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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린 차 업계…2차 협력업체 가동률 60~70% 그쳐

중앙일보 2020.03.20 15:27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 출근 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 출근 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 완성차 업체 공장 가동율은 중국발 부품 수급 문제를 빚은 지난달보다 개선됐지만 2차 협력업체 등 중소업체들의 경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3월 들어 현대기아차 98%, 르노삼성 95%, 한국GM 80~90%, 쌍용 80% 등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공장 생산 활동은 거의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달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등 중국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있었지만,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중국 내 공장들이 속속 재가동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품업체의 경우 1차 협력업체는 대체로 90% 이상 가동 중이지만, 2차 협력업체의 가동률은 60~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이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하면서 해외 현지공장 가동 중단, 부품 공급 애로 등 생산 차질과, 주요 시장 수요 위축으로 인한 납품과 매출액 급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폴크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직원이 ID.3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유럽지역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 상태다. EPA

지난달 25일 폴크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직원이 ID.3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유럽지역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 상태다. EPA

19일 현대차 체코 공장,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2주간 가동 중단에 들어간 것을 비롯해, 전날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가동을 중단했다. 유럽지역 코로나19 진앙지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폴크스바겐·르노닛산 등이 유럽 전역의 공장을 폐쇄하고, GM이 북미 공장 전부를, 도요타가 유럽 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 세계 주요 자동차 공장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전세계 자동차 공장이 다 닫으면서 아주 불안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P-CBO)을 가동한다고 들었는데 5월에나 된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금 같은 수요절벽 시기엔 해외진출 부품업체를 포함해 부품 업체에 대한 긴급운영자금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지원책이 직접적인 피해가 큰 여행업 등 내수업종이나 중소 자영업자 등에 집중돼 있는데, 부품업체 등 수출업체들이 파산하면 글로벌 수요가 회복됐을 때도 수출 회복이 안돼 결국 내수가 함께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현대자동차

사진 현대자동차

"급변하는 경제상황, 근로시간 유연해야" 
자동차산업협회 측은 또 “수요절벽 시기엔 아예 공장 문을 닫거나 주당 근로시간이 몇 시간도 안 될 수도 있으나, 위기 이후 수요폭증 시기엔 주당 근로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릴 필요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행위가 불법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미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위기에 처한 자동차 협력업체 대표들은 근무시간 연장을 통한 생산성 만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현대자동차에 이날 전달했다.
 
울산 북구지역 4개 산업단지 협의회 대표들은 이날 북구청을 통해 '완성차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한 탄원서'를 현대차 노사에 보냈다. 탄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겨 완성차 8만대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며, "협력업체 역시 납품 손실이 발생해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로는 손실 만회가 불가능해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탄원서에는 4개 산단 38개 부품사 대표가 서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권 울산북구청장은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아 탄원서를 전달하면서 “중소업체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며 “현대차 노사에서 특별연장 근로제를 꼭 도입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8일 한시적 최대 주 60시간 근무 검토를 위한 실무 협의를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는 제안 내용을 검토해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노동계 일부에선 특별연장근로제 도입이 주 52시간제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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