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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트럼프, 신종 코로나 때문에 백악관 방 빼나

중앙일보 2020.03.20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각국 지도자의 민낯 역시 드러내고 있다.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처럼 차분한 대응으로 외신의 찬사를 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초기 대응에선 아예 지도자가 부재(不在)했다”(시사 주간지 타임)라고 질타를 받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있다.  

워싱턴 전문가 5인 긴급 e메일 설문 결과

 
신종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11월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명운을 걸고 있는 그에게 신종 코로나는 예상치 못한 악재다.  
 
야당인 민주당의 경선 구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해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종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올해 11월 대선의 승자는 내년 1월 20일 미국 의회 캐피톨 힐 앞에서 선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경에 손을 얹고 두 번째 선서를 할 것인가, 전임 대통령 자격으로 뒷줄에 앉아 신임 대통령의 선서 장면을 지켜볼 것인가.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의 전문가 5인에게 긴급 e메일 설문을 돌렸다.  
 
지난 15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방송토론을 앞두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악수 대신 팔꿈치를 맞대는 인사법이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방송토론을 앞두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악수 대신 팔꿈치를 맞대는 인사법이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vs 트럼프, 승자는?  

 
의견을 구한 이들은 ▶존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켄 고스 전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 ▶대니얼 클라이먼 미국 신안보연구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국장 등 5명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중앙일보 e메일 긴급 설문에 응한 미국 전문가들. 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존 햄리 CSIS 소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대니얼 클라이먼 CNAS 국장, 켄 고스 CNA 전 국장,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햄리 소장=변선구 기자, 부시 선임연구원, 고스 전 국장=전수진 기자, 베넷 선임연구위원=연합뉴스, 클라이먼 국장=CNAS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 사태와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중앙일보 e메일 긴급 설문에 응한 미국 전문가들. 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존 햄리 CSIS 소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대니얼 클라이먼 CNAS 국장, 켄 고스 CNA 전 국장,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햄리 소장=변선구 기자, 부시 선임연구원, 고스 전 국장=전수진 기자, 베넷 선임연구위원=연합뉴스, 클라이먼 국장=CNAS 홈페이지]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가 1표(부시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아직은 모른다”가 3표(햄리 소장, 베넷 선임연구위원, 고스 전 국장), “모르겠다”가 1표(클라이먼 국장)였다.  
 
부시 선임연구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예측한 배경은 뭘까. 그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하기 위해선 당내 세 결집을 얼마나 빨리하는 지가 관건이었다”며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세가 모이면서 기적적으로 (승리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부시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3월 경선에서 특히 교외 지역의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데 성공했는데, 이들은 대표적인 ‘스윙 보터(부동층)’이기에 이들을 잡으면 굉장히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호적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 그는 “이젠 경선 승리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된다”고 확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 여론이 미국 내에서도 비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의 한 극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는다고 공지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종식과 도널드 트럼프의 종말 공동 상영 곧 임박"이라고 적어놓은 간판.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 여론이 미국 내에서도 비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의 한 극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는다고 공지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종식과 도널드 트럼프의 종말 공동 상영 곧 임박"이라고 적어놓은 간판. [AFP=연합뉴스]

 

“초기 대응 실패했지만 앞으로가 관건”  

 
모두가 부시 선임연구원처럼 확언하진 못했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선거는 긴 싸움”이라며 “아직도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햄리 소장은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최근 경선을 거치면서 커진 것은 맞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의 투표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승리를 거두겠다는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켄 고스 전 CN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흐릿해졌다고는 생각하지만, 앞으로 그가 팬더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진단 키트 확보에 실패하고 초기에 “팬더믹이 아니다”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앞으로 대응을 잘한다면 민심은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스 전 국장은 “이런 팬더믹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정부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불리하다”며 “게다가 미국 유권자들은 역사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는 현직 대통령을 재선시키며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 공포로 사재기 쇼핑족이 뉴욕시 수퍼마켓을 휩쓸고 간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 공포로 사재기 쇼핑족이 뉴욕시 수퍼마켓을 휩쓸고 간 모습. [AFP=연합뉴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는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상원의원과 달리 바이든 전 부통령이 후보로 확정되면 모든 미국인 유권자들은 그에게 마음을 더 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고한 지지층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게 실망한 이들도 많고 그 숫자는 신종 코로나 대응 상황에서 더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베넷 선임연구위원은 “하지만 선거는 기나긴 게임이고, 드라마가 많이 일어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때문에 반드시 흔들릴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클라이먼 CNAS 국장은 “미국 국내 정치는 현재 예상이 어렵다”며 답변을 보류했다. 그는 대신 “신종 코로나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물론 미ㆍ중 관계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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