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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70대, 나물 캐러 온 50대…뻥뻥 뚫린 군기지

중앙일보 2020.03.17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군은 지난해 6월 삼척항에 들어오는 북한 목선을 놓쳤다. [중앙포토]

군은 지난해 6월 삼척항에 들어오는 북한 목선을 놓쳤다. [중앙포토]

지난 1월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를 무단으로 들어가 1시간 30분 동안 돌아다녔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해군은 이 노인을 경찰에 넘기면서 “술에 취해 기지 앞을 방황하고 있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실제 무단 침입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해군이 경계 실패를 외부에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70대 진해 해군기지 90분간 활보
군, 합참 보고 않고 “침입 없었다”
50대 땅 파고 수방사 진지 침입

전투함이 정박하는 진해 해군기지에선 지난 1월 노인이 무단으로 들어와 1시간 30분 간 배회했다. [뉴스1]

전투함이 정박하는 진해 해군기지에선 지난 1월 노인이 무단으로 들어와 1시간 30분 간 배회했다. [뉴스1]

16일 해군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 낮 12시쯤 A(73)씨가 제1정문 앞에 나타났다. 당시 점심시간이라 많은 사람이 정문을 통과하던 참이었다. 위병소엔 기지방호전대 소속 군사경찰(헌병)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증 검사를 맡은 병사가 전화를 받느라 그를 놓쳤다. 나머지 2명은 출입 차량을 검사하면서 A씨를 보지 못했다. 진해기지는 해군의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잠수함사령부 등 주요 사령부가 자리 잡은 핵심 시설이다. A씨는 이후 1시간 30분 동안 진해기지 안을 마음대로 배회했다. 당일 오후 1시 30분쯤에서야 경계초소에 근무하던 한 병사가 A씨를 발견했다. 해군 조사결과 A씨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오후 3시 43분쯤 해군은 A씨를 인근 충무 파출소로 보냈다. 해군 측은 당시 경찰에 “술을 마신 뒤 길을 잃은 상태로 기지 앞을 방황하고 있는 것을 군사경찰이 발견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부대 침입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8일엔 시위대가 제주 해군기지를 무단 침입해 시위를 벌였는데도 군의 파악이 늦었다. [중앙포토]

지난 8일엔 시위대가 제주 해군기지를 무단 침입해 시위를 벌였는데도 군의 파악이 늦었다. [중앙포토]

해군은 또 이같은 사실을 합동참모본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군 측은 “진해기지는 당시 상황을 지휘부에 보고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 해군본부 감찰팀을 현지 부대로 보내 부대출입 시스템 및 사후 조치 전반에 대해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낮 12시 40분쯤엔 수방사가 예하 방공진지 울타리 안에서 50대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 남성은 술 취한 듯 횡설수설하면서 “나물을 캐러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CCTV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울타리 밑에서 땅을 파 진지로 들어왔다. 수방사 측은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뒤 경찰에 그를 넘겼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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