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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말한 ‘뿌리 깊은 불공정’ 전관예우… 법무부, 전관 수임 제한 늘인다

중앙일보 2020.03.17 18: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무부가 이른바 법조계 ‘전관 특혜’를 막기 위해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의 수임제한을 최장 3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을 맡는 이른바 ‘몰래 변론’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수임·변론 단계 ▶검찰 수사 단계 ▶징계 단계 등 단계별로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전관 특혜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으로 지목했다. 이후 법무부는 후속조치로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전담팀(TF)’을 구성해 대응 방안을 논의해 왔다.  
 

수임 단계부터 막는다

사건 수임 단계에선 재산공개 대상자인 검사장과 고법 부장판사,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 1급 이상 공무원 등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3년간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간 수임하지 못 하게 했다. 차장검사, 지법 수석부장판사, 2급 이상 공무원 등 취업심사 대상에 해당하는 퇴임 공직자의 경우에는 수임 제한 기간을 2년으로 늘렸다. 현행 변호사법상 퇴직 전 1년, 퇴직 후 1년의 수임제한 기간과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3년, 2년)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세다’는 평이다. 공익적인 목적만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위장병이 있으니 위를 없애겠다는 처사”라며 “(3년 수임 제한 시) 근무했던 곳의 3분의 1에 가까운 곳에서 수임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를 두고 법무부 관계자는 “‘상당한 불이익이다’, ‘과하다’는 반응들도 생각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반사회적인 전관 특혜를 공동체 사회에서 극복해야 한다면 개인 불이익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임 제한 규정을 위반해도 어차피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수임 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처벌규정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게 실효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적기도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선임계 없이 ‘몰래 변론’ 처벌 강화

이른바 ‘몰래 변론’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검찰이나 법원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로비하는 부조리를 차단하고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탈세를 막기 위해서다. 현행 변호사법으로도 몰래 변론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다만 ‘조세포탈이나 수임제한 등 법령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인정될 경우 처벌할 수 있어 실효성이 적고 처벌 수위도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정당한 이유 없는’ 단순 몰래 변론 행위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세포탈 등 법령제한 회피 목적의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한다.

 

전화 변론, 예외적 경우만

수사 단계에서 전화 변론과 검찰 내 상급자를 상대로 한 변론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사실상 수사 중인 검사와 사건과 관련된 통화를 할 수 있는 건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한정된 특혜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전화 변론은 주임검사의 요청이나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전결권자의 상급자에게는 절차 위반 등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바로잡을 때만 변론이 가능해진다. 그 외의 변론은 주임검사에게 서면으로 제출하되 주임검사에게 직접 전달해서는 안 된다. 

 
이 역시 반응은 엇갈렸다. 법무부는 이러한 처벌 강화 흐름이 ‘선언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면서 “어디까지가 ‘몰래 변론’이고 어디까지가 조언인지에 대한 경계가 애매해 아예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거나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다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전관 특혜’ 근절안 언제부터 시행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매일경제 이충우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매일경제 이충우기자]

법무부는 수사 단계에서의 전관 특혜 근절 방안들을 먼저 도입할 방침이다. 법무부 훈령이나 대검찰청 예규 개정으로도 시행 가능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행 주체인 대검찰청은 일선 청에 의견 조회를 하고 이를 취합해 법무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대한변협과도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등 검찰 내 전관 특혜 근절 의지도 높다는 분위기다.

 
다만 사건 수임 제한 기간 연장 등 변호사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실제 시행까지 절차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21대 국회 입법을 목표로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해당 입법이 마무리되면 이에 준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전관 특혜 근절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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