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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증해 중기·자영업 직원월급 대출, 폐업 막아라

중앙일보 2020.03.19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전성철 객원기자

전성철 객원기자·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전성철 객원기자·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코로나 재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단절’이다. 개인과 개인이 단절되고, 마을과 마을이 단절되며 국가와 국가가 단절된다. 이 단절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경제다. 경제의 본질이 ‘연결’이기 때문이다. 단절이 지속되면 경제는 필연적으로 붕괴한다. 아무도 사지 않고,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줄폐업 복구엔 적어도 수십 년
은행서 중기 월급 장기저리대출
필요한 자금 지원하는 핀셋 처방
현금 돌아 기업·직원 다 살수 있어

해외 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한국 같은 나라에 이 ‘단절’의 효과는 훨씬 더 치명적이다. 그런데 갈 길은 먼 것 같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제 야구로 치면 2회전에 불과하다고 했다.
 
거대한 경제적 파탄을 막는 것이 정부의 중차대한 과제다. 우리 정부는 지금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치유해야 하는 의사의 입장이다. 그의 처방에 환자의 생명길이 갈린다. 
 
현금 살포보단 경제 체력 살려야
 
우선 가장 나쁜 처방부터 보자. 그것은 세금으로 조달한 현금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씩 온 국민에게 준다는 식이다. 이것은 환자에게 마약을 주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미래를 포기하는 전략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환자가 병마와 싸우는 데 필요한 기력과 체력을 보강해 주는 일이다. 이 기력과 체력이 경제에서는 ‘산업 생태계’다.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면 경제는 속절없이 추락한다. 이 생태계 붕괴는 중소업체들이 한꺼번에 대거 망할 때 일어난다. 한번 붕괴된 생태계는 다시 살리는 데 수십 년이 소요된다.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선 이 산업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 무엇보다 알을 낳는 닭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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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가 선택한 정책이 좋은 사례다. 당시는 GM·포드 등 거대 제조기업을 포함해 리먼 브러더스 등 초대형 금융기관 수십 개가 갑자기 지급 불능에 빠져 법정 관리에 들어가 버린 전대미문의 경제 참사였다. 산업과 금융 생태계의 총체적 붕괴가 목전에 왔었다.
 
미 정부는 창의적 대책으로 이 붕괴를 막아냈다. 우선 어느 은행이든 자금이 부족하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줬다. 이를 위해 모든 은행 간 차입 거래에 자동적으로 연방정부의 지급 보증이 붙도록 했다. 아무런 절차도, 승인도, 허가도 필요 없었다. 그냥 한 은행이 차입을 요청하면 자동적으로 정부 보증이 붙었고 자연히 은행들은 필요한 자금을 다 조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살아남았고 금융 생태계가 일단 온전히 보전됐던 것이다.
 
이렇게 안정된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는 일반 국민을 위기 극복에 끌어들였다. 일반 시민들에게 법정 관리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돈을 무제한 빌려줬었다. 일반 시민이 1을 내면 정부가 그 주식을 담보로 6을 빌려준 것이다. 주식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대기업이 1년여 만에 법정 관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스마트한 경제 전략이다.
 
단절의 시대, 중소기업 매출이 5분의 1, 10분의 1로 줄어드는 현 상황을 그대로 두면 우리 산업 생태계의 연쇄 붕괴는 거의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기업을 살리는 핀셋 처방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필요한 기업에 필요한 만큼 현찰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언제 망하는가. 대부분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줄 때다. 우리나라에선 월급을 주지 못하면 사장이 형사범이 된다. 그래서 사장들은 형편이 어려워지면 있는 돈을 다 나눠주서라도 직원들을 내보내고 하루빨리 폐업하길 원하게 된다. 그래서 도산 도미노가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할 일은 어떻게든 이런 중소 업체들에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는 현금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그러면 기업은 일단 생존할 수 있다.
 
그 방책은 중소기업들이 거래 은행으로부터 직원 월급만큼의 장기저리 대출을 일정 기간 사실상 무조건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출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기반으로 지급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은행들은 정부를 믿고 신속히 대출해 줄 것이다.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와 재료비까지 정부가 상당 부분 지원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도산 기업은 급격히 줄어들고, 경제와 산업 생태계는 보존될 것이다.
 
이 방안의 가장 큰 장점은 재정이 가장 생산적인 방법, 즉 기업 생존의 씨앗으로 쓰여진다는 점이다. 그를 통해 사회에 건전한 현금 흐름이 생겨나고, 그것은 유효 수요를 창출해 전체적으로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 월급쟁이 직원, 그리고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방안이다. 재정은 이런 식으로 쓰여져야 한다. 지금 유럽의 주요 나라들이 바로 이 접근법을 쓰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3300억 파운드(약 497조원)를, 프랑스는 3000억 유로(411조원)를 바로 이 목적으로 할당하고 이미 거대한 지급 보증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도 아마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기존 정부 지원자금은 절차 너무 복잡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지금 정책자금 신청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려서 “대출받기 전에 망하겠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 지급보증으로 이런 현금 부족, 대출 경색, 신용 경색, 연쇄 도산 위기를 풀 수 있다.
 
전례 없는 위기다. 정부는 로빈 후드가 아니라 스마트한 명의가 돼야 한다.
 
전성철
서울대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MBA와 로스쿨을 마치고 맨해튼의 대형 로펌 ‘리드&프리스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당시 한국 정부 고문변호사로 수퍼301조 등 대형 통상 현안을 처리했다. 귀국 후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과 산업자원부 무역위원장 등을 거쳤다. 이후 세종대 부총장을 지내고 IGM세계경영연구원을 세웠다. 정치권과 학계, 경영계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전성철 객원기자·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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