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中 공안, 코로나 최초 고발 리원량에 사과… “부적절한 지시 있었다”

중앙일보 2020.03.20 11:23
코로나19의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리고 지난달 7일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 뉴스1

코로나19의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리고 지난달 7일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 뉴스1

중국 우한시 공안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초 고발자’ 리원량(李文亮)에 대한 견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그가 동료 의사들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렸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조사를 받은지 약 석 달, 그가 사망한지 한 달여 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현지시간) “우한시 공안국이 동료들에게 코로나19 발병을 경고하다 조사를 받아 국가적인 분노를 촉발시킨 한 의사의 가족에게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리원량은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최초로 이 병의 위험성을 알렸으나,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도 감염돼 지난달 7일 사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동료 의사 7명에게 “화난농수산물시장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환자가 나왔다”는 온라인 메시지를 보냈다. 집단 폐렴의 발병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다. 
 
이후 리원량은 파출소에 불려가 허위사실 유포로 경고를 받았다. 1월 3일 반성문과 유사한 ‘훈계서’를 쓰고 풀려난 뒤 병원으로 돌아와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1월 3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일주일만에 사망했다.
 
리원량을 향한 애도와 중국 정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자 당국은 지난달 7일 국가감찰위원회를 우한에 파견해 그의 죽음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착수 한 달여 만인 19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감찰위는 “당시 공안 파출소에서 불규칙한 법 집행에 따른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한시 공안국은 리원량에게 내려진 견책을 철회하고, 해당 파출소 부소장과 경관 1명에게 각각 벌점·경고 조치를 내렸다.
 
중국 당국은 당시 공안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리원량의 죽음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감찰위는 “리원량이 정보를 유포해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가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채 정보를 퍼뜨렸고, 실제로 그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고 밝혔다. 감찰위 조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반(反)체제 영웅’으로 묘사해 정부와 당을 공격하려는 적대 세력이 있다”며 “그는 반체제 인사가 아닌 공산당원”이라고 강조했다.
 
SCMP는 감찰위 조사 결과를 향한 네티즌들의 싸늘한 반응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리원량의 웨이보 계정에 “선생님, 당신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라며 “조사단원들은 선생님과 천국에서 술 한잔 해야할 텐데 전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편 중국 당국은 19일 하루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39명이 전부 해외에서 입국한 역유입 환자들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 내 감염 환자는 이틀 연속 0명을 기록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