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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에 직장 잃는 두 딸의 아버지…"무죄 났는데"

중앙일보 2020.03.17 06:00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뽑는 데가 없다”
“타다로 생활비 벌면서 배우의 꿈 놓지 않았는데 이제 뭘 해야 할지…”
 
이른바 ‘타다 금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타다 서비스 중단이 예고되면서 타다 드라이버(운전기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법안 통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타다는 다음달 10일까지만 서비스를 운영한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법안이 통과돼도 타다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준비해서 플랫폼 운송 사업자로 등록해 영업할 수 있다"고 했지만 타다가 서비스 중단을 결정하면서다.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 대로라면 타다는 운송면허 취득 과정에서 기여금을 부담해야 하고 차량 총량 규제도 받아야 한다.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국회 본회의장 앞을 타다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국회 본회의장 앞을 타다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 면접 봤다"

16일 타다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실직 예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신규 채용 불황이 겹쳐 앞길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1년째 타다 기사 일을 했다는 한모(60)씨는 “이제 타다 일은 못 하게 됐으니 다른 일자리를 찾아 보고 있는데 나이도 있고 해서 받아주는 회사가 없다”며 “택시회사 면접을 봤는데 타다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기존 택시 업체도 사람을 아주 가려서 뽑는 것 같더라”고 했다.  
 
한씨는 중국에서 십수년 동안 사업을 하다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한씨는 이후 타다 등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1주일에 6일씩 타다 기사로 일하면서 하루에 12만원씩을 벌었다. 그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어서 타다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만큼 벌어 만족했었다”며 “그런데 코로나19 문제로 가뜩이나 일자리가 없는데 당장 어디서 새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배우의 꿈 놓기 싫은데…"

1년 5개월 동안 타다 기사로 일했다는 A씨(49)의 직업은 배우다. A씨는 연극 무대에 서다가 최근엔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 등으로 출연하고 있다. 연기 일이 잘 들어오지 않다 보니 타다 기사로 생활비를 벌고 배역이 들어오면 연기를 해왔다.
 
A씨는 “원래 꿈이 배우였고 지금도 배우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나이가 많이 들긴 했지만 배우 일은 놓고 싶지 않다”며 “촬영이 많아야 일주일에 한 두건 들어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유동적이라 고정된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가 타다 기사로 1년 넘게 일한 이유다.
 
타다 기사는 매주 원하는 날짜에 근무를 신청해 일을 받는다. A씨는 “나처럼 꿈을 계속 좇으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쿠팡이나 대리운전기사 같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와 택시. [뉴스1]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와 택시. [뉴스1]

"1심 무죄 났는데"

타다 기사들은 “타다 운전을 조금만 해보면 택시와는 운영 방식과 고객층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 관련 사업을 하다가 1년 6개월째 타다 기사로 일하고 있는 B씨(42)는 “아주 외진 골목 같은 데서 타다를 잡는 고객이 많다”며 “그 분들 태우면 택시는 잡히지가 않는다고 하소연하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어린 학생들 등하교를 위해 타다를 이용하는 분들도 많은데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B씨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안도했는데 국회가 바로 법을 바꿔서 타다를 불법으로 만들었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두 딸의 아버지인 그는 일자리를 새로 알아보고 있다.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스1]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스1]

전체 타다 기사의 20% 가량을 공급하는 ‘버틀러’의 이근우 대표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대규모 실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우리 회사에서만 1500명 정도는 새 일을 알아봐야 한다. 이들 중 대략 100여명은 거의 매일 일하는 분들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타다 기사들의 상황은 타다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공항·항만 중심의 예약제 렌터카 서비스를 하는 벅시,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운영사) 등 타다를 제외한 플랫폼 운송업체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으로 제도권 안으로 진입할 근거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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