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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함께 돈 풀었지만 글로벌 증시 동반 폭락

중앙일보 2020.03.17 00:04 종합 1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인 뉴욕 증시가 16일(현지시간) ‘검은 월요일’로 한 주를 시작했다. 이날 다우지수가 개장과 함께 9% 넘게 급락하자 주식 거래를 15분간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최근 6거래일 사이에 세 번째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인 뉴욕 증시가 16일(현지시간) ‘검은 월요일’로 한 주를 시작했다. 이날 다우지수가 개장과 함께 9% 넘게 급락하자 주식 거래를 15분간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최근 6거래일 사이에 세 번째다. [AFP=연합뉴스]

16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2거래일 만에 다시 ‘서킷 브레이커’(주식거래 일시 중지)가 발동됐다. 뉴욕 증시는 이날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개장과 동시에 급락세를 보이며 주식 거래가 15분간 중단됐다. 최근 6거래일 사이에 세 번째(9일·12일·16일) 서킷 브레이커 발동이다. 다우지수는 장 초반 11% 이상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1%P 파격 인하
한국 0.5%P 내려 사상 첫 0%대

뉴욕증시 장초반 11% 넘게 급락
2거래일 만에 또 서킷 브레이커
한국 3%, 유럽 장중 7~10% 하락

이날 한국·미국·일본의 중앙은행은 일제히 돈 풀기에 나섰다.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대 시대를 열었고, 미국의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과 같은 사실상 제로 금리가 됐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C의 공포’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봤다. 이날 한국 증시는 3% 넘게 내렸고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증시는 장중 7~10%의 하락세였다.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미국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현지시간 일요일인 15일 오후(한국시간 16일 오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었다. Fed는 연 1~1.25%인 기준금리(연방기금 금리)를 0.0~0.25%로 내렸다. 인하 폭은 1%포인트로 지난 3일(0.5%포인트 인하)을 뛰어넘는 ‘빅 컷(Big Cut)’이다. 미국은 2015년 12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사실상 제로 금리로 돌아갔다. Fed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7000억 달러(약 850조원)를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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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은 즉시 보조를 맞췄다. 16일 낮 12시 긴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4년 만에 추가 양적완화를 결의했다. 이미 기준금리가 마이너스(-0.1%)인 일본은행은 금리를 더 내리는 대신 시중에 8조900억 엔(약 92조원) 넘는 돈을 더 풀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 매입 한도 6조 엔 확대 ▶회사채·기업어음 2조 엔 추가 매입 ▶부동산투자신탁 매입 목표 900억 엔 증액 등이다.
 
파월, 850조원 규모 추가 양적완화…시장 “돈 풀어도 코로나 차단 한계”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4시30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다. 인하 폭은 0.5%포인트로 2009년 2월 이후 가장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와 닮은 각국 중앙은행의 총력전에도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6.58포인트(3.19%) 내린 1714.86에 마감했다. 2011년 10월 이후 8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값은 전날보다 6.7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2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도쿄(-2.46%)·홍콩(-4.03%)·상하이(-3.4%)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ed의 금리 인하 직후 “매우 행복하다”고 밝혔지만 세계 증시의 움직임은 전혀 딴판이었던 셈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먼저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 수(확진자 기준)는 17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확진자 증가 속도는 주춤해졌지만 미국·스페인·프랑스·독일·스위스 등 유럽과 북미 지역에선 이제야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경기침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2008년과 비교하면 훨씬 제한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의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다. Fed도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렵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가 적절한 정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은행이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인 금리 인하가 사실상 ‘약발’을 다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여행객에 대한 전격 입국 제한 조치,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갈등으로 촉발한 유가 전쟁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통상적인 경기침체의 단골 대응책이었던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만으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 제한으로 외식·여행 등 서비스업은 결정타를 맞았고 전반적인 생산과 소비의 차질로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재정·세제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실물에 번진 공포를 가라앉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숙·장원석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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