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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헝가리 무곡' 표절 시비로 법정 선 브람스, 판결은?

중앙일보 2020.03.17 09:00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12)

작곡가 브람스는 자신의 작품을 쉽게 발표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졌던 브람스는 자신이 만든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폐기해 버렸다. 자신의 예술적 목표에 이르지 못하면 결코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던 치밀한 성향의 작곡가였다. 그런데 그런 브람스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정말로 예상 밖의 일이어서 당시 예술계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이 소송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 궁금하다.
 
1852년 헝가리계의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드 레메니라는 인물이 브람스가 살고 있는 함부르크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당시 19살이었던 브람스는 이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레메니 역시 브람스를 만나서 그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어보았으며 브람스의 연주력과 총명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곡가 브람스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없이 폐기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표절 시비로 법정에 선 일은 당시 예술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작곡가 브람스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없이 폐기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표절 시비로 법정에 선 일은 당시 예술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당시 피아노 반주자가 필요했던 레메니는 브람스에게 순회공연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는데 브람스도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연주 여행은 브람스의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요하임과 같은 명연주자와의 교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1853년 봄에 두 사람은 연주 여행을 함께 떠났다. 그 당시 레메니는 음악가로서 어느 정도 명성을 누리고 있었던 터라, 브람스는 레메니의 명성에 기대어 뒤셀도르프, 하노버, 바이마르 등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공연했다. 브람스가 피아노를, 레메니가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니 무대의 충실도와 긴장감이 상당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그때의 여행에서 브람스는 레메니가 연주하는 집시 음악을 피아노 연주용으로 틈틈이 편곡해 두었다.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집(Hungrian Dances)’은 이 연주 여행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후일에 발생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1869년에 출판사 짐록에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집이 악보로 출판되었다. 이것이 바로 ‘헝가리 춤곡 제1집’과 ‘헝가리 춤곡 제2집’으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해 출판사를 기쁘게 했다. 이들 춤곡집엔 집시풍의 분위기가 담겨 있었고 리듬도 발랄해 유럽의 음악애호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브람스는 독주회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연주 여행을 하면서 '헝가리 춤곡집'을 완성하였다. 그런데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이 성공하자 레메니가 발끈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게 되었다. [사진 pexels]

 
브람스가 이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헝가리 춤곡을 출판해 성공을 거두자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가 발끈했다. 레메니는 브람스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브람스가 내 아이디어를 훔쳤다. 이건 표절이야!”
 
레메니가 ‘표절’을 주장하자 브람스도 출판권 확인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브람스가 승소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춤곡은 원작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헝가리 춤곡집’ 중에서도 제1번, 제5번, 제6번 등이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헝가리 무곡집’은 여러 편곡자에 의해 오케스트라용으로도 편곡돼 오늘날까지 연주되고 있다. 브람스의 경력에서 이때의 소송 사건은 불미스런 기억으로 남았지만, 오늘날에 와서 ‘헝가리 무곡’이란 용어는 일단 브람스의 작품을 뜻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헝거리언 무곡’은 연주여행에서 얻은 소재와 영감이 걸작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경우가 되었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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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렬 이석렬 음악평론가 필진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 음악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이제 바쁜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즐기는 반퇴 세대들이 있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문화적으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음악을 감상하고 공연장을 방문하고 악기를 함께 연주한다. 음악이 함께 하는 삶은 아름답고 여유롭다. 본 연재물은 음악의 즐거움을 환기하고 음악을 통해 생활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음악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한다. 이제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를 갖고 삶을 더욱더 아름답게 채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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