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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1개월 변호사가 野 비례대표 5번…로펌 대표도 놀랐다

중앙일보 2020.03.17 15:43
16일 발표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5번을 받은 김정현(32) 변호사가 지난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모습. 왼쪽은 해당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 [정교수지식채널 캡처]

16일 발표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5번을 받은 김정현(32) 변호사가 지난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모습. 왼쪽은 해당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 [정교수지식채널 캡처]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가 제1야당의 비례대표 최상위 순번을 받아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6일 법률사무소 공정의 김정현(32) 변호사를 비례 5번에 배치했다. 확실한 당선권이다. 미래한국당은 비례 20번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있다. 
 
김정현 변호사는 이같은 사실을 발표 30분 전에 듣고는 주변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의 소속 로펌 대표도, 그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동기들도 중앙일보에 "전혀 예상하지 못해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주변에 정치적 입장을 밝힌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한 서울대 로스쿨 동기 변호사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동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력은 화려, 소개는 동아리 회장  

김정현 변호사의 학력은 화려하다.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서울대 로스쿨을 2017년 졸업했다. 변호사 시험은 세번만인 지난해 4월에 합격했다. 이제 막 수습기간이 끝난 서초동 소형 로펌의 신참 변호사다. 문제는 김 변호사의 학력 이외의 경력은 전혀 알려진게 없다는 점이다. 미래한국당은 공천 명단을 발표하며 김 변호사를 '카이스트 리더십 동아리 회장'이라고만 소개했다.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휴일인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면접 휴식시간 동안 잠시 밖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휴일인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면접 휴식시간 동안 잠시 밖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엔 김 변호사가 지난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서울대 로스쿨 합격기를 전한 영상 정도만 찾아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펙과 성적이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하긴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자소서를 잘 써서 합격할 수 있다"는 합격 방법을 전했다. 인터뷰에 공부방법 이외의 다른 내용은 없었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57) 변호사는 "김 변호사는 학력 이외에 아무런 사회적 경험도 없는 청년 같다"며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커리어를 가진 또래 여성 변호사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이 사람이 뽑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명문대를 졸업한 것 이외에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고스펙 청년이 정치에 잘 안오는데 김 변호사가 지원해 운좋게 뽑힌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개월 경력, 공정거래 사건 변호 

김 변호사가 소속된 법률사무소 공정은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인 황보윤(57)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있는 서초동의 소형 로펌이다. 주로 중소 기업간의 공정거래 관련 법률 분쟁을 다루고 있다. 김 변호사가 지난해부터 맡아왔던 사건들도 용역 계약 과정에서 피해를 보거나 돈을 떼인 중소 벤처기업과 소형 건설업체들의 사건이었다고 한다. 
 
로펌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미래한국당 면접에서 갑질 피해 기업들의 소송을 대리한 경험을 강조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로펌에 오기엔 스펙이 아까울 정도로 학력이 화려했고 성실히 일했던 변호사였다"고 전했다. 이번 미래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부모님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김 변호사에게 그런 든든한 빽이 있었다면 대형로펌에 가지 않았겠느냐. 김 변호사의 부모를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서울대 동기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부모님이 사업을 하신다는 정도만 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청년 비례대표 후보인 류효정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리게임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대 여성 청년 비례대표 후보인 류효정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리게임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 중견 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청년에겐 사회적 경력이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젊은 청년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평론가인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미래한국당은 최소한 왜 김정현 변호사를 뽑았는지 그 이유는 설명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김정현 변호사가 야당 소속으로 정치에 도전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평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중앙일보는 김 변호사에게 출마 이유를 물으려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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