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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아들 떠나보낸 부모 "결국 코로나가 우리 애를 죽인 것"

중앙일보 2020.03.19 17:31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17세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52)는 결국 오열했다. 숨진 아들이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결과 발표를 듣고서다. 어머니 이씨는 "우리 막내, 불쌍한 내 아들. 코로나 인줄 알고 혼자 격리돼 치료를 받으면서 얼마나 무서웠겠냐. 격리돼 제대로 얼굴도 못 봤는데…"하며 울먹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 19일 정군 '음성' 발표
부모 "그렇게 코로나 아니라고 했는데"
정군, 검사 결과 안 나와 골든타임 놓쳐
어머니 "이럴거면 얼굴이라도 더 볼 걸…"

앞서 18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숨진 정모(17)군의 아버지(54)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코로나 19가 우리 아들을 죽인 건 맞네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들 정군이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병원에서 외면받고, 결국 사망한 뒤 음성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정부의 감염병 의료체계를 지적한 것이다. 정군의 부모도 전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북 경산 지역 고교 3학년생인 정군은 지난 10일 처음 발열 증상을 보이고 8일 뒤인 18일 오전 11시 16분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숨졌다. 정군의 부모에 따르면 정군은 신천지와의 관련도 없고, 최근 3주간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마스크 5부제에 따라 마스크 구입을 위해 약국에서 한시간가량 추위에 떨며 대기한 뒤 발열 증상을 보였다는 게 부모 설명이다. 
 
정군의 부모는 "아들은 코로나19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며 "아무리 그래도 병원이 '오늘 밤을 못 넘길 것 같다'고 판단한 환자를 집에 돌려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건 우리 아들의 치료권을 박탈한 행위다. 지금의 감염병 의료체계는 잘못됐다"고 했다.
 
발열 증상 후 12일 찾은 경산중앙병원에서 정군은 40도 정도의 심한 고열 증상을 보였다. 정군 부모에 따르면 41.5도를 기록했고, 병원은 39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병원에서는 감기로 진단하고 해열제·항생제를 처방해 돌려보냈다. 다만 병원에서는 다음날 일찍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다음날 정군은 검사를 받은 후에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지 못했다. 열이 40.5도까지 오른 데다 X선 촬영 결과 양쪽 폐에 폐렴 소견이 있었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경산중앙병원 측은 "검사 결과에서 양성일 수 있어 입원 치료가 불가능했다"며 "우리로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군은 13일 오후 6시쯤 대구 영남대병원으로 향했다. 영남대병원에서는 음성·양성 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정군을 음압병실에서 치료했다. 영남대병원에서는 정군이 사망하기까지 코로나 19 검사 8차례를 시행했고, 7번은 음성이 나왔다고 했다. 이중 한번의 결과는 애매해 '미결정' 상태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정군은) 최종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영남대병원에서는 정군이 코로나19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치료했다. 음성 판정을 수차례 받다가 양성이 나온 사례가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해서다. 실제 영남대병원은 부모에게 떼준 사망진단서에도 '코로나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을 사인으로 썼다. 다만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정군에 대한 검사에 돌입한 뒤 병원 측에서는 부모에게 "어쨌든 계속 음성 판정이 나왔으니 일반 폐렴으로 보고 정확한 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정군의 부모는 아들이 감염병 의료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라고 했다. 정군 아버지는 "우린 아들이 처음부터 코로나가 아니라고 했는데, 경산중앙병원에서는 검사가 음성으로 나와야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인듯 했다"며 "그렇게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병원에선 코로나로 숨진 걸로 사망진단서에 나왔는데 정부는 음성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어느 게 맞는 지도 잘 모르겠다"며"어쨌든 코로나19가 아닌 사람은 우리 아들처럼 치료도 못 받고 죽는 거냐"고 말했다. 
 
경산=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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