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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항공권도 동났다…중국인 '유럽 탈출' 러시

중앙일보 2020.03.17 05:00

1장에 3000만원

진루항공의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 [사진 我愛飛機]]

진루항공의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 [사진 我愛飛機]]

비행기 푯값이다. 18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스위스 제네바를 거쳐 중국 상하이에 도착하는 경로다. 미국 보잉사의 최신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에 설치된 호화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다. 중국 진루항공(金鹿航空)이 내놨다. 가격은 무려 18만 위안(약 3100만원). 그런데도 총 40석의 항공권은 판매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중국 진루항공이 내놓은 런던 상하이 항공권 [사진 我愛飛機]

중국 진루항공이 내놓은 런던 상하이 항공권 [사진 我愛飛機]

 
호화 좌석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항공편도 사정이 비슷하다. 17일에 런던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 표는 최대 5만 위안(약 870만원)까지 나갔다. 직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나 일본 도쿄를 경유해 가는데도 그렇다. 이탈리아 로마·밀라노에서 출발해 상하이에 도착하는 비행기도 독일 뮌헨이나 일본 도쿄 등을 경유하고도 2만 2000위안(약 380만원)이나 내야 했다.
[사진 홍싱신문]

[사진 홍싱신문]

 
프랑스나 미국발 중국행 비행기 표 가격도 평소보다 급등했다. 이코노미 클래스 대부분 1만 위안(약 175만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표는 없어서 난리다.
 
지난 12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홍싱신문(紅星新聞)이 지난 15일 전한 내용이다. 홍싱신문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푯값이 수만 위안으로 올랐다”며 “해외에 체류한 중국인들은 이 표마저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중국인들의 '유럽 탈출' 러시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지난달 1일 중국 관광객이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채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1일 중국 관광객이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채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EPA=연합뉴스]

1~2달 전만 해도 중국에서 해외로 나가려는 중국인이 많았다.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해외 각국에선 중국인 유입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월 23일 프랑스가 발칵 뒤집어졌던 것이 대표적이다. 우한 출신의 한 중국 여성이 해열제로 발열을 감추고 비행기로 프랑스 리옹에 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도 중국 관광객들이 도심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도됐다. 이후 중국 관광객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국내에 들끓었다.
지난 1월 28일 오전 명동 거리에 위치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온 중국인 관광객이 북적이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1월 28일 오전 명동 거리에 위치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온 중국인 관광객이 북적이고 있다.[중앙포토]

 
2월 말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해 현재 8000명을 넘었다. 그러자 중국인의 ‘탈(脫) 코리아’ 러시가 생겨났다. 돈을 벌기 위해 숨어지내던 중국인 불법체류자들까지 출입국사무소에 자진신고를 하러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글과 우비를 챙겨 입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글과 우비를 챙겨 입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3월 들어선 유럽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가 본격 상륙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2만 5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800명을 넘었다. 스페인도 확진자 수가 8000명에 육박하며 총리 부인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프랑스, 독일, 영국 모두 확진자 수가 수천 명에 달한다. 미국도 급증하고 있다.
16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한 공동묘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피자 배달을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6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한 공동묘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피자 배달을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었다. 최근 1일 확진자 수는 10명대에 그친다.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로썬 코로나19에 보다 안전한 곳을 ‘떠나온 조국’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귀국을 서두르는 이유다.
우한 줘얼 선수들이 스페인 전지훈련을 하는 모습. [우한 줘얼 웨이보 캡처]

우한 줘얼 선수들이 스페인 전지훈련을 하는 모습. [우한 줘얼 웨이보 캡처]

스페인에 훈련을 왔던 중국 프로축구 구단 우한 줘얼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아스에 따르면 우한 구단은 중국에서 코로나19사태가 확산된 직후인 지난 1월 29일부터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머물며 전지훈련을 해왔다. 우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연습경기 상대로부터 일방적인 경기 취소 통보를 받는 수모도 당했다. 그럼에도 중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던 우한 구단은 지난 14일 돌연 항공편으로 중국으로 귀국했다.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우한 줘얼의 호세 곤살레스 감독은 “이제 문제는 이곳(스페인)이다. 중국의 코로나 사태는 사실상 종식됐다”고 말했다.
 

정작 중국은 코로나19 ‘역유입’에 노심초사다.

1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리우팅 국제공항에서 공항 관계자가 외국인들에게 입국 카드를 작성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1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리우팅 국제공항에서 공항 관계자가 외국인들에게 입국 카드를 작성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국내 신규 확진자보다 해외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국하는 사례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6명이다. 이 중 후베이성 확진자 4명을 제외하면 12명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다.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한 남성이 보호 마스크와 플라스틱 가면을 얼굴에 쓰고,1회용 장갑을 손에 낀 채 다니고 있다.[AFP=연합뉴스]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한 남성이 보호 마스크와 플라스틱 가면을 얼굴에 쓰고,1회용 장갑을 손에 낀 채 다니고 있다.[AFP=연합뉴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강력 조치에 나섰다. 신경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16일부터 해외 입국자 전원을 원칙적으로 집중 관찰 지점으로 보내 14일간 호텔에서 격리하고 건강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비용도 입국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는 중국인도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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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언론은 베이징시의 방침이 전국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유럽과 미국의 감염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며 역외 유입 압박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역외 유입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시의 조치가 모범적인 사례로 작용해 전국 각지에서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며 "격리 비용의 자비 부담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해외 거주 중국인이나 화교도 이를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16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파리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했다.[연합뉴스]

16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파리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했다.[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유럽발 코로나19 유입'은 시작됐다. 15일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8236명 중 22명은 유럽을 방문한 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6일 "최근에는 중국보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을 방문하고 국내로 유입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중국이 겪은 어려움을 한국도 뒤따라 경험하고 있다. 마스크 대란, 의료진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역유입 위험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방역은 속도가 생명이다. 중국 사례를 참고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는 또다시 발호(跋扈)할 수 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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