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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쿠데타’ 한선교 사퇴…미래한국당 새 대표 원유철 유력

중앙일보 2020.03.20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겪은 한 대표는 이날 비례대표 후보 수정 명부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된 직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임현동 기자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겪은 한 대표는 이날 비례대표 후보 수정 명부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된 직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임현동 기자

비례대표 후보 공천 문제로 모(母) 정당인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빚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19일 물러났다. 취임 43일 만이자 비례명단이 공개된 지 사흘 만이다. 곧 당 지도부도 총사퇴했다. 총선 27일을 앞두고 미래한국당이 백지상태로 돌아갔다. 통합당에선 “한 대표의 ‘공천 쿠데타’를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진압했다”는 말이 나왔다.
 

황교안 “정치는 약속, 대충 못 넘겨”
비례 수정안 선거인단 투표 부결
원유철·정갑윤 등 4명 한국당 입당
공관위 새로 꾸려 비례명단 짤 듯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정치인생 16년의 마지막을 당과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제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한 대표의 사퇴는 이날 비례명단 수정안(20위권 내 4명 교체)을 선거인단이 부결한 직후 이뤄졌다. 이후 조훈현 사무총장을 포함한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최고위를 해산하기로 했다.
 
‘비례명단 수정→선거인단 비토→미래한국당 지도부 해체’라는 이날 긴박한 움직임은 아침 황 대표 메시지로부터 일부 감지됐다. 황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한국당은 혁신 통합 가치를 담는 희망의 그릇이었다. 국민 열망과 먼 모습을 보이며 큰 실망을 안겨드리게 됐다”며 “이번 선거 의미 중요성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는 약속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것입니다”는 글도 올렸다. 미래한국당의 한 대표와 공병호 공관위원장을 겨냥한 ‘직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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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공관위는 직후 전날 예고했던 대로 수정안을 투표에 부쳤다.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황 대표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 61명 중 4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1만여 명의 미래한국당 당원 중에서 뽑혔으며 기본적으로 통합당 출신이거나 통합당 충성도가 높다. 투표에 참여한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처음 가결했을 때는 명단의 편파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황 대표 등이 강하게 반대하자 그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게 됐다”고 말했다.
 
복수의 통합당·미래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교안·한선교의 불화 조짐은 지난달 말부터 불거졌다고 한다. 한선교 대표가 취임 직후 다소 독자 행보를 보이자 황 대표 측 인사가 “‘총선 직후 합당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미래한국당 당헌·당규에 넣어달라”고 한 대표에게 요청했다. 이에 한 대표가 “뭐하는 짓이냐. 억지로 시킬 때는 언제고 내가 누구의 꼭두각시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사퇴하기 전에 황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자 황 대표가 ‘미리 상의했어야지요’라고 하는 등 언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원유철. [뉴스1]

원유철. [뉴스1]

‘한선교 반란’을 선거인단 비토라는 우회적 방법을 동원해 진압하면서 황 대표가 오랜만에 ‘강단’을 보였다는 평가다. 법적으론 별개 정당의 공천에 관여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정의당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대목이다.
 
현재 공병호 위원장은 “끝까지 위원장직에 임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미래한국당은 20일 오전 의총을 열어 새 지도부를 꾸리고 비례명단을 다시 만들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에선 이날 원유철·정갑윤·염동열·장석춘 의원이 탈당,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원유철 당 대표-염동열 사무총장 체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공천관리위를 새롭게 구성하고, 공천자 명단도 완전히 다시 짤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후보 마감일은 27일이다.
 
박해리·김기정·함민정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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