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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해외 여행 전면 금지…스페인은 전국민 이동 제한

중앙선데이 2020.03.21 00:21 678호 7면 지면보기

[코로나19 비상] 문 닫는 지구촌

지난 19일 미국 휴스턴의 한 병원 진입로에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들이 3㎞ 이상 길게 줄을 서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 휴스턴의 한 병원 진입로에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들이 3㎞ 이상 길게 줄을 서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세계 모든 국가로의 여행 금지를 강력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인의 해외여행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것은 전례 없는 조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전쟁 중인 나라에 발령하던 조치
해외 체류 미국인에겐 귀국 명령
캘리포니아 주민 4000만 자택 격리

이탈리아 사망자 수 중국 추월
프랑스 칸 영화제도 결국 연기

미 국무부는 이날 자국민을 대상으로 발령하는 여행 권고를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최고 4단계인 ‘여행 금지’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통상 4단계는 예멘·소말리아처럼 현재 전쟁 중인 나라에 발령됐다. 미 국무부 여행 권고는 1단계 일반적 사전 주의, 2단계 강화된 사전 주의,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 등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미 국무부가 ‘여행 금지’를 발령한 곳은 중국·이란 전체와 한국 내 대구, 이탈리아 내 롬바르디아·베네토 지역 등이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영향으로 미국 시민들에게 모든 해외여행을 피하라(avoid)고 권고(advise)한다”고 밝혔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여행 제한과 강제 격리,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항공편 운항도 속속 중단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이어 “해외여행을 선택할 경우 미국 밖에서 무기한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이 해외로 나갈 경우 다시 미국으로 상당 기간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미국인에겐 귀국을 명령했다.
 
국무부는 “해외에서 무기한 체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민간 항공기가 아직 운항 중인 나라에 있는 미국 시민은 즉각 미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인의 해외여행 금지 권고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의 하나다. 중국·이란·유럽연합(EU)에서 출발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자국민의 해외 출국을 막고 귀국을 명령하면서 사실상 국경을 닫기로 한 셈이다.
 
미 국무부는 미국인에 대한 여권 발급도 중단했다. “생사를 가를 정도로 긴급한 사항 외에는 당분간 여권을 발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긴급 사항은 본인의 위중한 질병이나 가족 사망 등으로 3일 이내에 국제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내 확진자는 이날 1만4000명을 훌쩍 넘었다.
 
그런 가운데 미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9일 모든 주민들에게 자택 격리 명령을 내렸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대상으로 “집에 머물(stay-at-home) 의무”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고 발병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이다. 캘리포니아주 전체 주민 4000만 명이 대상이다. 주 정부가 모든 주민들에게 자택 격리 명령을 내린 것은 미국 내 처음이다.
 
뉴섬 주지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8주간 캘리포니아 전체 주민의 절반이 넘는 255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선 “캘리포니아주 인구의 56%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환자가 급증할 경우 캘리포니아의 모든 병원이 보유한 병상 수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연방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이번주 초 모든 음식점과 술집·영화관·헬스클럽 등 다중 이용시설의 영업 중단을 명령한 상태다. 음식점은 매장 내 영업은 금지하되 배달이나 포장 판매는 가능하도록 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각종 행사와 모임도 전면 금지했다.
 
이번 명령으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매, 병원 진료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 대형 마트와 주유소·병원·은행 등은 필수 생활시설로 분류돼 정상 운영된다. 산책 등 야외 활동도 일부 가능하지만 외출할 경우 사람 간 간격을 6피트(1.8m) 이상 유지하라고 주 정부는 권고했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산도 급증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는 중국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누적 사망자는 3405명으로 같은 날 3245명으로 공식 집계된 중국보다 많았다. 세계 최다 사망자 수다. 치사율도 8.3%로 중국의 2배다. 누적 확진자 수도 4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확진자가 1만8000명, 사망자가 830명을 넘어선 스페인에서는 전 국민 이동 제한령이 유지되는 가운데 수도 마드리드의 고급 호텔들이 코로나 대응 전문 병원으로 속속 전환됐다. 독일 정부는 의료 지원에 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날 독일 내 확진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
 
프랑스에선 세계적인 축제인 칸 영화제도 결국 연기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5월 1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영화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며 “6월 말부터 7월 초에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임주리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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