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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유럽 공장 멈췄다…삼성도 가전매장 폐쇄

중앙일보 2020.03.20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글로벌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유럽 각국이 출입국 통제에 나서면서 독일과 폴란드를 오가는 물류 트럭들이 통관 절차를 밟기 위해 지난 16일 줄지어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글로벌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유럽 각국이 출입국 통제에 나서면서 독일과 폴란드를 오가는 물류 트럭들이 통관 절차를 밟기 위해 지난 16일 줄지어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판매망을 거느린 한국의 자동차·가전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선 공장이 폐쇄되는 ‘셧다운’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에 공급 자체까지 덜컹거리면서 한국 글로벌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줄줄이 셧다운
폴크스바겐·BMW·도요타도 세워
GM 30일부터 북미 공장 올스톱
현대차 “4월 북미 판매 -40% 예상”

전자·배터리 업계도 비상
동유럽 공장 폐쇄될라 초긴장
국경 통제에 물류트럭 수십㎞ 줄
미·유럽 가전 매출 감소도 시작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공장을 폐쇄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유럽 공장이 셧다운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오는 23일부터 내달 3일까지 2주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도 18일(현지시각) 확진자가 나와 공장이 멈춰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3월 미국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5~20% 감소하고 4월에는 5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인터뷰에선 “코로나19의 영향이 7~8월까지 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 자동차 회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체코·터키에 공장이 있는 일본 도요타와 슬로바키아에 공장이 있는 독일 폴크스바겐은 이미 공장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17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공장 폐쇄에 이어 슬로바키아·포르투갈 등의 공장도 2~3주간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 공장도 가동 중단 준비에 들어갔다. BMW도 유럽과 남아공 공장 가동을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멈춘다.
 
도요타도 영국·프랑스·체코·터키 등 유럽과 아시아 공장을 닫기로 했다.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과 자동차노조연합(UAW)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GM은 30일부터 모든 북미 소재 공장을 닫는다.
 
공장 가동 중단도 타격이지만, 전 세계 자동차 수요도 줄어 자동차 업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고가 내구재인 신차 구매를 미루고 있어서다. 
 
일부 부품 업체, 하반기 부도 가능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국내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발 부품수급 차질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주 60시간 근무를 검토하고 있다. GV80, 쏘렌토 등 인기 차종은 1년치 주문이 거의 다 들어와 있고 팰리세이드도 소비자가 차를 받으려면 여전히 몇 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외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2000억원에서 8400억원으로 30% 줄였는데 더 떨어지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자동차 부품사는 이 상태가 몇 달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부도나는 곳들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가전·배터리 공장 있는 동유럽 출입국 통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모습. 18일 확진자가 나와 공장이 멈췄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모습. 18일 확진자가 나와 공장이 멈췄다. [사진 현대자동차]

유럽과 미국에 진출한 국내 가전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이미 현지 상황에 맞춰 일부 법인이나 매장을 폐쇄해 매출이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또 미국과 동유럽 등에 진출해 있는 가전과 배터리업체는 공장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동유럽의 가전이나 배터리 업계 공장은 돌아가고는 있다. 문제는 최근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출입국 통제에 나섰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공장은 가동 중이지만 영업·물류 등을 담당하는 인력의 출입국이 막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코로나19로 출입국 통제가 강화되면서 독일~폴란드 국경을 통과하는 물류 트럭 줄만 40㎞가량 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기업에는 ‘2주간 셧다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 이탈리아 법인은 지난 2월부터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 1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대량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스페인·독일 등 유럽 국가는 마트와 약국 등 필수 매장을 제외하고 아예 영업 중지를 명령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각국이 이동제한 같은 전시상황에 돌입하면서 매출이 확 떨어졌다”고 했다.
 
가전 최대 시장인 미국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부터 미국·캐나다·페루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일시 폐쇄했다. 재개장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판매 부진이 시작됐다. TV와 세탁기, 에어컨 등 2020년형 신제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지만 신제품 출시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판매가 전년보다 20~30% 이상 빠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온라인 수요만 조금 있고 3월부터는 매출이 더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우·장주영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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