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애인이 놓고간 마스크 11장…그후 파출소에 마스크 쏟아졌다

중앙일보 2020.03.16 16:06
지난 13일 부산 강서경찰서 신호파출소 앞에 마스크가 든 노란봉투를 놓고 있는 한 20대 장애인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13일 부산 강서경찰서 신호파출소 앞에 마스크가 든 노란봉투를 놓고 있는 한 20대 장애인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13일 부산 강서경찰서 신호파출소 앞. 검은색 마스크를 쓴 20대 남성 한 명이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와 출입구에 노란 봉투를 놓고 어딘가로 급히 사라졌다.  
 

지난 13일 부산 신호파출소에 마스크 기부
한 20대 장애인이 한장 두장 모은 마스크
이후 부산 다른 파출소 등에 마스크 기부
울산은 유치원생이 파출소에 마스크 전달

안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은 그 모습을 본 뒤 혹시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나 싶어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보곤 깜짝 놀랐다. 그 봉투 안에 마스크 11장과 사탕,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손편지가 들어 있어서다.
 
자신을 파출소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편지에서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가 많아서 조금 나누려고 한다”며 “부자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용기를 내게 됐다. (많이 못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위험할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손편지와 함께 마스크 선물을 받은 경찰관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김태승 신호파출소장(경감)은 “노란 봉투에 들어 있는 마스크는 자신이 한개 두개 어렵게 모은 듯 여러 종류가 들어 있어 그 정성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화이트데이 하루 전날이었는데 여러 업무에 힘들어하던 직원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20대 장애인이 신호파출소 앞에 자신이 모은 마스크 10여장과 사탕을 남겨두면서 함께 보낸 손편지.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20대 장애인이 신호파출소 앞에 자신이 모은 마스크 10여장과 사탕을 남겨두면서 함께 보낸 손편지.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20대 장애인이 파출소에 놓고간 마스크.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20대 장애인이 파출소에 놓고간 마스크.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은 처음 이 기부 받은 마스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현장에 근무하는 경찰관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기부받은 마스크와 경찰관들이 추가로 기부한 마스크, 여기다 손 소독제를 보태 관내 복지센터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 20대 남성의 ‘착한 마스크 기부’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산지역의 다른 곳에서도 지구대와 파출소 등에 마스크를 두고 가는 마스크 기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낮 12시 50분쯤에는 40대 남성이 사하구 장림파출소를 방문해 “평소 고생하는 경찰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마스크 61매를 기부했다. 이날 오전 1시 30분쯤 부산 동래구 충렬지구대에는 한 시민이 마스크 48매와 간편 식품을 놔두고 갔다. 같은 날 오전 10시쯤에는 수영구 광민지구대 출입문에 한 여성이 수제면 마스크 11장이 든 비닐봉지를 놓고 사라졌다.  
 
경찰은 파출소와 지구대에 보내준 마스크를 최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마스크 나눠 쓰기 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이 기부한 마스크 전량을 소외계층 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 경찰관이 기부한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소외 계층 등에게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15개 일선 경찰서 직원 기부와 자체 예산으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 6000여개를 사들여 아동·노인·장애인 등 1542명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시기에 시민들께서 보내준 따뜻한 마음이 사회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경찰도 앞장서겠다”며 “마스크 나눠쓰기 운동이 퍼져 힘든 시기에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유치원생들이 경찰관을 걱정해 파출소로 찾아와 마스크를 전달한 일도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1시 35분께 울산 북구 농소1파출소에 남매로 추정되는 유치원생 두 어린이가 KF80 마스크 20매와 손편지를 전달했다고 울산 중부경찰서가 16일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1시 35분께 울산 북구 농소1파출소에 남매로 추정되는 유치원생 두 어린이가 KF80 마스크 20매와 손편지를 전달했다고 울산 중부경찰서가 16일 밝혔다. 연합뉴스

16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5분쯤 농소1파출소에 유치원생 남매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이 찾아왔다. 경찰관이 출입구로 나오니 아이들이 흰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KF80 마스크 20매와 손편지가 들어있었다. 손편지에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나누어주겠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 안 걸리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또 ‘약사님도 코로나를 낮게 하는 약도 만들길 바랄께요’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전달하고는 곧장 발길을 돌려, 인근에 주차된 부모님 차를 타고 사라졌다. 경찰은 마스크를 기부한 아이들을 찾아 감사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부산·울산=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