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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은 민주주의 갉아먹는 좀비”

중앙일보 2020.03.20 00:21 종합 23면 지면보기

민주당에 뒤통수 맞은 정의당, 전면전으로 가나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그냥 따로 가는 게 아니다. 거칠게 싸워야 할 수도 있다. 총선을 앞둔 정의당 얘기다. 두 당은 지난해 제1야당을 제쳐놓고 ‘4+1’ 공조를 통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했다. 누더기가 되긴 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의 숙원이었다. 조국 사태 때 정의와 공정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여당 편을 들어줬다. 교섭단체 구성을 꿈꿨다. 하지만 민주당은 ‘쓰레기’라고 비판했던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난리를 치며 만든 선거법을 한 번에 걷어찼다. 정의당의 뒤통수를 정면으로 친 거였다.
  

수도권 이미 43명 출사표 던져
“끝까지 가야 비례득표도 올라”
박빙 승부처 많아 민주당은 비상
현 정부 정책도 정면 비판 기조

심상정 “도둑질 꼼수에 몸담을 수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18일 관훈토론회에서 ’비례위성정당은 위헌이고 가짜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모습.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18일 관훈토론회에서 ’비례위성정당은 위헌이고 가짜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모습. [뉴시스]

심상정 대표는 18일 관훈토론회에서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그런 꼼수 정치에 몸을 담을 수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판의 수위를 조절해오던 그가 ‘도둑질’이란 표현을 꺼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심 대표는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에 배신감을 넘어 수치심까지 느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단단한 일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전면전 얘기도 나온다. 당 고위 관계자는 19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노동, 소수 약자, 기후 위기 정책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확실하게 검증하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정책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던 정의당이 정부 정책을 정면 비판하겠다는 얘기다.
 
더 위협적인 것은 단일화 없는 정의당 후보들의 지역구 출마다. 심 대표는 “지역구 출마자가 100명 가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19일 현재까지 서울 15명, 경기 20명, 인천 8명(수도권 43명)이 출마키로 하는 등 모두 84명의 후보가 등록한 상태다. 다음 주까지 후보가 더 늘 예정이다. 지난 총선에서 5000표 미만의 표차로 당락이 갈린 수도권 지역구가 29곳(총 58곳)이었다. 수도권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승부처다. 정의당은 그런 수도권 선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지역구 후보가 끝까지 레이스를 펼쳐줘야 비례대표 득표율도 올라간다. 많게는 후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4~5%의 득표율 차이가 난다”며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여의도에서 김종민(당 부대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후 전화 통화도 했다) 당내 ‘전략통’으로 불리는 그는 이번에도 총선 전략을 세우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총선에선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다.
 
민주당이 친문그룹이 주축이 된 단체와 비례 연합정당을 구성키로 했다. 사진은 이 작업을 맡고 있는 윤호중 사무총장. [연합뉴스]

민주당이 친문그룹이 주축이 된 단체와 비례 연합정당을 구성키로 했다. 사진은 이 작업을 맡고 있는 윤호중 사무총장. [연합뉴스]

당 분위기가 어떤가.
“정의당과 민주당이 주축이 돼 선거개혁, 사법개혁을 했는데 그중 한 축인 선거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넘어 민주당이 비웃어 버렸다. 아무리 정치가 실리를 찾는 거라지만 최소한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에 배반감이 크다. 사전에 논의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처리한 데 대한 배반감도 크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은 짝퉁정당·위장정당·가짜정당이란 말이 있지만,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좀비정당이다. 미래한국당이란 좀비정당에 민주당이 물린 거다. 똑같이 좀비가 됐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괴물이 등장하는데 고스란히 따라가는 꼴이다. 미래한국당 전철을 그대로 밟아갈 거다. 처음 투표하는 18세 청소년들에게 민주당은 의원 꿔주기, 비례의원 셀프 제명 등 헌정사상 찾아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줄 거다. 이게 민주주의 정치의 미래인가.”
 
