을 총선에서 정당별 당선 추이

  
이처럼 동작을의 ‘여당 후보 선호’가 뚜렷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개발 욕구’가 작용한다고 본다. 동작을은 사당 1~5동, 상도1동, 흑석동으로 구성돼 있다.
 
동작을에서 동작대로나 사당역만 지나면 바로 서초구다. 교육, 주택, 교통 등 각종 인프라에서 서초구가 비교 대상이다. 강남 개발사를 다룬 『강남의 탄생』의 저자인 강희용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70년대 강남이 본격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동작을 지역이 소득이나 인프라 수준이 앞섰다. 당시엔 이 지역을 ‘강남’이라고 인식했을 정도다. 그래서 이 지역 주민들은 박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 지역 땅값 추세를 다룬 1970년 2월 27일 자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사당동은 1969년 10월 평당 4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반면 압구정동(1500원), 삼성동(1500원), 반포동(3000원) 등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뒤 삼성동이나 논현동이 300~500%씩 땅값이 오른 반면 개발에서 소외된 사당동은 17% 오르는 데 그쳤다.
1970년 2월 27일자 중앙일보 [중앙포토]

1970년 2월 27일자 중앙일보 [중앙포토]

 
따라서 중앙정부의 예산이나 개발계획을 끌어올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총선마다 동작을의 메인 이슈는 재개발이었다. 이곳에서 재선한 나경원 후보는 아예 기존 강남 3구에 동작구를 더한 ‘강남 4구’를 선거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동작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가운데)가 16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동작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가운데)가 16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최근 미래통합당 계열의 보수 정당이 선전한 이유로 민주당 측의 공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18대 총선 때는 정동영 후보가 전략공천 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고, 19대 보궐선거에선 기동민·허동준 두 후보가 공천을 두고 멱살잡이까지 가는 갈등이 벌어졌다. 결국 공천 갈등이 조직력 약화를 야기하면서 지지층 결집력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에서 준비해온 후보 대신 이수진 후보가 전략 공천되면서 말이 나왔다. 다만 기존 예비후보들이 모두 승복하면서 갈등 요소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관전포인트 2. '경제력'이 좌우한다

최근 다섯차례 선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다섯차례 선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역 표심이 경제력 있는 후보에 우호적이라는 일종의 속설이다.   
 
2004년 총선에서 이긴 이계안 열린우리당 후보는 현대자동차 사장ㆍ현대카드 회장 출신이다. 2008ㆍ2012년 총선에선 현대중공업 소유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고, 2014년 보궐선거와 2016년 총선에선 사학 집안 출신의 나경원 의원이 당선됐다. 모두 경제적으로 넉넉한 이미지다. 
반면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가진 노회찬 전 의원은 2014년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패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이수진 후보는 현재 본인을 나 후보와 대비시키며 ‘흙수저’를 자처하고 있다. 따라서 둘 중 누가 이겨도 오랜 기간 동작을을 휘감고 있던 여권 필승론과 경제력 필승론 중 하나는 깨지게 됐다.  
 

관전포인트 3. 흑석동 뉴타운이 가른다 

20대 총선 동작을 각 후보별 득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대 총선 동작을 각 후보별 득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흑석동 선거인 수는 2만7515명(제20대 총선 기준)으로 동작을 전체 인구수(16만1781명)의 17% 정도다. 동작을에서 비교적 경제적 수준이 좋아 보수 정당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여야가 1:1 구도로 맞붙었던 2014년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는 흑석동에서 5466표를 얻었다. 노회찬 후보는 4453표를 얻었다. 나 후보가 약 1000표 앞섰다. 동작을 전체 득표에서도 나 후보가 3만8311표, 노 후보가 3만7383표로 약 1000표 차이가 났다. 흑석동에서 이긴 표 차이가 그대로 선거 결과까지 이어진 셈이다.
흑석동 뉴타운 [중앙포토]

흑석동 뉴타운 [중앙포토]

 
그런데 2012년 이후 흑석동 뉴타운 개발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8년 입주한 흑석동 재개발 8구역(롯데캐슬 에듀포레ㆍ545세대)과 7구역(아크로리버하임ㆍ1073세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다. 1600여 세대로 최소 3000표 이상이 예상되는데 2019년 입주해 표심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3040이 많은 신규 아파트 특성상 여권 성향이 다소 높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남성역 인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남성역 인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와 관련 나경원 후보는 “동작 주민은 지난 6년간 지역 개발을 위해 뛰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계신다. 지역 발전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주실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수진 후보는 "이제는 좀 바꾸자는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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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article/23735437
 
특별취재팀 유성운ㆍ손국희ㆍ이태윤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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