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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종면접 '올백점' 몰아줘…부산대 선후배 어긋난 우정

중앙일보 2020.03.20 05:00
부산대. [연합뉴스]

부산대. [연합뉴스]

최근 ‘채용청탁’ 의혹으로 부산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감사원 산하기관장인 박모 감사연구원장이 2013년 자신이 부산대 교수로 채용될 당시 학연을 이용해 ‘짬짜미 채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 5명 중 1명을 제외한 4명이 박 원장의 부산대 행정학과 시절 동기(79학번), 선배(74·76학번), 은사였다.  
 

박모 감사연구원장 2013년 부산대 교수 채용 지원
심사위원 5명 중 4명 ‘대학 동기·선배·은사’ 특수관계
1차 서류심사서 논문 표절의혹으로 심사 중단되기도
심사참여 교수 "대표 연구 논문의 질을 우선시 한다"
해당 교수 측· 대학 "이 사안과 관련해 할 말 없다"

부산대 교수 채용심사는 1차 서류심사 70%와 2차 면접 30%로 구성된다. 18일 중앙일보가 곽상도(미래통합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받은 부산대 행정학과 2013년 면접 심사표에 따르면 박 원장과 학연으로 얽힌 심사위원 4명은 면접에서 박 원장에게 올백점(17점 만점에 17점)을 몰아줬다. 심사위원 4명의 평균 점수가 17점이다. 면접에 오른 다른 경쟁자 2명에게 심사위원 4명이 준 점수는 각각 평균 8점, 8.5점이었다.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다른 심사위원 한 명은 이들 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중앙일보가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13년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채용 심사표. 이은지 기자

중앙일보가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13년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채용 심사표. 이은지 기자

박 원장은 서류심사를 통과할 때도 잡음이 있었다. 서류심사는 교육 및 연구경력(10점), 최종학위 논문(10점), 연구논문 양적 평가(20점), 연구논문 질적 평가(30점) 등 총 70점이 배정돼 있다. 서류심사는 연구논문 편수와 질적 수준이 좌우한다.  
 
박 원장은 연구논문 최저 지원 조건인 3편을 제출해 양적 평가에서 13점을 받았다. 1차 서류심사 지원자 14명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14명 중 8명은 20점 만점을 받았다.  
 
배점이 가장 높은 연구논문 질적 평가는 심사위원의 재량에 달려있다. 서류 심사위원은 5명으로 부산대 교수 3명, 외부 대학교수 2명이다. 부산대 교수 3명 중 2명은 박 원장의 동기와 선배다. 서류 심사는 외부 인사가 참여한다. 면접 심사는 해당 학과 교수가 5인 이상일 경우 외부 인사가 참여하지 않는다.  
 
박 원장은 연구논문 질적 평가(만점 30점)에서 외부 인사와 대학 동기, 선배에게 각각 22·27·29·30점 등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 원장의 연구논문은 SSCI급이 아닌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게 전부다. 다른 지원자 가운데 SSCI급 국제 학술지에 연구논문을 게재한 이가 더러 있었다. 
 
박 원장이 제출한 연구논문은 표절 의혹에 휩싸여 면접을 앞두고 서류 심사가 중단됐다. 본인이 당시 근무하고 있던 감사원 내부 보고서 34페이지 가운데 9페이지를 표절해 연구논문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훈령 263조에 따르면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를 출처표시 없이 게재하면 ‘부당한 중복게재’, 즉 표절로 본다. 표절한 연구논문은 박 원장이 박사과정 때 재학한 서울 모 대학이 발행한 논문집에 실렸다.  
부산대학교 대학 본부 건물. [중앙포토]

부산대학교 대학 본부 건물. [중앙포토]

부산대는 표절 검사를 논문집을 발행한 서울 모 대학에 의뢰해 표절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일부 교수가 표절 검사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부산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원자 14명 중 1위로 서류 심사를 통과한 박 원장은 면접 심사에 오른 2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교수가 됐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과 선배인 부산대 행정학과 김모 교수는 ‘짬짜미 채용’ 의혹에 대해 “서류심사에서 연구논문 편수가 많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다. 대표 연구논문의 질을 우선시한다”며 “면접 점수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 전혀 모른다. 각자 알아서 점수를 준다”고 해명했다. 
 
박 원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박 원장이 속해있는 감사연구원은 “채용 의혹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게 박 원장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부산대 행정학과 입장을 듣기 위해 학과장인 강모 교수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학연, 지연, 계파 등으로 인한 짬짜미 채용이 아직도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다”며 “교육부는 국립부산대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대학을 상대로 교원 채용 특별감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원장은 자신이 속해있는 감사연구원 직원을 부산대 교수로 채용해달라며 동료 교수에게 청탁한 사실이 내부 고발로 드러나 지난 9일 부산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시민단체는 지난 1월 20일 박 원장과 부산대 행정학과장 등 관계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부산지검 지휘로 부산 금정경찰서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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