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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이후 경제 U자 회복…3년 걸린 9·11과 비슷"

중앙일보 2020.03.16 11:05
 “한국 등의 경제가 U자형 경기 변동을 보일 것이다.”
나리먼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코로나19사태 충격에 세계 경제는 더디게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리먼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코로나19사태 충격에 세계 경제는 더디게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의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다. 중앙일보와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 등이 뽑은 ‘가장 정확한 경제 예측가’ 가운데 한명이다.  

'가장 정확한 경제 예측가'
나리먼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이코노미스트

코로나 충격에서 제조업은 빠르게 되살아 난다.
서비스 산업이 되살아나는 데 3년 정도 걸릴 수 있다.
이탈리아 등은 재정위기에 다시 빠질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일회성' 정책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그는 지난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극도의 불확실성이 짓누르고 있는데 세계 경제 흐름을 가장 먼저 예측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는 V자형이 아니라 U자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바닥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 이유를 좀 더 캐묻기 위해 미국 메사추세츠주 렉싱턴에 사는 그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뜻밖의 예측이다. 전염병 사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알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S) 사태 직후 홍콩과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지 않았는가.
“맞다. 당시 전염은 홍콩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공장 중국에 이에 한국을 거쳐 유럽과 미국으로 번지고 있다.”
 
 

“여행 등 서비스 산업이 경기회복 발목 잡는다”

 
코로나19사태로 생산시설 등이 파괴되거나 인구가 급감하지는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적인 유행병(팬데믹)인 것은 맞다. 이웃 사람들이 쓰러져 숨을 거두는 역병(plague) 사태는 결코 아니다. 생산시설은 사태가 진정되면 즉시 이전 상태로 가동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이 문제인가.
“2001년 9.11테러 직후 항공과 여행 산업 등이 얼마나 오래 침체했는지 아는가? 거의 3년 동안 침체 늪에 빠져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ᆞ운수ᆞ여행 등 서비스 산업이 옛 궤도에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9.11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과 성격이 다르다.”
 
한국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도 16일 오전 베라베시와 비슷한 전망을 하였다. 김 차관은 “경기 V자 회복 쉽지 않다”는 요지로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이제는 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도 전 국민 이동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독일이 국경을 봉쇄할 움직임이다. 글로벌 공급채널(GSC)는 상품과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세균보다도 작은 바이러스 습격에 공급채널이 사실상 작동 정지 상태다.  
 
 

“이탈리아 등이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

 

 
유럽의 경제가 어느 정도나 나빠질까.
"독일과 이탈리아 경제는 전염병이 돌기 이전에 거의 침체 상태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상황을 악화시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ᆞ스페인은 재정상태도 좋지 않는데.

"최근 이탈리아 국채 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두 나라 경제의 핵심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 등에 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재정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2009년 재정위기 이후 EU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조성해 놓았다. 적지 않은 돈을 동원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EFSF의 남은 돈은 2400억 유로(약 324조원) 정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이 재정위기에 빠지면 급전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면 되지 않을까.
“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충격에 통화정책은 시장의 심리를 ‘일시적’으로 안정시켜준다. 일시적으로 말이다. 실물 경제의 추락을 막고 되살리는 일은 재정정책만이 할 수 있다.“
 
 
 

“올해 중국 성장률 4.3%까지 떨어진다”

 
베라베시가 이끄는 IHS경제분석팀은 올해 세계 경제가 1.7%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팀이 올 2월에 내놓은 예상치는 2.5% 수준이었다. 코로나 상흔이 글로벌 차원에서 0.8%포인트 정도 되는 셈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걱정이다.
“중국의 감염자 증가율은 정점을 지난 듯하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우한 일대를 봉쇄해버렸다. 극단적인 처방 탓에 경제활동이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올해 성장률을 4.3%로 예상한다. 한 달 전엔 5.4%로 예상했다. 내년(2021년)엔 되살아나 6.4%에 이를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는 2019년 6.1% 정도 성장했다. 베라베시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중국 성장률이 1.8%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중국의 고도성장 흐름에 비춰 경착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하락폭이다.
 
 
한국에서는 몇몇 정치인들이 재난 기본소득(UBI)을 주장하고 있다.
“일회성 대책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정통 경제학을 공부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반대하던데.
“나도 정통 경제학을 공부했다. 평소 기본소득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비상상황이다. 한 두 번 정도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효과적인 재정대책이라고 본다.”
 
베라베시는 이란 출신 아버지와 미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나라가 코로나19 사태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다.
 
 
이란 상황이 심각하다.
“내 아버지의 나라다. (잠깐 말을 멈추며 숨을 내쉰 뒤) 한국처럼 의료ᆞ보건 시스템이 탄탄하지 않으면 신흥국은 상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나리먼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
 1948년 이란에서 태어나 미국 MIT대학에서 공부한 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가 된 뒤 미 의회 예산국(CBO)와 연방준비제도(Fed) 등에서 경제 분석가로 일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2009년과 2010년 그를 ‘가장 정확한 경제 예측가’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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