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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뒷걸음질…미국은 3년 전, 한국은 11년 전 수준으로 추락

중앙일보 2020.03.20 00:05 종합 2면 지면보기
코스피가 전일보다 8.39% 급락해 1457.64로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스피가 전일보다 8.39% 급락해 1457.64로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스피 1900선이 깨진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어느덧 1400대다. 19일 코스피는 133.56포인트(8.39%) 하락한 1457.64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종전 최대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16일의 126.50포인트였다. 이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날 1071조7880억원에서 이날 982조1690억원으로 89조6190억원 줄었다. 지난 10일과 비교하면 7거래일 새 339조3110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코스피 8.39% 떨어져 1400대로
시총 하루 89조 빠져 1000조 붕괴
코스닥도 역대 최대 12% 하락
두 시장 동시 서킷 브레이커 발동

코스닥도 56.79포인트(11.71%) 하락한 428.35에 장을 마감했다. 1996년 코스닥 개설 이래 역대 최대 하락률로, 기존 기록(2011년 9월 12일 11.59%)을 고쳐 썼다. 이날 증시 급락으로 한국 거래소는 일주일 만에 두 시장에서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다. 한국 증시는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9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금융위기 때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위기 때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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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만 선이 깨졌다(1만9898.92로 마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CNN 등 외신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트럼프 랠리’(상승세)가 물거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대적인 감세와 규제완화 등에 힘입어 2만9551까지 치솟았던 다우지수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2.7%나 급락했다.
 
다우지수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억울하다. 별로 오른 적도 없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되레 더 떨어졌다. 1년 넘게 이어진 1900~2250 박스권을 간신히 탈출하는가 싶었는데 곧바로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최근 한 달(2월 17일과 3월 19일 비교) 코스피는 35%나 빠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대외의존도가 큰 경제구조라서 미국·유럽 경제 상황에 따라 증시가 좌지우지된다”며 “지난해까지 미·중 무역갈등 등 악재 때문에 코스피가 오르지 못했지만, 팬데믹 공포의 피해는 다른 나라와 똑같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금의 코스피 추락 속도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와 비견된다. 그때와 다른 것은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제로금리로 회귀하고 긴급예산 지원까지 발표했다. 그런데도 도통 약발이 들어먹질 않는다. 각국의 공격적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치료약과 백신이 없는 코로나19의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끝이 보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외환위기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등 과거 사례와 비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국면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어떤 경험도 2020년 3월을 설명할 데이터가 없다”며 “주식시장은 ‘패닉’과 ‘항복’을 넘어 ‘혼돈’ 단계에 들어섰고, 이 기간이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이미 경기침체 수준 가격으로 들어왔다”며 “경기침체 우려의 핵심 요인인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이 시장 반전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전망 중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한국처럼  4주 이내에 신규 확진자 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실물경제 부진→기업 도산→금융 불안→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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