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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웅' 의사 리원량 부당처벌 감찰한 中...중앙정부 부실 대처 ‘면죄부’만 줬다

중앙일보 2020.03.20 14: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은 2월 7일 사망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은 2월 7일 사망했다. [뉴스1]

 
중국 국가 감찰위원회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을 고발한 고(故)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대한 조사 결과를 19일 오후 발표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 검사 결과를 외부에 최초 공개했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달 7일 신종 코로나로 사망했다.
 
감찰위는 리원량 사망 다음 날일 2월 8일부터 법에 의거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날 그가 작성한 훈계서를 취소하도록 조치했다. 또 리원량을 조사한 파출소에서 법 집행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원량의 정보 공개가 당국과 협의 없이 진행된 점을 문제 삼는가 하면, 중앙 조사팀 파견 사실을 누락해 중국 정부의 초기 부실 대처 문제에 대한 감찰은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① 리원량에 책임 덮어씌운 中, “당국 확인 없이 공개 안 돼”

중국 국가감찰위원회가 19일 의사 리원량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민일보 캡쳐]

중국 국가감찰위원회가 19일 의사 리원량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민일보 캡쳐]

 
리원량의 최초 고발이 주목받은 건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체를 정확히 알렸음에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웨이신(微信·중국식 카카오톡)에 올린 정보가 유언비어에 속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감찰위원회 관계자는 “리원량에게 공공질서를 교란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부서와 전문가들이 ‘원인 불명 폐렴’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확인도 없이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로서 위험을 빨리 알리려 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관계 당국과 협의가 없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감찰위는 “정보의 부분적인 내용은 당시 실제 상황과 완전히 부합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리원량이 올린 정보는 지난해 12월 30일 17시 43분 “화난수산물시장에서 7건의 사스(SARS) 확진 판정이 나왔다”, “우리 병원(우한중심병원) 응급실에 격리돼 있다”는 메시지 2개와 ‘SARS 코로나바이러스, 높은 신뢰도로 양성반응’이라고 적힌 11초 분량의 폐 CT 영상이다.
 
감찰위는 이중 어떤 정보가 실제 상황과 다른지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15시 10분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원인 불명의 폐렴 치료 상황에 대한 긴급 통지’를 통해 화난수산물시장에서 27건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7명은 매우 위독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부합하지 않는 사실이 환자 수를 말하는지 ‘사스 확진 판정’을 지적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결국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한 데 방점을 두기보다는 절차와 일부 사실관계를 문제 삼으며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리원량을 인정할 경우 중국의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② 중앙 정부 책임 회피... 전문가팀 현지 조사 사실 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의사 리원량이 2월 3일 중난로파출소에서 서명한 ‘훈계서’. [리원량 웨이보 캡처=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의사 리원량이 2월 3일 중난로파출소에서 서명한 ‘훈계서’. [리원량 웨이보 캡처=연합뉴스]

 
이날 중국 감찰위 발표에선 중요한 사실 하나가 누락됐다. 감찰위의 사건 경과 설명은 다음과 같다.  
 
‘12월 27일 후베이(湖北)성 중서결합(中西結合)의원 장계선 의사가 원인불명 폐렴 환자 3건을 보고했다. 이날 우한질병통제센터는 전염병 역학 조사와 검측을 진행했다. 12월 29일 중서결합의원은 화난수산물시장서 원인 불명 폐렴 4건을 추가 보고했다. 우한 위생건강위는 전문가팀을 조직하여 조사를 진행했고 12월 30일 15시 10분, 18시 50분 긴급 통지를 하고 화난수산물 시장 전면 조사를 전개하도록 했다’  
 
그런데 12월 30일 우한 위건위 통지문에 따르면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가 이미 우한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돼 있다. 중국 국가 위건위는 한국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한다. 중국 중앙정부 공식 조사단의 현장 검측이 진행되고 있었다.
 
35세의 우한 병원 안과의사에 불과했던 리원량이 환자 검사 결과를 보고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성을 인지했다면 우한 위생당국은 물론 중국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의료 전문가팀이 이 사실을 몰랐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게다가 리원량이 공개한 글과 폐 CT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중국 전역에서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1월 3일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불려가 훈계서를 썼고, 이는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전국에 보도됐다. 원인 불명 폐렴을 사스에 비교하는 것을 유언비어로 공표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우한 공안과 우한 위생당국의 책임도 있지만 사실상 중앙정부 위생당국이 이를 묵인했다. 감찰위가 중국 국가위건위의 현지 조사 정황을 누락한 것은 중앙정부로 향하는 화살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③ 리원량 사태, 책임은 파출소가 져라

의사 리원량이 지난해 12월 30일 위챗에 올린 경고 글. [웨이신]

의사 리원량이 지난해 12월 30일 위챗에 올린 경고 글. [웨이신]

 
감찰위가 리원량 사건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지목한 책임 소재 기관은 한낱 파출소였다. 우한 중난로 파출소, 리원량을 불러 조사한 곳이다. 감찰위는 발표문에서 “중난로 파출소의 훈계서는 부당했고 법 집행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우한시 감찰기관은 훈계서를 취소하고, 관련 인원의 책임을 추궁해 공표하라”고 밝혔다. 정작 파출소 집행 절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설명조차 없었다.  
 
대신 “공안기관(파출소)은 ‘중국 전염병예방퇴치법’에 근거한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으며 우한 위건위 통보 내용인 ‘27건의 원인 불명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뚜렷이 사람에게 전파되는 현상을 발견치 못했다’에 근거해 리원량을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파출소를 문제 삼으면서도 공안기관의 조치 역시 합법적이라는 이중적인 설명이다. 
 
그러면서 “사실의 진상을 은폐하지 않으며 비호하지 않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고 이번 조사를 전개했다”고 감찰위는 덧붙였다. "리원량은 '공산당원'이었으며 그를 이용해 민심을 미혹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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