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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에 이동식 음압병동도’ 코로나 음압병실 원리

중앙일보 2020.03.20 05:00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가 국내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서귀포의료원. [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가 국내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서귀포의료원. [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제주 서귀포의료원이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바꿀 수 있는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Environmental Containment Unit)를 국내 최초로 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다. 
 

내부기압 낮춰 공기흐름 차단하는 시스템
오염구역 복장 탈착할 수 있는 ‘전실’ 필수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하루안에 전환
특정층 음압상태 유지…숙박시설도 가능

이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4층 병동 일부에 장비를 설치해 음압 병상 48개를 확보했다. 이렇게 이동 가능한 장비를 이용해 음압병실을 운영하는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비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전북대병원에 시험적으로 도입된 적이 있지만, 실제 사용 준비를 마치고 운영에 들어간 것은 최초다.
 
음압병실의 원리는 꽤 간단하지만 실제화는 쉽지 않다. 격리병실의 내부와 바깥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골자다. 내부 기압을 낮추고 공기의 흐름을 한쪽으로 유도해 병원균과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는 시스템을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며 치료가 가능하다.
 
제주 서귀포의료원의 한 병동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 병동 설치도. [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제주 서귀포의료원의 한 병동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 병동 설치도. [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이를 위해 고안된 ‘ECU 장비’는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1개의 음압장비(송풍기)와 '텐트형 차단막' 등으로 구성됐다. 헤파필터는 공기중의 미립자를 정화시키는 장치로 최근 공기청정기 등에도 쓰인다.
 
또 음압병동과 일반 병동을 구분하는 전실(대기실)까지 필요한 형태로 만든다. 전실은 의료진이 착용했던 방호복 등을 갈아입거나 오염구역에서 착용한 고글·마스크·장갑 등을 탈착할 수 있는 따로 출입문이 있는 공간이다. 음압이 유지되는 병실의 출입문을 전실의 2중 출입문 설치 없이 개방할 경우 실내의 오염된 공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애초에 건물내에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던지 새로 리모델링을 해야해서 시간과 공간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서귀포의료원의 시도는 감염병 확산 시 전용 치료실 부족 사태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귀포의료원 이동형 음압병실내 차압수준이 관련 기준을 만족하는 -6.2pa로 측정되고 있다. [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서귀포의료원 이동형 음압병실내 차압수준이 관련 기준을 만족하는 -6.2pa로 측정되고 있다. [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기존의 일반병실을 음압병실로 빠른시간내에 전환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관련 장비를 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러한 상황에 꺼내어 설치하면 된다. 이 장비는 1개 병상을 음압화 하는 기존 설비와 달리 입구나 복도에 설치해 병동이나 특정 층 전체를 음압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의료원 측은 설치 후 차압 수준이 -6.2pa(파스칼)로 일반적인 음압병실 설치 최저기준인 -2.5pa을 만족시킨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전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은게 특장점이다. 개별 병실의 음압화는 물론, 서귀포 의료원과 같이 병동전체에 적용도 가능하다. 위기 상황이 확대돼 병원시설이 모자랄 경우 일반 호텔이나 기숙사 등에도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역 내 다른 시설 등에 수요가 있을 경우 즉시 옮겨 설치가 가능하다.
 
평소에는 일반병동으로 쓰다 하루 안, 빠르면 수 시간 안에 설치·해체할 수 있다. 병실수가 적으면 30분 안에도 가능하다. 서귀포 의료원의 경우 5시간안에 이번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작업을 진행한 권재환 케어윈스 이사는 “기존 음압병실 중 일반 병실 안에 송풍기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소음이 너무 심해 환자가 겪는 불편이 크고, 전실이 없는 곳도 있어 이런 점을 보완해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가 국내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서귀포의료원.[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장비(ECU)가 국내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서귀포의료원.[사진 노벨인더스트리스/케어윈스]

설치 비용도 비교적 경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병실 10여 개를 갖춘 일반병동 하나를 음압병동으로 전환하는 비용은 1억원 정도다. 따로 음압병동을 구축하는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이다.  
 
김상길 서귀포의료원 원장은 “기존에 음압병상 3개가 있었는데, 제주도가 음압병상을 늘려 달라고 요청해와 이동형 음압병동 장비 설치를 결정했다”며 “환자 발생 추이에 맞춰 이 장비를 이용해 음압병동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그간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접촉자 등의 지역 전파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중 두명이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 후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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