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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L자 침체’ 언급…김용범 “코로나 後 V자 반등 어려워”

중앙일보 2020.03.16 16:32
한국 경제가 ‘L자형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정부의 진단이 나왔다. 연초 자신했던 ‘V자형 경기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L자형 경기침체란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이후 회복 기미 없이 저점 상태에 장시간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L자형 침체 우려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기재부, “U자·L자 경로 우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뉴시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뉴시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과거 감염병 사례에서 나타난 글로벌 경제의 일시적 충격 후 반등하는 이른바 V자형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U자, 더 나아가 L자 경로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V자형 반등이 경기가 급락한 후 수개월 만에 원상 회복되는 것을 가리킨다면, U자형 경기침체는 경기가 상당 기간 저점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회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경기가 상당 기간 침체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연초 V자 회복 자신했던 정부

 
연초 정부는 경기 회복을 자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15일 ‘2019년 고용동향 및 향후 정책 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을 열고 “취업자·고용률·실업 등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면서 양적 측면에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월 30일 중소기업인 30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작년 10월 저점으로 수출이 점차 개선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며 “1월 일평균 수출이 14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수출 반등의 모멘텀이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삼성전자 등 6대 그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로나19로 급변한 진단…“실물·금융 복합 충격”

유럽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유럽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런 낙관론은 코로나 19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하며 180도 바뀌었다. 김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짐에 따라 상당 기간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인적·물적 이동 제한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GVC) 교란, 수요 위축 등 실물경제의 공급·수요 충격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유가 급락, 주요국 정책대응 기대와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이 같은 진단은 이번 코로나 19로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김 차관의 말처럼 과거 감염병 사태 이후에는 세계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1918년 스페인 독감부터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 이전 회복해도 지지부진”

파월의 ‘빅컷’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파월의 ‘빅컷’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코로나 19의 경우 확산 속도가 빠르고 미국·유럽국가 등에서는 오히려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어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경제가 먼저 어려워지며 향후 부채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상황이 어려울 것 같다. 기존에 없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 전에도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과거처럼 최대로 회복하더라도 지지부진한 상황”라고 우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세계 실질 GDP는 0.57~1.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국의 중간재·자본재 수요가 감소하며 한국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19의 영향이 가속하고 있는 미국·중국·일본 수출 의존도가 43.8%에 달하는 등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이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0.00~0.25%)까지 내렸지만, 16일 코스피가 1710대까지 밀려나는 등 금융 분야 위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실물·금융의 복합 위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 차관은 “지난주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하는 등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며 “정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스왑시장 등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 유동성 점검과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유동성 공급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허정원·임성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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