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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환매중단 펀드서 200억 빼돌린 라임…금감원, 알고도 못 막았다

중앙일보 2020.03.20 11:28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1월,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서 200억원을 빼내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1월은 라임운용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가 한창 진행되던 때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이 사실을 알면서도 라임운용을 막지 않았다. 사실상 이 돈은 스타모빌리티의 실소유주 김모 회장이 횡령한 자금으로 쓰였다.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화면.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화면.

 

1월에 '회장님' 회사 CB 195억 매입  

20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지난 1월 13일 스타모빌리티의 제1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195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스타모빌리티는 장모 대신증권 전 센터장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회장님' 김모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다. 김 회장은 라임운용과 청와대에 파견된 금감원 출신 행정관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김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 등과 공모해 한 운수업체에서 16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금은 잠적했다.
스타모빌리티 11회차 전환사채(CB) 발행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타모빌리티 11회차 전환사채(CB) 발행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타모빌리티 공시에는 제11회 CB의 매입주체가 '스피리츠써밋'이라는 회사로 나온다. 하지만 이는 라임운용이 내세운 껍데기에 불과하다. 실제 CB 매입 주체는 라임운용이다. 

 

CB 매입자금은 '환매중단' 플루토 돈 

문제는 매입 자금의 출처다. 이 매입자금은 라임운용의 플루토 FI D-1호(플루토) 펀드에서 흘러나왔다. 플루토는 지난해 10월 라임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문제의 펀드 중 하나다. 우리은행, KB증권, 산업은행 등이 플루토 자펀드를 판매했다. 지난해말 기준 플루토 자펀드 규모는 1조91억원에 달했다.  
 
매입 시기도 문제다. 이 펀드에 투자한 수천명 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 라임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이후 이 펀드에 묶인 '내돈'에 손도 못 대고 있었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난 1월은 판매사, TRS증권사, 고객 등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다. 그런 와중에 라임운용이 이 펀드에서 195억원을 긁어모아 스타모빌리티란 회사에 집어넣은 것이다. 유동성 부족으로 환매중단을 선언한 라임운용의 고객 기만이다.
 

600억원 투자됐는데, 517억원 횡령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라임운용이 플루토펀드를 통해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건 지난 1월이 처음이 아니다. 라임운용은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활용해 지난해 4월 11일과 22일, 스타모빌리티 CB를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우회 투자했다. 포트코리아운용이 설정한 CB 매입용 펀드의 수익자는 90% 이상 라임운용이었고, 그 돈 역시 전부 플루토에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스타모빌리티로 흘러들어간 플루토 자금은 총 595억원이다.

 
이 돈 595억원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스타모빌리티 공시에 그 실마리가 있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 18일 이 회사의 대표이사 이강세씨가 회사의 실소유주 김 회장 등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이씨가 고소를 통해 주장한 김 회장 횡령 금액은 517억원이다. 고소장에 적시된 김 회장의 횡령 시기는 2019년 12월 13일 200억원, 2020년 1월 2일 125억원, 2020년 1월 14일 192억원이다. 라임운용의 마지막 CB투자일(1월 13일)로부터 딱 하루 뒤 김 회장이 그만큼의 돈을 횡령했다. 라임운용이 김 회장의 횡령 자금을 대준 셈이다.
 

대담한 라임운용 '김 본부장', 인수단에도 등장 

금융권 모두의 이목이 라임운용에 집중돼있던 지난 1월, 이런 대담한 결정을 실행에 옮긴 이는 김모 라임운용 본부장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현재 검찰 피의자 신분이다. 라임운용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모 상장사 CB에 우회투자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이른바 '임직원 펀드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지금도 라임운용에 남아 대체관리자산본부를 이끌고 있다. 중앙일보는 김 본부장에게 수십차례 연락을 요청했지만 끝내 통화를 나눌 수 없었다. 
중앙일보가 지난 1월 확보한 '라임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 정용환 기자

중앙일보가 지난 1월 확보한 '라임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 정용환 기자

김 본부장은 당시 라임자산운용 부실자산을 떠안기 위한 인수단에도 합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가 지난 1월 입수한 '라임 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에는 김 본부장이 이 인수단의 대표이사(임시)와 대체자산관리본부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 문건은 횡령 혐의를 받는 스타모빌리티의 김 회장이 주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알고도 안 막아…눈 뜨고 당했다

금감원의 관리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라임운용의 이상 징후를 처음 포착하고 8월부터 라임운용에 대한 본격 검사에 돌입했다. 김 본부장이 플루토 펀드에서 자금 200억원을 스타모빌리티로 빼돌린 올해 1월에도 금감원은 TRS 증권사 담당 부서장과 최고재무관리자(CFO) 등을 여러차례 불러 면담했다. 원종준 라임운용 대표도 그당시 금감원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러데도 금감원은 이 문제 관리에 실패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김 본부장은 1월 스타모빌리티 투자 당시 주변에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상시검사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1월 스타모빌리티 11회차 CB투자가 지난 4월 포트코리아운용을 통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10회차 CB(200억원)의 상환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 금감원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금감원은 실제로 1월에 라임운용의 스타모빌리티 투자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막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당시 상시검사팀 관계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십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라임운용 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당시 금감원은 회계법인 실사도 진행하고, 라임운용의 자금이 어떻게 회수되거나 분배되는지를 관리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상황에서조차 라임운용이 새로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꼼꼼히 보지 않았는 점은 문제가 된다"며 "이로 인한 투자자 추가 피해에 대해 금감원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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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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