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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떨어졌나? 외국 항공사들 줄줄이 환불 중단

중앙일보 2020.03.20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미주·유럽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이다. [뉴스1]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미주·유럽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이다. [뉴스1]

외국 항공사들이 잇달아 한국 고객의 환불 접수를 중단하고 있다. 일방적인 환불처리 중단으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면서 해당 항공사에 예약을 대행한 국내 여행 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에어프랑스·KLM·베트남항공 등
예약 대행한 국내 여행업계 패닉
매출 급감에 유동성 위기 원인인듯

19일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베트남항공(VN)은 한국지점장 명의로 “12일부터 한국지점의 환불신청 접수를 중지하고 6월 15일부터 접수를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이 항공사는 “코로나 19사태로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한국~베트남 간 여행을 제한하는 정책을 임시로 적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베트남항공은 3월 5일부터 모든 한국 출발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베트남항공에 이어 카자흐스탄 기반의 에어 아스타나(KC)도 17일부터 환불 시스템을 차단했다. 이어 19일엔 에어프랑스(AF)와 KLM 네덜란드항공(KL)의 환불 시스템도 중단됐다. 이에 반해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환불 시스템은 정상 운영 중이다.
 
외국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환불 시스템을 차단하면서 하나투어, 인터파크,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항공사의 환불 처리가 지연된 적은 있지만, 환불 신청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고객의 환불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들이 하나둘씩 사전 통보 없이 환불 시스템을 돌연 차단하기 시작했다”면서 “외국 항공사의 시스템 재개 시점도 정확히 몰라 고객에게 제대로 안내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환불 시스템을 차단한 항공사와 관련한 환불 요청은 4000건이 넘는다.
 
항공업계는 외국 항공사의 환불 중단이 유동성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고객의 여행 취소가 쇄도하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항공권 환불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비행기 리스부터 공항시설 이용료나 인건비 등 기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고정비가 상당한데 요금 환불까지 겹치면서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들이 환불하지 않으면 여행사나 소비자가 이를 돌려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의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해 있어 파산하더라도 소비자가 결제한 일부 금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항공사의 경우 보증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아 파산 등의 위기에 몰리더라도 소비자가 환불을 받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이번 사태를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환불과 관련한 규정은 항공사의 결정’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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