민주당은 비례정당 플랫폼으로 조국 지지 세력이 주축인 ‘시민을 위하여’를 택했다.
“일찍부터 친문그룹을 위성정당으로 택하리라 예상했다. 본색을 드러낸 거다. 진보개혁 연합세력의 의석 확장이 목표가 아니고 민주당 자체의 기득권 의석만 노린 거다. 민주당이 노린 최종 작전이다.”
 
배반감이 어느 정도인가.
“연동형 비례제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은 국정농단처럼 개혁 농단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연동형제의 원래 취지보다 현실에 맞춰 낮춘 건데 그걸 무산시킨다? 이건 오른쪽 뺨을 내밀었는데 왼쪽 뺨도 때린 거다.”
 
미리 예견은 못 했나.
“예상을 못 한 건 맞다. 더 황당한 건 위성정당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개혁을 추진한 세력이 다시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에 꼼수는 더 상상해본 적이 없다.”
 
조국 사태 때 민주당과 같이했는데 이번엔 왜 다른가.
“당시엔 찬반도 있었지만, 검찰개혁이란 명분이 있었다. 지금은 개혁 자체를 무너뜨리는 개혁 농단을 하고 있다.”
 
민주당과 경쟁하자면 싸움이 거칠어질 수도 있을 텐데.
“예전에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심판론으로 선거에 임하고 민주당에 대해선 비판적인 스탠스였다면, 이번에는 양당 정치 세력에 대한 심판론을 들고 나갈 거다. 한국당은 물론이지만, 민주당과 전면전을 할 수밖에 없다.”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통합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거다.
“그런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우리에게 그리하는 건 무례하다.”
 
이번 총선에서 기대하는 건.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정의당의 민주당 2중대론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확실히 벗어날 것이고, 민주주의 개혁을 농단하는 세력과는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비례연합정당에 나가지 않은 것이고 정의당만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지역구에 대한 전략은.
“심 대표가 얘기했듯 100곳 가까이 후보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세게 붙지 않을까 싶다. 비례대표 득표율을 높이는 게 기본이고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할 거다.”
  
총선서 단일화 없다면 결과는?
 
김종민. [뉴스1]

김종민. [뉴스1]

심 대표는 지난 17일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 그 결과로 21대 국회에서 협력 정치를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번 총선은 ‘마이 웨이’ 하겠다는 의지다. 18일에도 “이번 선거는 당 대 당 후보 단일화, 연대전략은 사실상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운 선거”라고 했다. 다만 ‘유권자의 전략투표’를 언급하며 지역구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례정당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고 정의당이 비례대표 득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후보 간 단일화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단일화 없는 선거에다 정의당 후보들이 레이스를 끝까지 펼친다면 민주당의 수도권과 영남권 후보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강원택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정의당이 후보들이 몇천표에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서 완주한다면 당연히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게다가 비례위성정당 논란을 거치며 여당에 실망하고 미래통합당에도 표를 주기 꺼리는 유권자들이 많아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이 영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거대 양당이 분점하고 있는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정당 투표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박명호 동국대(정치학) 교수는 “양당의 비례 정당이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래도 두 당으로 힘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정의당이 명분을 얻은 것은 높이 살만하지만, 현실적인 손해는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2012년과 2016년엔 어땠나
2012년 총선에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연대에 성공했다. 야권 연대로 246곳 전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127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되는데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었다.
 
야권 연대 때문에 지역구를 양보한 탓도 있지만, 진보당에 휘둘려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게 민주당의 패인이었다. 진보당과의 연대를 의식해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에 대해 지나치게 좌클릭했었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어 선전했다. 하지만 총선 후 얼마 되지 않아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와 당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종북 논란으로 내홍을 겪는다. 결국 노회찬·심상정 의원이 탈당해 진보정의당을 만든다.
 
2016년 총선에선 당 대 당 단일화는 없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범야권 전략협의체를 만들어 연대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됐다. 후보자 간 산발적 연대 논의가 이뤄져 서울 동작을, 은평을, 경남 창원 성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단일화가 이뤄졌다. 당시 노회찬 의원(창원 성산)은 민주당과 단일화에 성공해 당선됐고,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갑)은 단일화 없이 승리했다.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이 됐고 정의당은 6석을 얻었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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