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코로나 두 달…방역과 경제 ‘두 전쟁’ 승리해야

중앙선데이 2020.03.21 00:20 678호 30면 지면보기
중국발 코로나19 국내 1호 확진자가 나온지 두 달이 지났다. 확진자는 8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어제 100명을 돌파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종식을 아직은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장기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정부 대책이 상황 변화를 뒤따라 가는 찔끔찔끔 뒷북 대책에 그쳐서는 이 국난을 조기에 극복하기 어렵다. 범부처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 초기 대응 실패, 사망자 100명 돌파
범부처 아우르는 체계적 종합 대책 시급
선거 논리 경계하고 전문가 조언 들어야

지난 1월 11일 중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직후 대만(사망 1명)과 싱가포르(사망 0명)처럼 정부가 좀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초기 유입 차단 실패와 늑장 대응, 섣부른 낙관론은 뼈아프다.
 
특히 마스크 대란을 자초한 정부의 실패로 인해 지금도 국민은 길거리에서 하염 없이 줄을 서고 있다. 정부는 초기에 KF94 마스크를 꼭 사용하라고 하다가 정부의 수급 실패로 대란이 벌어지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오락가락했다. 이런 아마추어 행정과 정책 혼선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정부의 무능은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대한민국의 ‘여권 파워 지수’는 세계 3위여서 사전 비자 없이 전 세계 189개국으로 여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의 방역 실패 여파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불과 두 달 사이에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171개국으로 늘었다. 한국인은 느닷없이 ‘자국 격리’ 된듯 국제적으로 고립됐다. 생계가 걸린 비즈니스 출장도 발이 묶였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코로나19는 지역사회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었다. 대구 신천지 색출에 과도하게 치중하다 서울과 경기도는 방역의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로 콜센터 등에서 지속적으로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지난 두 달을 돌아 보면 박수 받을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대구의 의료진과 묵묵히 방역에 동참해준 시민들,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달려간 의사와 간호사, 이름 모를 자원봉사들,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불편과 고통을 감내한 수많은 국민이 진짜 영웅이다. 이들의 숭고하고 값진 헌신 덕분에 그나마 지금 수준으로 코로나19를 저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코로나19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방역 전쟁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가 초래한 민생 파탄을 막는 경제 전쟁이다. 두 개의 전장에서 기필코 승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두 전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따라야 한다. “정치 논리가 방역을 압도한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이나 표만 의식한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활개칠 수 있는만큼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의 방역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망자를 줄이는데 최대한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널리 번진 만큼 근본적인 종식은 어려우니 희생을 최소화하는 대응을 하자는 거다. 결국 현재 1%선인 코로나19 치사율을 독감 치사율 수준인 0.1% 이하로 낮추는 것이 급선무란 얘기다.
 
국내 발생을 막아도 외국발 역유입을 못 막으면 허사다. 그런데 현행 특별입국절차로는 무증상 감염자를 거를 수 없다.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자가 격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 정부도, 국민도 다시 한번 끈을 조이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고통스러워도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야만 우리는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