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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서 나흘째 밤, 방문을 여니 밤하늘이 춤추고 있었다

중앙일보 2020.03.19 06:50
지난 2월 캐나다 화이트호스에서 오로라를 만났다. 통나무집에 머물다가 오후 11시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초록빛 띠 같은 오로라가 하늘에 걸려 있었다.

지난 2월 캐나다 화이트호스에서 오로라를 만났다. 통나무집에 머물다가 오후 11시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초록빛 띠 같은 오로라가 하늘에 걸려 있었다.

오로라(북극광) 여행은 확률 게임이다. ‘강한 오로라 세기’와 ‘맑은 하늘’이라는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만 볼 수 있다. 오로라 관측을 복권 당첨에 비유하는 이유다. 작가 빌 브라이슨은『발칙한 유럽산책』에서 노르웨이 최북단 함메르페스트까지 갔는데 보름간 허탕을 친 뒤에야 오로라를 만났다고 썼다. 지난달 북위 60도의 캐나다 화이트호스에서 나흘을 머물렀다. 물론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흘 밤은 칙칙한 하늘만 바라보다 보냈고, 나흘째 밤에서야 그림 같은 오로라를 마주했다. 어쨌든 세계적인 여행작가보다는 한참 운이 좋았던 셈이다. 
 
캐나다로 오로라 투어를 가면 현지 업체의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도시 외곽에 조성해둔 관측소로 가서 오로라를 기다린다. 화이트호스의 ‘오로라센터’가 그런 곳이다. 여기서 이틀 밤 오로라 관측을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예보 사이트에선 센 오로라가 나올 것이라 했지만, 구름이 낀 탓에 물거품이 됐다. 카메라에만 희미하게 초록빛이 담겼다. 보통 KP 지수가 3 이상이면 맨눈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관측을 실패한 두 날 모두 KP 지수는 4였다. 구름 너머에서 오로라가 화려하게 춤추고 있었을 터였다.
일정 중 처음 이틀 밤 찾아갔던 오로라센터. 하늘이 흐렸던 탓에 원주민 텐트에서 모닥불 피우고, 사진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정 중 처음 이틀 밤 찾아갔던 오로라센터. 하늘이 흐렸던 탓에 원주민 텐트에서 모닥불 피우고, 사진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이틀은 ‘인 온 더 레이크(Inn on the lake)’에서 묵었다. 화이트호스 도심에서 남쪽으로 54㎞ 떨어진 호숫가의 통나무집이었다. 예쁜 사진을 위해 텐트를 설치하지도 않았고, 가이드가 오로라의 상태를 살펴주지도 않았다. 통나무집에서 쉬고 있다가 오로라가 나타나면 자유롭게 나가서 구경하는 식이었다. 
화이트호스 도심에서 54km 남쪽에 자리한 호숫가에 그림 같은 통나무집 '인 온 더 레이크'가 있다. 객실 내부는 집처럼 아늑하다.

화이트호스 도심에서 54km 남쪽에 자리한 호숫가에 그림 같은 통나무집 '인 온 더 레이크'가 있다. 객실 내부는 집처럼 아늑하다.

인 온 더 레이크는 음식 맛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수준 높은 3끼 식사는 이 숙소의 인기에 한 몫 한다.

인 온 더 레이크는 음식 맛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수준 높은 3끼 식사는 이 숙소의 인기에 한 몫 한다.

통나무집에서 묵은 첫째 밤 역시 날이 흐렸다. 대망의 마지막 날. 온종일 눈이 내리더니 오후 9시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갰다. 별이 총총 박힌 까만 하늘에 타원형 띠 모양의 오로라가 나타났다. 그리고 1시간 넘게 춤추는 오로라를 감상했다. 퍼붓는 소나기에 온몸이 흠뻑 젖은 것처럼 자연의 신비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사흘 내내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새벽 비행기로 화이트호스를 떠나기 직전에야 나타난 것이다. 하늘이 연출한 드라마는 결국 해피엔딩이었다. 영하 22도, 체감 기온 영하 30도 추위는 완전히 잊고 말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북극광. 유콘 여행 마지막날 새벽에 기적처럼 만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북극광. 유콘 여행 마지막날 새벽에 기적처럼 만났다.

오로라를 머나먼 캐나다 유콘까지 온 일행들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오로라를 머나먼 캐나다 유콘까지 온 일행들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오로라로 유명한 북극권 여행지는 사실 심심하다. 낮에 할 게 없다. 그러나 화이트호스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스라소니·북극여우 같은 야생동물을 봤고 노천온천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 손꼽는 맥주 양조장도 들렀다. 누가 뭐래도 가장 흥미진진한 건 개썰매 체험이었다. 2인1조로 알래스칸 허스키 6마리가 끄는 썰매에 몸을 싣고 가문비나무·사시나무 우거진 순백의 숲을 누볐다. 극한 추위가 일상인 겨울왕국은 의외로 낭만적이었다.
 
이번 오로라 여행은 중앙일보와 ‘샬레트래블’이 함께 기획한 테마여행이었다. 지난 2월, 독자 17명과 함께 6박8일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캐나다 정부가 3월 18일부터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지만, 당시 캐나다 입출국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유콘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캐나다 스라소니. 고양이 3배 덩치 쯤 된다. 뾰족한 귀털이 매력 포인트!

유콘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캐나다 스라소니. 고양이 3배 덩치 쯤 된다. 뾰족한 귀털이 매력 포인트!

 개썰매 체험은 가장 짜릿한 경험이었다. 개들에게 단지 썰매를 끌도록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설원을 질주했다.

개썰매 체험은 가장 짜릿한 경험이었다. 개들에게 단지 썰매를 끌도록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설원을 질주했다.

 화이트호스(캐나다)=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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