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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교사로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늦어진 학기 때문에 학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부족한 점 보완할 수 있는 시기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학부모와의 통화 상담이 길어지게 된다. "학교에 안 가니 늦게 일어나서 걱정이다" "학원 숙제 외에는 폰만 붙잡고 있어서 속 터진다"는 말씀이 대부분이다. 평소와 다르게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녀의 생활태도가 눈에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해야 할 공부 알아서 하고, 평소 부족했던 독서도 하고, 가족과의 대화가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서로의 갈등으로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후자는 오히려 평소에 부족했던 점(독서량, 가족관계 등)이 보완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첫째, 이 시기에 대한 반응이 가정마다 다르다는 것이며 둘째, 그 반응의 차이점이 '자녀의 자기 주도성'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아도, 자기 주도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행복감에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삶의 자세는 유, 초등시기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버텨내야 한다. 중, 고등학교 이후로는 눈앞의 성과에 눈이 멀기 쉽고, 따라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심지어 몇 년째 하위권을 전전하는 게 고작인데도, 계속 학원만 바꾸면서 시키는 대로만 공부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최근 어떤 초등학교 학부모가 " 선생님 말씀대로 코로나를 계기로 해서 학원 그만두고, 자기 주도 학습을 시도해봐야겠어요" 고무적인 대답을 해 주셨다. 하지만 당장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 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자기 주도 학습에 대한 방법론은 많지만, 그 전에 자기 주도학습이 싹트기 위한 가족의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1.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자기 주도학습의 문화를 만든다.
공부에 대한 책을 던져주면서 읽어보라고 해봐야 효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부모가 읽는다고 해도, 마음만 급해져서 잔소리만 늘 뿐이다. 자기 주도성이 왜 필요한지를 반드시 '함께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딱딱한 책보다는 자기 주도학습에 대한 영상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족이나 부모가 함께 시청하되, 잔소리나 비난은 절대 금물이다. "네가 저런 건 잘하지" "아 그래서 그때 그렇게 힘들어했구나" "나도 학생 때 저런 부분이 잘 안되더라. 근데 필요하긴 하겠다. 그지?" 처럼 어떻게든 칭찬이나 동감할 만한 점을 찾아주도록 한다. 물론 가정의 문화에 따라 이런 표현이 어색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표현이 교과서 읽는 것처럼 어색하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오히려 부모의 마음과 노력이 자녀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다음 단계로는 관련 도서를 함께 사서 읽고, 부모와 함께 북 쉐어링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리추얼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모든 부모가 학생이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공감의 요소가 크고, 둘째 학습의 원리가 '인생 전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현재 삶과 연결할 요소가 많으며, 셋째 자녀의 태도가 가정의 행복도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가족이 함께 삶을 나누는 시간은 필수적이면서도 매우 행복한 경험이다. 자녀가 학생이라면 공부에 대한 화제가 등장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녀를 부당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성인으로서의 우리는 전부 다 우등생처럼 사는 건 아니지만, 각자의 얘기를 하고 싶어하고, 그에 대해 공감을 원하지 않는가? 만약 충고랍시고 계속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멀리하고 싶을 것이다. 자녀는 우리보다 더욱 민감한 존재다. 그들이 공부 잘하길 원하는 마음을 접고, 그 상태 그대로 동등하게 이야기하는 자격을 부여하자. 자신의 존재가 '과도하게'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되면, 그들은 스스로 태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      
 
2. 자기 주도 습관형성의 과정을 '함께' 해 준다.
1의 과정을 통해 몇 가지의 방법을 선택하게 되면, 실제 자기 습관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습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네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핀잔을 들을까 봐서다. 부모 입장에서 속상한 마음을 쏴붙이게 되면, 이  때의 한마디로 자녀의 자기 주도성이 멀어지게 될 수 있다. 몇십 차례의 시행착오가 당연히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패가 반복되더라도 조금씩 진전이 있다면 계속 지속할 것을 결심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부모가 함께 플래너(planner) 작성을 하는 것이다.  자기 주도 학습에 반드시 포함되는 요소 중 하나가 '학습 플래너'인데, 부모도 일상생활에서 해야 할 일을 함께 작성하면서 서로 점검해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 또한 가족의 소중한 리추얼이 될 것이다.  
 
3. 자녀의 공부 나이에 맞는 교재를 선정한다.  
자녀가 초6인데 영어나 수학의 공부 나이가 초3일 수 있다. 보통 특정 과목이 부족할수록 학원을 보내게 되는데, 학원은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학년끼리 묶게 되고, 따라서 공부 나이와는 전혀 맞지 않는 수업을 받게 된다. 이때 자녀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은 교재를 선정해야 한다. 문제집으로 예를 든다면 정답률이 70% 정도가 되는 교재가 적절하다. 반대로 공부 나이가 많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4. 보상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해준다.
교육학적으로 볼 때 가장 잘못된 동기부여 중 하나는 "이번에 3등 안에 들면 아이폰 사 줄게.", "책 다섯권 읽으면 게임 한 시간 해도 돼." 식의 물질적 보상이다. 예전 기사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바 있는데, 물질적 보상이란 극단적으로 결과를 중시하는 행위이다. 이런 환경이 이어진다면 물질적 보상 없이는 전혀 자기 주도성을 발휘하지 않게 만드는 셈이다. 또한 갈수록 자녀가 요구하는 보상도 커질 것이다.  
 
그저 "아빠 엄마가 덕분에 많이 행복하네. 네가 틈틈이 단어장 기록하고 틀린 문제 분석하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 이런 구체적인 칭찬이면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자녀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부모를 기쁘게 해드렸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성장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5. 미디어 차단의 필요성을 '함께' 인지한다.  
게임이 깔린 컴퓨터와 폰을 옆에 둔 상태로, 아주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물며 성장기에 있는 우리 자녀들은 더더욱 그렇다. 1번의 요령처럼 '미디어 통제'와 관련된 영상을 함께 보면서, 그 필요성을 함께 공유하도록 한다. 또한 가정의 인터넷이나 TV를 없애고 필요할 때만 핫스팟을 연결하는 등, 다소  불편하더라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보통 핸드폰과 인터넷 요금제가 묶여 있고, 일종의 금단 증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한다면 자녀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독서량이 늘어난다거나, 대화가 더 많아지는 등의 뜻밖의 부작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6. 취미를 함께 개발한다.  
5번의 과정을 통해 미디어가 줄어들게 되면, 당장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거나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기 쉽다. 그동안 미디어를 보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여러 활동, 예를 들어 정말 재미있는 소설, 운동, 악기, 만들기 등 자녀의 기질에 따라 독특한 문화를 발견하고 기르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다. 이런 취미는 여가 활용 외에도, 대학이나 기업 등의 면접에서 자신의 독특성을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요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자녀가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어렵듯이, 가족으로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면, 한 번의 시도가 어색할수록 더더욱 사랑스러운 법이다. 코로나가 조속히 해결되기 바라지만, 한편으로 이 위기를 가족 성장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가족이 성장하는 만큼 자녀가 성장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완한다는 기분으로 하나씩 쌓아 올려 보자.
지하나 덕소교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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