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단 문건 확보…금감원·변호사 출신 포함
김 회장이 꾸린 인수단의 존재는 청와대 행정관 연루 의혹을 언급한 장 전 센터장 녹취록에도 나와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라임운용 인수를 위한) 자문단이 둘 들어갈 건데 청와대에서 자문단에 들어가는 사람까지 다 받았다"며 "한쪽은 돈을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쪽으로 만들 거고, 이쪽은 (금융)감독원 출신, 검찰 출신, 경찰 출신, 변호사 등 쓰레기 처리반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지난 1월 확보한 '라임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에 따르면 당시 김 회장은 실제로 이 '쓰레기 처리반'을 구성할 계획을 짰다. 라임운용 직원 한 명을 대표이사로 세운 뒤 고문 2명과 감사, 준법감시인, 마케팅·홍보본부, 대체관리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으로 인수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코스닥 상장사 실소유주 김모 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라임자산운용 인력구성 계획안' 문건.
또 다른 고문 내정자 B씨는 금융 전문 변호사다. 1998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금융회사 변호사로도 근무한 바 있는 B씨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 대형 로펌에서 근무 중이다.
인수단엔 그밖에 라임운용 직원 출신 대표이사 겸 대체자산관리본부장, 변호사 출신 감사, 해외 자산운용사 출신 준법감시인, 기자 출신 마케팅·홍보 본부장, 부동산시행사 출신 경영지원본부장 등이 합류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녹취록에 나온 '검찰 및 경찰 출신' 인사는 없었다.
금감원 발표로 중단…인수 의도는 의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회장이 인수단을 꾸려 라임운용 부실 자산 등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려 한 의도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김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가 라임운용이 투자한 기업이라서다. 김 회장으로선 라임운용이 망가져 회수·관리 능력을 상실할 때까지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최적의 전략이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김 회장이 상장사를 인수하려고 했다면 주식을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망가진 비상장사 라임운용을 인수하려 했다는 건 수익을 낼 가능성 측면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이라며 "라임운용에 대한 외부세력 접근을 차단하거나 본인이 책임져야 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라임운용 인수 계획과 관련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의 녹취록. 법무법인 우리
익명을 원한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라임펀드 부실자산을 정말 싼 가격에 인수해 적정 가격에 회수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며 "인수 시도는 태핑(Tapping·거래 상대방의 의사를 알아보는 것)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