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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위협하는 4가지…코로나 그리고 '트럼프 입'도 무섭다

중앙일보 2020.03.17 18:02
쉬어갈 틈이 없다. 17일에도 세계 금융시장은 살얼음 위를 걸었다. 이날 코스피(-2.47%)와 중국 상하이지수(-0.34%)는 내렸고, 하루 전 2.46% 하락했던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06% 소폭 반등에 그쳤다. 
 
숨돌릴 틈 없이 세계 경제를 바닥으로만 밀어 넣고 있는 4가지 요인을 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17일(현지시간) 스위스 국경.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17일(현지시간) 스위스 국경. 연합뉴스

 

①멈추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

이날 필리핀 증권거래소와 은행협회는 금융시장 폐쇄를 결정했다. 서킷 브레이커(주식 거래 일시 중단)나 사이드카(주식 매매 호가 효력 정지)가 아닌 전면 거래 금지다. 주식ㆍ채권ㆍ외환 거래 모두가 중단됐다. 정해진 기한도 없다. 추후 공지할 때까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첫 금융시장 ‘셧다운’이다.
 
전례는 극히 드물다. 2001년 ‘9ㆍ11 사태(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테러로 무너진 사건)’ 때 미국 증시가 일주일간 문을 닫은 적이 있다. 당시 증시 폐쇄는 직접적인 객장 테러 위협 때문이 아닌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필리핀 주가지수인 PSEi 지수는 올해 들어 16일까지 31.09%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라고 전했다. 필리핀 정부가 이례적 금융시장 폐쇄를 선택할 만큼 세계 금융시장의 신흥국 자금 탈출 러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필리핀 같은 아시아 신흥국은 물론 북미ㆍ유럽 선진국 금융시장도 하루가 멀다 하고 폭락장을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얼 하든, 그밖에 어떤 조치가 나오든 상관없다. 시장은 공포와 불확실성만 반영하고 있다”며 “시장을 안정시킬 방법은 단 하나다. 코로나19 환자 숫자가 줄어드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②불안한 국제 공조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 정상(G7)은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들 정상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나가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G7은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7개 선진국 연합체다.  
 
이날 G7 정상은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공중 보건, 고용, 무역과 투자, 치료 관련 연구개발 등을 아울러 정부 차원의 협력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같은 다른 국제기구의 동참도 요구했다.
 
아직까진 말의 성찬이다. 코로나19 환자가 18만 명을 향해 달려가지만 감염병 특성상 국제 공조가 쉽지 않다. 국경을 막고 지역을 봉쇄하는 차단 방역이 우선이라서다. 감염 확산 속도도 빨라서, 나라마다 ‘급한 자기 불 끄기’에 바쁜 상황이다.  
 
15일 미국 중앙은행인 Fed를 시작으로 일본·한국·호주·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일제히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의 돈 풀기 대책을 내놨지만 조율된 공조라고 보긴 힘들다. 미 Fed가 연 0~0.25% 기준금리, 7000억 달러(약 850조원) 양적 완화라는 2008년 금융위기급의 대책을 ‘깜짝’ 공개하자 한국은행·일본은행 등이 임시 통화정책회의를 급하게 열어 부랴부랴 보조를 맞춘 게 현실이다.  
 
주요국 정상의 엇박자 행보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여행객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하며 북미ㆍ유럽 증시를 ‘검은 월요일’로 몰아넣은 게 지난 11일, 불과 일주일 전 일이다. EU는 여기에 맞서 비회원국의 입국을 30일 제한하는 조치를 발의하며 ‘각자도생’에 들어갔다.
 
 
 

③결정적 순간에 찬물 ‘트럼프의 입’

“그럴지도 모른다(It may be).” 16일 미국 경기가 침체를 향해 가고 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이 답했다. 지금의 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 흐름을 보면 틀린 발언은 아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폴리티코는 “공중 보건 측면에서 기인한 첫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그것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야심 찬 구호를 내걸고 2016년 11월 승리를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나온 경기 침체 인정 발언이라서 문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두고 “7~8월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미국 증시에 다시 경보음이 울렸다. 이날 다우지수는 12.93% 급락했다. 하루 낙폭은 2997.10포인트로 3000포인트에 육박했다. 1987년 ‘검은 월요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다.
러시아 모스코바 시내 환전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촉발한 유가 전쟁이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으로 몰어넣었다.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코바 시내 환전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촉발한 유가 전쟁이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으로 몰어넣었다. 연합뉴스

 

④바닥 뚫고 가는 유가  

뉴욕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원유 거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6일 미국 서부텍사스산(WTI) 가격은 배럴당 28.70달러로 거래됐다. 전 거래일 31.73달러와 견줘 10% 가까이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 4년 만에 최저치”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불 붙인 유가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칼리드 알다바그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의 유가도 만족스럽다”며 휴전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어든 석유 수요, 낮아진 단가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석유 관련 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지만 코로나19 만큼이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CNN은 “현재 미국은 세계 1위의 원유 생산국 자리에 올라있는데, 이번 유가 전쟁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제국의 왕관’을 다시 차지하기 전까지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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