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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땅 이촌파출소 폐쇄 결정적 이유는…용산구청의 무지

중앙일보 2020.03.20 05:00
서울용산경찰서 이촌파출소 [연합뉴스]

서울용산경찰서 이촌파출소 [연합뉴스]

고승덕 변호사 측 부동산에서 셋방살이 중인 서울 용산구 이촌파출소가 폐쇄하기로 해 주민 3만명가량에 대한 치안 공백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폐쇄의 결정적 이유가 용산구의 행정 실수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용산구는 파출소를 존치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성급하게 실현 불가능한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다 폐쇄를 자초했다.
 

고승덕 측이 부지 사면서 갈등 시작

사건의 발단은 고 변호사 측(마켓데이유한회사)이 2007년 파출소 부지(꿈나무소공원 등)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42억여원에 매입하면서다. 공단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유휴부지를 고 변호사 측에 넘겼다.
 
그때부터 파출소는 폐쇄 위기에 처했다. 고 변호사 측이 용산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부지 사용료 지급 청구·파출소 철거·공원 결정 무효 확인·부당이득금 반환 등이다. 2019년 4월에는 파출소 건물까지 샀다. 경찰은 건물을 임차해 파출소를 운영해왔다. 그러다 오는 4월 30일 임대차 계약 만료와 함께 폐쇄가 결정된 것이다.
 
용산구가 “폐쇄를 막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성장현 구청장은 2018년 10월 22일 구의회에서 “치안 공백이 없도록 이촌파출소를 현재 자리에 존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민 권귀자(60)씨는 “구청 말을 믿고 당연히 파출소가 그대로 남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갑자기 폐쇄 소식을 듣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폐쇄 막는다더니 자초한 용산구

왜 이렇게 됐을까. 
세간에는 “용산구가 고 변호사 측 부동산을 매입하려다 고 변호사 측이 가격을 높게 불러 불발됐고 파출소 폐쇄로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 취재 결과 실상은 상당 부분 달랐다. 파출소 폐쇄의 최종 책임은 고 변호사가 아닌 용산구에 있었다.
 
용산구가 파출소 존치를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한 건 맞다. 수용보상을 통해서다. 올해 7월 공원 일몰제 전에 부지를 되찾아 공원 기능을 유지할 목적도 있다. 이를 위한 2019년도 예산 240억원도 확보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파출소를 존치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현행 공원녹지법(도시공원 점용허가의 구체적 기준)에 따르면 파출소는 소공원 안에 들어설 수 없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용산구가 부지 등을 수용해도 파출소를 존치할 순 없다는 이야기다. 근본적으로 ‘소공원 안 파출소’라는 상태를 바꾸지 않으면 부동산 주인이 고 변호사 측이든 국가든 파출소는 문을 닫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2월 3일 고 변호사 측에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파출소를 존치하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 변호사는 “개발을 허가해주면 부지 일부를 파출소용으로 기부채납하고 건물도 새로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용산구는 고 변호사 측 부동산에 대한 수용보상 절차를 밟고 있던 도중(2019년) 뒤늦게 ‘수용보상으로 파출소를 존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파출소를 존치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용산구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가 개발하도록 하는 안은 왜 채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개발을 허용하면 주민을 위한 공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이촌파출소와 공원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촌파출소와 공원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민들 “파출소 존치해야” 반발 

주민들 사이에선 “어떻게든 파출소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고진숙 용산구의회 의원(미래통합당)은 “일단 수용보상 절차를 중지하고 원점에서 파출소를 존치할 길을 찾아야 한다”며 “파출소 존치 명분으로 예산 240억원을 쓰면서 파출소를 폐쇄한다면 예산 낭비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파출소를 지켜주세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용산구는 파출소 폐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촌1동주민센터 건물에 치안센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촌동 왕궁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 이촌파출소를 다시 세울 계획이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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