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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수도꼭지서 물이 안 나온다면

중앙일보 2020.03.20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부엌 수도꼭지에서 기묘한 소리가 난다. 수도꼭지는 다 죽어가는 천식 환자처럼 힘겹게 쿨럭대다가 물에 빠진 사람처럼 꾸르륵거렸다. 그러다 마른 침을 툭 내뱉고 그대로 잠잠해졌다.”
 
닐 셔스터먼과 재러드 셔스터먼의 재난 소설 『드라이』는 물 부족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인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1992년 지정·선포됐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면서 물 관리의 엄중함을 다짐하고 있다.
 
유엔은 매년 물과 관련된 중요한 쟁점을 주제로 삼고 있는데 올해 주제는 ‘물과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강우의 특성을 바꿔 홍수와 가뭄을 촉발하고 지표수와 지하수를 고갈시켜 지구촌 곳곳에 물 부족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물과 기후변화는 이렇듯 불가분의 관계여서 기후변화 대응책은 물 관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오는 6월 2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의는 물, 식량·농업,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등 5개 세션으로 구성되는데 환경부는 ‘물 세션’을 직접 꾸린다. P4G 논의사항 중 기후변화와 관련해 물이 으뜸가는 주제란 뜻이다.
 
정부는 미래 물 안전을 위해 촘촘한 물 관리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 하천과 상습 침수지역의 하수도를 정비해 하천 범람과 도시침수에 대한 예방을 강화한다. 취수원에서 가정에 이르는 수돗물의 공급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수질과 수량을 동시에 관리하는 ‘스마트 상수체계’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부 섬과 산간 지역이 제한 급수 등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심각한 가뭄’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2018년 기준으로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95L다. 2008년 이후 증가세를 보인다. 심각한 가뭄이 일어났어도 전체 물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엄격히 말하면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국민적 인식은 물 문제의 엄중함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이 유래한 『서경』에는 ‘처선이동 동유궐시(處善以動 動有厥時)’란 구절이 있다. 옳다고 여기면 행동해야 하고 행동하되 그 때를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기후위기는 외면한다고 지나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온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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