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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만 입국제한에 통화스와프···코로나로 부각된 동맹효과

중앙일보 2020.03.22 04: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오른쪽).[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오른쪽).[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동맹 우산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발 입국 제한을 상호 협의로 유연하게 적용한 데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를 방어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한ㆍ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조기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와 6개월간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에도 호주ㆍ브라질ㆍ멕시코ㆍ스웨덴ㆍ싱가포르ㆍ덴마크ㆍ노르웨이ㆍ뉴질랜드 등 9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각국 통화를 안정적인 환율로 맞교환할 수 있도록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진 20일 코스피 지수는 108.51포인트(7.44%) 급등하며 1500선을 회복했다. 달러당 1300원 선을 위협했던 환율도 하루 새 35원이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조치는 물론 미국의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2008년 어렵사리 확보했던 한ㆍ미 금융당국 간 공조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고, “한국 외환시장의 최대 안전판은 역시 한·미동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은 캐나다·중국 등과도 통화스와프 체결이 돼 있지만, 미국 달러 유동성 확보가 시장에 보다 강력한 시그널일 수밖에 없다.
 
21일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2008년이나 지금이나 한·미동맹 관계가 밑바탕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9개국의 면면을 보면 모두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인 국가”라고 말했다. 2008년 통화스와프 체결 국가들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가동은 트럼프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이 여러 현안에서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한·미 간 신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Fed의 이번 조치가 한국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호주ㆍ브라질ㆍ멕시코 등 신흥시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의 ‘약발’이 시장에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현재로썬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발 미주노선에 대한 출국검역 강화를 실시한 지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발 미주노선에 대한 출국검역 강화를 실시한 지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미국이 전반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조치를 했던 것도 '동맹 효과'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게 입국 제한 문제였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전면 입국 금지(1월 31일 발표)를 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 한국에서 확진자 수가 폭등했지만, 미국은 한국발 입국 제한은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탈리아 확산세로 이달 11일(현지시간) 유럽발 입국자를 차단하기로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방역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브리핑하는 등 한국 외교ㆍ보건 당국이 총력전으로 뛴 것과도 무관치 않지만, 큰 그림에서 미·중 경쟁 구도하에서 한·미 동맹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ㆍ중 관계 전문가인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소장은 “미국이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은 미·중 경쟁 구도를 의식한 것이고, 이에 따라 동맹ㆍ우방국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올해 초반 워싱턴에서 한국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악화했음에도,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 성과로 받아들이기보다 미측의 전략적 판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은= 2008년 한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방어했던 또 다른 ‘뒷배’는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그해 10월 사상 첫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가 2008년 300억 달러, 2011년 700억 달러 수준으로 증액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고 잔여 금액도 2015년 2월 만기가 끝나면서 완전히 종료됐다.
 
이후 재개 논의가 이뤄졌는데, 2017년 초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일본 쪽에서 논의를 아예 중단해버렸다. 과거사ㆍ외교 문제로 관련 논의가 끊어진 만큼 이번 정부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제징용ㆍ수출규제 문제로 갈등이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한국은 이미 통화스와프 재개 요청을 했지만,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말도 외교가에 돌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21일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며 “어떤 계기에 재개할지는 기재부와 협의하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이유정 기자,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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