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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명 사망" 경고에…영국, 코로나 대응전략 180도 급변

중앙일보 2020.03.17 21:3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와 보좌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략이 불과 일주일 새 180도 바뀌었다. 보건당국과 대학 연구진이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존슨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런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람이 급하지 않은 접촉을 금지하고 불필요한 이동과 여행을 중단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술집과 클럽, 극장을 비롯한 각종 공연장의 출입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보다 훨씬 강화된 격리 지침과 함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을 권고한 것이다. 애초 감기 증상이 있으면 7일간 자가격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해도 좋다고 한 발언과 대비된다. 
 
영국 정부는 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대란 우려가 제기되자 황급히 의료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자국 내 자동차 업체들에 산소호흡기 같은 의료장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으며 호텔을 병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검사와 격리를 거부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심할 경우 곧바로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강경책도 마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새 데이터, 새 정책: 왜 영국의 전략이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와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소속 감염병 예측모델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서를 다뤘다. 
 
보고서에는 이탈리아처럼 영국이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30%가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장기적으로 26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데이터도 뒷받침됐다. 사망자 통계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지병 등 다른 질병이 악화해 숨지는 사례까지 포함된 것이다. 연구진은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영국 감염병 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압박을 겪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글로벌 감염병 분석에 주력해온 닐 퍼거슨 교수팀은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정부가 처방해야 할 행동지침인 시나리오 1도 제시했다. 영국은 현재 모델연구자들이 '억제'라고 부르는 시나리오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임페리얼칼리지 측이 내놓은 시나리오 1에 따르면 우선 기침·발열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7일 동안 자택에서 격리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가족까지 최소 14일간 자가격리한다. 올해 3분기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상적인 대인 접촉을 끊는 것을 권한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는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게 좋다. 학교·대학 폐쇄도 검토한다. 
 
가디언은 지난 15일에도 영국공중보건국(PHE)이 NHS의 고위 관계자용으로 작성한 기밀 보고서를 입수해 "앞으로 12개월 동안 인구의 최대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 중 최대 15%인 790만 명은 병원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NHS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염률이 80%에 이를 경우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수치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면역력 강화, 치료제 개발 등으로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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