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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경증 환자 많아 낮았던 치명률, 갈수록 ‘역주행 상승’

중앙선데이 2020.03.21 00:02 678호 6면 지면보기

[코로나19 비상] 확진 느는데 치명률도 올라 

지난 18일 환자와 직원 등 7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지난 18일 환자와 직원 등 7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두 달이 흘렀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급증세가 한풀 꺾이며 20일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두 자릿수(87명)로 떨어졌다. 완치된 격리해제자도 이날 기준 2233명으로 전날보다 286명 늘었다.
 

1일 0.4%서 20일 1.09%로 늘어
WHO “전 세계적 치명률은 3.4%”

초기 확진자 중 20대가 27% 최다
전문가 “상대적으로 수치 낮았던 것”

고위험군 발병 늘어 더 높아질 수도
20대 과면역 ‘사이토카인 폭풍’ 뇌관

낫는 환자가 늘고 신규 환자 증가세도 둔화하지만,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지표가 있다. 높아지는 치명률(치사율)이다.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한 지난 1일 0.48%이던 치명률은 20일 1.09%로 상승했다. 치명률은 코로나19 사망자를 확진자 숫자로 나눈 수치로, 위험 노출 인구에서 사망자 수를 따지는 사망률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감염병 확진자와 검사 인원수가 늘어날수록 치명률은 떨어진다.
 
비지니스 인사이더가 지난 17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이 넘는 국가의 치명률을 비교한 것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일 5.9%던 치명률이 지난 17일 1.7%로 떨어졌다. 2000명 미만이던 검사 숫자가 5만8000명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463명(239→5702명) 늘었다.
 
반면 한국은 확진자와 검사자가 늘어났음에도 이달 초 0.5% 안팎이던 치명률이 20일 1.09%로 뛰었다. 수치로 보면 한국의 치명률만 ‘역주행’한다. 20일 하루에만 6명이 숨져 사망자 100명을 돌파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 분포에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20대(20~29세)는 전체의 27.33%를 차지한다. 가장 많다. 50대(19.48%)와 40대(13.79%), 60대(12.70%), 30대(10.32%) 순이다. 70대(6.56%)·80대 이상(3.80%) 등 고령층 비중은 10.3%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저인망식 공격적 진단검사’가 진행되며 ‘젊은 환자’와 ‘경증 환자’가 대거 확진자에 포함되며 치명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질본이 발표한 치명률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20일 기준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10.03%에 이른다. 70대 치명률도 6.16%나 된다. 반면 50대로 넘어가면 치명률은 1.55%, 20대~40대는 0.11~0.42%로 뚝 떨어진다.
 
로렌 앤셀메이어 미 텍사스오스틴대 감염과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감염병 발생 초기에는 중증 환자만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경증 환자는 방역 당국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실제 감염자 수는 보고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결과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80%가량은 경증 환자로 분류된다.
 
김동현 한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후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따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진단 검사 없이 (폐렴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원칙대로 검사하는 한국의 치명률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염 이후 치료 기간이 길어지며 중증 환자가 사망하기 시작한 것도 치명률이 높아진 이유로 꼽혔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격리 해제된 확진자의 치료 기간은 평균 14.7일”이라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뒤 중증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며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치명률을 높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치명률이 1%까지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수치가 정상 범위로 근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달 전 세계적인 치명률은 3.4%”라고 보도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고위험군 중심의 집단발병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치명률은 높아질 전망이다. 김동현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유사 시설 등에서 (기저질환 등이 있는 고령의) 고위험군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있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20대 확진자의 비중이 큰 가운데 과면역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0일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 환자가 다수 있고, 이 중 26세 환자 1명이 사이토카인 폭풍과 연관성이 있어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많은 염증이 생겨 폐 등 장기에 손상이 생기고 사망에 이르는 것을 일컫는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중 고령 환자가 늘고 치료 기간이 2~3주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증도가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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